누가 누가 이길까
사적인 케이팝 by 마곳
지난 1일부터 틱톡에서 유니버셜 뮤직 그룹 (이하 UMG)의 음악들이 모두 중지되었다. 소속 음원들을 사용할 경우 모두 음소거 처리 되며, 그 외의 재가공도 일체 불허하고 있다.
UMG는 이러한 결정에 대해 다음과 같은 조건을 계약 재협상 과정에서 제시했으나 틱톡과의 협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 가수와 작곡가에 적절한 보상
△ 인공지능(AI)의 해로운 효과로부터 아티스트 보호
△ 틱톡 이용자들에게 안전한 온라인 환경을 제공
따라서 결렬된 재협상으로, 틱톡과 유니버셜 뮤직 그룹은 새로운 음악 시장의 흐름 속에서 정면승부의 칼을 뽑아 든 상태이다.
UMG은 세계 3대 레코드 레이블 기업으로, 음악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업이다. 테일러 스위프트, 더 위켄드, 아리아나그란데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소속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해외 진출을 하는 경우에도 주로 UMG 소속 유통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방탄소년단, 스트레이 키즈 등 대표적인 케이팝 아티스트들도 UMG 레이블의 영향을 받고 있다.
한편 틱톡은 현재 음악 시장을 주도하는 플랫폼으로, 오늘날 틱톡을 빼놓고는 대중음악을 논할 수 없게 되었다. 단순한 짧은 영상 플랫폼으로 출발한 틱톡은 영상에서 사용되는 음악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며, 유명 가수들의 메인 프로모션으로 활용되고, 신인 아티스트들에게는 자신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음악이 없는 틱톡 영상은 상상할 수 없고, 틱톡 챌린지가 없는 신곡 프로모션은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UMG와 틱톡은 재협상 이전까지는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UMG와 음악 트렌드를 주도하는 틱톡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UMG의 결정에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딥페이크 영상을 틱톡이 제대로 제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AI를 활용한 기존 UMG 음원 재가공의 저작권 문제.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적은 라이선스 비용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며 과감하게 틱톡과의 관계를 끊은 UMG.
나는 이번 UMG와 틱톡의 정면승부 속 주목해야 할 포인트 두 가지를 짚어보려 한다.
1. 틱톡과 UMG 중 더 손해 볼 곳은 어디일까?
UMG이 자신들의 음악을 모조리 회수하며, 틱톡은 더 이상 모든 영상과 콘텐츠에서 UMG의 음원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음악 시장 30프로를 차지하는 UMG 레이블 곡들을 콘텐츠화하지 못하고, 이를 원하는 이용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은 틱톡의 정체성을 고려하였을 때 큰 문제이다.
틱톡이 음악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것은 곧 틱톡 역시 음악 빼면 시체라는 걸 의미한다. 음악 유통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던 틱톡에게는, UMG의 이러한 결정이 큰 타격이 될 것이다. 다른 SNS 플랫폼, 음원 플랫폼에서는 들을 수 있는 음악이 틱톡에는 없다는 건 이용자들의 마음을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강한 동기이다.
그러나 동시에, UMG 역시 틱톡을 배제하고 트렌디한 프로모션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챌린지를 만들어 틱톡에 공유하고, 틱톡 이용자들이 따라 하고 음원을 사용하며 파생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 홍보 효과를 얻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핵심 플랫폼인 틱톡이 빠진다는 것은, 그만큼의 일반 리스너들을 잃는다는 의미이며, 나아가 옛 음악이 다시 화제가 되는 등의 틱톡 바이럴의 효과를 전혀 얻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 결과는 예측할 수 없지만, 양쪽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게임이다.
2. 다른 대형 레이블, 소니 뮤직과 워너 뮤직의 움직임
UMG와 더불어 3대 레이블로 알려진, 소니 뮤직과 워너 뮤직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UMG의 주장에 동조하여, 틱톡의 음악 라이선스 환경을 더 유리한 방향으로 바꿀 것인지. 혹은 기회를 틈타 UMG의 점유율을 빼앗기 위해 틱톡과의 관계를 돈돈히 하고 틱톡 콘텐츠를 다각도로 활용할 것인지.
틱톡과 UMG의 정면승부를 통해 전 세계 음악 시장 판도가 변화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더 나아가 해외 (특히 미국)의 팝 시장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한국의 케이팝 시장 역시 함께 변화하게 될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