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분은 뭘까...
너를 못 본 지 꽤 돼서 그런건가
자꾸 다른 사람들이 나한테 호감갖는 게 턱 하고 그대로 느껴져서
그 감정에 응해줘야만 할 거 같은 압박감이 들어.
상대가 나한테 한 거라곤
흘긋대는 눈빛에
자꾸만 뒤로 넘기는 머라카락과
나를 은근히 살펴보는 시선일 뿐인데
거기서 또 뭐가 자꾸 읽혀.
읽고 싶지 않은 감정이야.
이러다 내가
내 옆에 있는 사람한테 호감이라도 가지면 어쩌지 해.
내 감정인지 저 사람들의 감정인 건지 구분이 안 갈때가 많아
그럼 또 나는
내가 니한테 감정이 있는 게
그냥 네 감정이 나한테 투사돼서 비춰진 것뿐인가
그래서 너가 없을 땐 이렇게 또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 해.
왜 또 아무렇지 않지
아무렇지 않은 게 불안해서 내 마음은 뭘까 타로를 봤는데
사랑이라는 카드가 떠서 안심했어.
근데 너는 언제 올 거지?
울고 싶어.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혹시나 네가 내가 좋다고 드디어 와줬는데
그때 가서는 내가 다른 사람이 좋아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덜컥 드는 거야.
나도 모르게 너한테 너무 지쳐버려서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한테 맘을 줘버리면 어떡하냐는 생각이 드는 건 다 영화 때문이야.
네가 혹시라도 나한테 와주고나면 나는 너한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텐데
그런 내가 처음에는 고맙고 좋다고 하다가
나중에 나보다 더 예쁘고 빛나 보이는 사림이 네 앞에 나타나면
그사람한테 네가 시선이 뺏기고
그렇게 너는 내가 준 사랑을 당연한 거로 치부해버리고
나를 속이고
네가 그 사람을 자꾸 만나다가
그렇게 끙끙 앓다가
나중에서야 나한테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됐다고
바라지 않는 고백을 하면 어쩌지 하는 상상이 드는 거야.
보통 다들 그러잖아.
자기한테 헌신하는 상대방이 자기한테 얼마나 소중한지도 모르고
삼 년 오 년이 지나서 그 사람이 자길 위한 걸 당연하게 여기게 되고
소중함을 잊고서
다른 사람이 좋다며 떠나가고 하잖아.
내가 너무 과몰입해버렸나.
다른 사람이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도 묵묵히 사랑을 전하던 수이는
이제는 너랑 이렇게 말을 나눌 수도 없을 거라며
상대를 붙잡지도 못하고
뒤돌아 서 서 뚝뚝 눈물만 흘리는데
그 모습이 마치 나한테도 예정된 미래만 같은 거야.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고 불안하고 무너질 거 같은 거야.
그래도 나는 한 가지 해결책이랍시고 가지고 있는 게 있어.
네가 만약에 걔도 좋고 나도 놓지 못하겠다면
나는 네가 걔를 만나도 좋으니 그놈의 폴리아모리를 하자고 할 거야.
나는 자신 있거든.
네 상대가 나도 자기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마음을 녹여버릴 자신이 있거든...
처음엔 미칠 거 같겠지만
그렇게 지내다보면 너한테 사랑을 더 줄 수 있는 사람이 생긴 거고
우리한테 가족이 더 생긴 거니까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그래도 대비책이 하나 있는 거 같아 덜 불안해져.
폴리아모리를 제안하는 상대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은 이런 거였을까...
아 너무 짜증나.
기분 좋게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왜 이렇게 과몰입하는 거야.
그러니까 너도 오늘 와줬어야지.
와달라고 했는데
못 알아들은 거야? 일이 바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