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듯한 울진 바다 사진으로 글을 시작했지만 진실을 말하자면 바다 근처도 못 갔습니다!ㅋㅋㅋ 울진에 와서 책 전하며 만나뵙고 인사 드리고 싶은 분들이 어찌나 많았던지. 바다는 강릉에서 울진으로 시외버스 타는 동안 창 밖으로 몇 초 간 휙휙 스쳐 지나는 걸 본 게 전부네요.
울진에 빚을 진 책이니 당연히 울진 분들께는 책을 직접 가져다드리며 인사 드리는 게 맞다고 출판사 대표님과 의기투합 했습니다. 책의 주인공이자 표지모델이신 우리 김금자 할머니는 물론이고 울진의 서점들에도 꼭 대면으로 전달 드리고 싶다고, 일정 빠듯하더라도 둘이 함께 울진 한번 다녀오자고, 마음이 서로 삐비빅 통했죠. ㅎㅎ 그래서 시작된 서울-울진 대중교통으로 당일치기 여행이었는데요.
도저히 시외버스로 왕복할 엄두는 나지 않아서(울진 가는 버스는 동서울 터미널에서 타야 하는데 동서울까지 가는 것만 한 세월이라...ㅋㅋㅋ) 서울역에서 강릉행 KTX를 타고, 강릉역에서 다시 강릉버스터미널로 가서 울진행 버스를 탔습니다. 새벽 같이 출발했는데 울진 터미널 도착하니 점심 시간 쯤이 된 걸 보고 와... 울진이 서울서 참 멀긴 멀다, 새삼 실감 나더라고요. 버스 좌석에 눌러 붙어 도무지 안 떨어질 거 같은 허리를 떼어다 슬슬 걸어서 물이 시원스레 흐르는 남대천을 건너 마침내 외갓집에 입성했습니다
"할머니이~" 대표님과 입 모아 부르며 조우한 우리의 표지모델!!! 김금자 할머니는 8월 혹독하던 무더위가 가셔서인지 지난 번보다 훨씬 기운을 되찾으신 듯 해 내심 걱정이 덜어졌어요. 오후 비 소식에 윗층에 널어놨던 이불을 걷어 내려오시는 걸 얼른 채어다 거실에 앉으시라 하고, 믹스커피 한 잔에 매실엑기스 두 잔 타서 셋이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책을 보여 드렸습니다. "아이구 얄궂아라!" 돋보기까지 쓰고서 한 장 한 장 신중히 넘겨 보시며 할머니가 드문드문 넣는 추임새가 어찌나 정겹고 감사한지. 처음 뵙는 어르신인데 스스럼 없이 말 상대를 하며 할머니의 밑도 끝도 없는 옛날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 들어주시는 대표님은 또 얼마나 감사하고 감사한 지. 울진책 인연이 이런 상상치도 못했던 만남을 열어주는구나 두근거렸어요.
김금자 할머니가 표지모델이다!!! 책 많이 팔아서 모델료 드리자!!!!!ㅋㅋㅋ
할머니의 이번 시즌 정원 자랑! 흐드러진 분홍 백일홍. 나무 하나하나 다 할머니가 직접 뿌리를 내리셨어요.
외갓집을 나서서 본격적으로 책 소개하러 다니는 동안에도 두근거림은 내내 멎을 줄 몰랐습니다. 울진군청 홍보팀, 문화관광팀, 울진 터줏대감 서점들인 울진종로서적과 평지서림, 새로 생긴 멋진 독립서점 오브덕까지, 모두들 어찌나 반갑게 맞아주시는지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였던 까닭에요. 어찌 보면 토박이도 아닌 게 울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쿵저러쿵 말을 얹었다고 얼마든지 생각하실 수도 있을 텐데 하나 같이 참 따뜻하게 응원해주셔서... 으흑 저 진짜 너무너무 감사하고 감동 먹었어요ㅠ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특히 울진의 서점의 서가에 <내게도 돌아갈 곳이 생겼다>가 꽂혀 있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심장이 몽글몽글해져요. 부디 많은 동네 분들께 이 책이 가 닿기를...
울진군청 앞에서 인증샷 찰칵!
그리고 이렇듯 반갑게 인사 하고 나니 10년 전 제가 무사히, 또 즐겁게 울진을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던 울진 동네 곳곳의 할머니, 할아버지분들과의 만남이 더욱 아쉽고 간절해졌습니다. 그 분들의 초상 사진도 찍어 놓은 게 잔뜩인데 초상권이 혹시나 조심스러워 책에는 싣지 않았거든요. 그 사진들 모두 인화해다가 책이랑 같이 들고서 마을 구석구석 다시 찾아다니면서 전해 드리고 싶은데. 10년 전 웬 꾀죄죄한 여행자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해주며 어색하게 웃었던 그 기억 한 조각을 되돌려 드리고 싶은데. 이 놈의 코로나는 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요...ㅠㅠ
그 날이 머지 않길 기원하며 상상으로나마 먼저 길을 나서 봅니다. 마을 회관부터 인사 드려야지. 다들 잘 계실까. 어쩌면 동사무소에도 도움 청해야 할 지 모르겠네. 사진 보여주면서 이 어르신 찾는다고 해야할 지도. 아, 사진이랑 책에다, 할머니 허락 받고서 꽃도 몇 송이 꺾어다 가야겠다. 표지의 이 고운 할머니가 울진 향교 옆에 사는 우리 할머니라고, 할머니 정원서 여기까지 온 꽃이라고, "그 때 울 손녀딸 귀한 대접 해주셔서 참 감사합니다"라는 할머니 마음을 담아 온 꽃이라고 얘기해야지. 10년 전처럼, 용돈처럼 챙겨주실 이런저런 주전부리들 또 배낭에 잘 짊어다가 할머니 앞에 풀어 놓으면서 이만큼이나 예쁨 받고 왔다고 자랑해야지...
울진을 일 년 간 자전거 여행한 여행에세이이자, 울진 외가의 할머니와 알콩달콩 한 해 살이한 내용을 담은 가족에세이, <내게도 돌아갈 곳이 생겼다>. 꼭 다시 한 번 돌아가고 싶은 분들께, 돌아갈 날을 기다립니다.
울진의 사계절과 농촌/어촌/산촌 풍경을 골고루 담은 엽서 5종.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 시 마일리지로 획득 가능!(선착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