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네가 나왔어.
깨고 나서 잠시 기억이 나지 않았다가
아! 하고 생각이 나더라.
얼마 전처럼 친구 집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벨이 울리는 거야.
누구지? 도둑인가? 하고 순간 겁이 났는데
내 폰에 알림이 뜨더라.
네가 이 집 앞에 있다고.
3초 정도 이게 뭐지? 진짜인가? 하고 고민하다가
얼른 문을 열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계단 쪽을 향해 외쳤어.
"ㅇㅇ야!"
그러자 네가 조금 민망하고 긴장한 얼굴을 빼곰 내밀더라
들어오라고 했고
네가 집으로 들어왔어.
거실에 둔 두껍고 포근한 이불 위에서 사부작거리며 쓸데 없는 얘기들을 주고받다가
내가 먼저 물었지.
"우리는 이제 사귀는 거야?"
네가 어떤 답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사이에 진전이 생겼고
나는 그게 너무 기뻤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우리 둘은 내 차를 타고 이곳저곳을 이전처럼 돌아다녔어.
웃기게도 너는 네 마음을 모르는 거 같지만.
네가 아주 조금만
머뭇거리는 듯한 용기라도 내주었다면
나는 천천히 기다렸을 텐데.
너는 너를 무엇에서부터 지키기 위함이었을진 알 수 없지만
너를 지키기 위해
나를 저버렸고
그게 참 속이 상하고 화가 나지만
그만큼 네가 안타깝고 슬퍼
너에게 연민을 느껴
이 전엔
연민이 무슨 뜻을 가진 단어인지도 잘 몰랐다?
남을 위에서 바라보며 불쌍해한다는 걸까... 도와주지도 않을 거면서? 하는 정도로 다가왔었는데
음... 연민이라는 건
숨은 그림 찾기같은 거야.
상대가 공격적이거나 방어적인 언행을 해도
거기에 숨겨진 그림을 찾아내는 거야.
상대가 어쩌다 이런 그림을 가지게 되었을까 찾아내는 거야.
그 형태와 색과 명암을 읽어내는 과정을 거치면
그러면 저절로 상대를 향한 분노가 가라앉지.
그 대신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게 되.
상대에게 연민과 슬픔을 갖게 되는 거야.
그러면 상대가 스스로 알지 못하는 그림을 찾아낼 수 있도록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없을까 찾게 된다?
아, 이래서 네가 내게 모진 말을 했구나.
내가 불편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애써 감춰두고 보지 않았던
사랑을 무척이나 바라는 결핍덩어리인 무언가를
세게 뒤흔들어 버리니까
그게 불편하다는 말이었구나
너는 거기서 빠져나올 용기가 없는데...
그랬구나 하고 너를 이해해.
네가 진심으로 행복해지기를 바라.
그래서 너의 거절을 이해해
외면하면 당분간은 괜찮을 테니까.
그런데
그 껍질을 깨고 나오면 좋겠다.
알 속에서는 사랑을 주고받을 수가 없어.
그토록 원하는 사랑과 안정, 거기서 이어지는 평안과 행복을...
나는 네가 진심으로 행복해지기를 바라
함께 행복해지는 상대가 내가 아니어도 좋아.
누구라도 좋으니까
네가 언젠가 한 걸음만 더 내딛었으면 좋겠다.
너를 이해할수록
배신당했다는 분노는 사라지는데
그래도 이런 꿈을 꿨더니
아니, 너한테는 안 사라져.
다른 사람들한테는 분명 분노도 짜증도 가라앉는데
너를 생각하면
너무나 슬프다.
목이 메어.
눈두덩이가 너무 무거워.
눈앞이 흐려진다.
근데 이건 내가 감수해야 할 감정인 거고.
나는 차츰 괜찮아질 거야.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지낼 거야.
너도 그러길 바라.
나는 네 옆일 때 제일 행복했어.
너도 그래보였는데...아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