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육아

친정부모님 댁에서 5개월 생활중

by 플레인스콘

지금과 같은 글로벌 시대에 외국인 특히 중국인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는 여자가 희귀한 케이스도 아니고 해서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들이 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나와 같은 길을 선택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됐다.


우선 유안이는 상해 푸동에 위치한 Everbetter라는 사립 산부인과에서 2019년 10월 15일 황금돼지띠 해에 태어났다.

임신이 된 걸 알았을 때 남편과 상해에서 집 구매로 골머리를 앓던 중이라 적지않이 당황스러웠지만 가톨릭이 모태신앙인 나는 비록 날라리 신자지만 당연히 낳아야 되는 것이었다. 당시 상해에 있는 덴마크 외국계 회사에서 재직 중이었는데 다행히 외국인 보험처리도 다 해줘서 임신 및 출산에 대한 재정적인 부담이 없을 거라는 점은 큰 위안이 되었다. 상해에서는 상해 호구 자일 경우 집 전체 금액의 35%를 마련하면 나머지는 은행 대출이 가능하다. 그래도 임신이 된 걸 알았을 때는 집 구매 1차 계약서는 완료됐고 중도금만 마련해서 최종 계약만을 남겨놓은 상황이었다. 암튼 중국은 다 쓰러져가는 집이라도 집이 없으면 엄청 불편하다. 태어난 아기도 상해에 자가 집(월세 안됨)이 없으면 남편 고향인 산동 농촌 집으로 호구지가 올라갔을 것이다. 사실 우리가 구매한 집도 위치는 그렇다 쳐도 1995년에 지어진 엘리베이터도 없는, 저녁엔 정말 집 입구가 어딘지 잘 보이지도 않는 친정엄마 말마따나 귀신이 나올 분위기의 옛날 집이다. 집안은 그런저럭 살만은 하다.


그렇게 출산 전 남편과 공동명의로 집 구매도 완료했고 (중국에서 집 구매는 lianjia라는 부동산을 끼고 했고 복비가 비싸지만 그래도 법적으로 비교적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음), 중국에서 출산할 병원 및 산후조리원도 정했고 출산까지 회사를 무사히 다닐 일만 남았다. 어찌어찌 시간은 흘렀고 출산 전까지 몸은 힘들어도 어떻게든 회사에 나가는 게 잡생각도 안 나고 훨씬 나은 것 같다. 그렇게 무사히 출산하고 산후조리원에서 나왔고 여동생 한 달, 친정 엄마

가 한 달 반 동안 상해에 와서 유안이를 같이 돌봐줬고 100일도 무사히 넘겼는데 그때 코로나가 터졌다.


남편네 회사는 다행히 재택근무 돌입했고 두 달간 중국에서 남편과 둘이 육아를 했다. 외출도 가구당 생필품 구매를 위해 하루 한두 번으로 제한, 배달 금지, 우리나라와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조치를 두 달간 경험 후, 코로나가 완화되었으나 70이 넘으신 시부모님이 몸도 안 좋고 코로나까지 겹쳐 상해로 오는 거에 대한 부담을 느끼자 원래 5개월 후 복직 예정이었던 나는 일도 그만두고 4월 10일 한국행을 택하게 되었다. 남편이 출근하면 혼자 육아가 감당이 안될 것 같기도 하고 남편도 승진 준비를 위한 시간도 주고 싶어서였다. 현재 한국에서 5개월째 육아를 하고 있고 애기는 11개월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 또 급증한 코로나로 중국에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가 문제지만 우선 친정에서 있으니 몸과 마음은 편하다. 그 덕에 친정엄마는 10년 빨리 늙어버리신 것 같은 느낌이라 죄송한 마음이지만 우리가 상해로 돌아가고 나면 좀 나아지겠지.


이제 슬슬 상해에 들어가서 어떻게 육아와 일을 병행할지 고민이다. 돌이 지나면 육아가 훨씬 수월할 거라는 친정엄마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초보맘은 코로나가 끝나고 청명한 가을 날씨에 아기를 데리고 국내 여행을 한번 떠나볼까 하는 설렘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