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노을, 새벽엔 잠 못 이루고

by 이브의 설렘

#1.

저녁이 지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묘하고 다채로운 색감들을
온전히 구분할 수 있는 신경 세포들을 타고났기에
노을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것이지만

남들보다 빛에 약한 눈동자라
밝은 하늘을 올려다 보는 건 힘든 게 아쉽고는 했다.
그래도 선글라스를 끼면 해결이 되니까 다행인데

내 멘탈이 강해지는 것밖에
날 보호해줄 길이 없는 정신줄에
곤란할 때가 있다.

예민하길 타고났는지,
상대의 감정과 욕구가 섬세하게 캐치되는 편인데

24시간 캐치되는 것도 아니고
매순간이 괴로운 건 더 아니다.

이점이 더 많다면 많은데
그래도 이따금씩 퓨즈가 나가버릴 것만 같다.

상대를 상식 선까지만 이해하고 말고 싶은데

왜 저러는 지가 뻣속 깊이 이해가 되어버릴 때,

내 상황이 벅차서 당신을 외면하고 싶고 화를 내버리고 싶어도

그러니 한 발짝 물러설 수밖에 없을 때,

알게 되어버린 것, 상대가 숨기고 싶거나 본인도 미처 모르는 미세한 점들까지

모르고 싶은데 알아버리니...

__________

물론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땐

노을이 존재는 했었나?
내가 노을을 바라보길 좋아했던가?
안 보다보니 또 그 정도는 아닌 거 같은 걸...?

하다가도
오늘같이 멍하니 보던 날엔

어두워 질 일만 남은 줄 알았는데
갈수록 빛을 내뿜는 게 보여서

아, 짜증나게 예뻐라.
눈물 나게 예쁘다.

매일 봐도 또 보고 싶어진다니.

날이 흐려서 보기 힘들 땐
구름을 찢어버리고 싶다니.

노랗든 빨갛든 푸르든 상관 없이
빛이 나고 눈이 부시니까
눈물이 나고 그런 걸까나.

하고 멍을 때리고 있다가

가슴 속에서
펑! 하고 폭발해버리고 만다.

엉엉 울고 싶어지는 거다.

슬픔인지

행복인지

그리움인지가 뒤섞여 있는

폭발음이 들리는 거다.

노을이 지는 게 짜증나서
밤아, 오지 마라 오지 마라 속으로 빌다가
새벽에는 심장이 벌렁여 잠도 못 자면...

아니 이 정도면
내가 해지는 걸 좋아하는 게 맞나 싶어져.

이 정도면 그냥
해가 사라지는 게
무서운 것뿐 아닐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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