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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런마음황구 Aug 06. 2021

울진에서 보내는 글 #책이 나옵니다!

feat. 10년 경력 문학편집자


안녕하세요, 이 시국 이 더위에 모두들 무탈하신가요? 여러분들께 직접 말 거는 글은 처음이라 조금 쑥쓰럽지만... 짤막히 몇 마디 올립니다.



01.

저는 아주 오랜만에 울진을 찾았습니다. 할머니가 백신 2차 접종까지 무사히 마치신 덕분에요. 전화 드릴 적 마다 수화기 너머 "어데고? 서울이가? 야야, 니 주끼는 소리가 마크 등짝서 주끼는 것 같노(얘, 너 말하는 소리가 꼭 등 뒤에서 말하는 것 같다)"하는 그 말씀에 마음이 퍽 아렸었는데. 두 눈 마주치며 서로 손 붙들고서 웃고 떠드는 동안 모두 다독다독 달래졌어요. 더 머물면서 할머니 곁에 비집고 앉아 놀지 못하는 빡빡한 제 일정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네요. 이번에 찍은, 능소화 흐드러진 대문이 참 멋스러운 외갓집 전경 사진을 핸드폰 위로 사뭇 매만지며 아쉬움을 누그러뜨려 봅니다(사진 속에 할머니도 살짝 숨어 계시답니다! 한 번 찾아보세요ㅎㅎㅎ).


할머니 까꿍!
'기다림', '그리움'이라는 꽃말의 능소화 덩굴이 대문 위로 한참 얽혔습니다



02.

반가운 만남에 이어 또 하나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나의 그리운 남의 고향 답사기>라는 가제 아래 소소하게 올리던 이 브런치글이, 10년 경력 문학편집자 분이 퇴사하여 차린 멋진 1인출판사 '책나물'을 만나 인쇄된 책으로 세상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정식 제목은 <내게도 돌아갈 곳이 생겼다>로 결정되었고요, <가장 사적인 한국 여행>이라는 책나물 에세이 시리즈의 첫 주자가 될 예정입니다. 시리즈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지역에 대한 아주 개인적이고도 내밀한 경험, 딱히 위대하거나 특별하지 않은 아무개 씨의 인생사도 기록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데서 편집자님께서 공감해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부족한 글이지만 과감히 선택해주지 않았나, 하고 넘겨 짚어 봅니다. <내게도 돌아갈 곳이 생겼다>는 빠르면 8월 말 늦어도 9월에는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을 예정입니다. 종이에 찍힌 책 모습은 과연 어떨까, 사람들이 반겨줄까, 올해 안에는 시국이 좀 잠잠해져 이 책을 들고서 울진 곳곳에 다시 발걸음할 수 있을까, 두근두근... 떨리고 겁도 나면서 또 기다려지는 하루하루예요.



03.

간만에 조우한 온양 아침바다가 마냥 좋은 와중에 '아, 지금 이 풍경 이 기분을 브런치에 꼭 적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스스로를 발견 조금 놀랐습니다. 울진 얘기를 누군가에게 미주알고주알 하고 싶거나 울진 사진을 누군가에게 불쑥 들이밀며 자랑하고 싶을 때, 여기 브런치가 이젠 응당 우선순위로 떠오르는 곳이 됐나봐요. 일면식도 없는 저의 울진 글과 사진을 봐주시고, 다음 번에도 봐주겠노라 구독 꾹 눌러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새삼 드립니다. 대체 어떤 분들이 여기까지 찾아주셨을까 - 울진을 아끼시는 분들이실까,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관심 있는 분들이실까, 그저 고즈넉한 시골 풍경이 그리운 분들이실까, 그도 아니면 사돈의 팔촌의 지인 분들이 의리 차 대동단결이라도 해주신 걸까(?)... 멋대로 상상도 해보고요. 어떤 분이시든 간에, 응원해주시는 그 마음에 실망스럽지 않은 책이 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고 마음 먹어 봅니다.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종종 소식 드릴게요.

 

시국과 더위로 도무지 안녕하기 힘든 요즈음이지만, 모두들 오늘 하루, 딱 오늘 하루만큼은 온양 아침바다 사진과 함께 모쪼록 평온하고 마음 푸근하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2021년 8월 6일,

짧은 휴가 동안 누린 울진의 여운에서 아직 다 못 빠져 나온 노나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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