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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브의 설렘 Aug 12. 2023

시시때때로 찾아와요

불안은 둥지를 틀고 나가지를 않네요


제비라도 와서 둥지를 튼 거면

매년 아이를 낳고 밥을 먹고 째짹거리며 쉼없이 하얀 응가를 낳고 그러다가 떠나가고


때가 되면 다시 찾아와서 또 아이를 낳고 반복하는 제비가 제 갈비뼈 안에 둥지를 튼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입시 경쟁 지옥문 안으로 들어설 때부터 였던 것인지

타고나길 알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불안도가 높은 사람인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고등학생 때는 정말이지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요.

성적을 내야 한다 내지 않으면 좋은 대학교를 못 가고 그럼 돈도 못 벌고 그럼 인생이 망할 거라는


그 말도 아니 되는 어른들의 세뇌에

속으로 바들바들 떨며 펜을 잡고 또 잡고

치질이 걸리도록 앉아서

뭣같이 길고 긴 공부와 밥 먹기, 짧은 수면과 휴식, 엉망아 된 교우관계 속에서 살아남았다니


지금 생각하면 저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상흔이 남은 채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여자라서 군대에 직접적으로 가지는 않았지만

한국은 남녀 모두 통틀어 10대 시절에 군대 아닌 군대 안에서 절여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총알만 직접적으로 제 머리 위를 날아다니지 않았을 뿐...


하루하루가 갈수록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어졌었거든요.

이럴거면 그냥 날라오는 총알을 맞고서 죽자! 하는 마음을 부디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해하지 못하시기를 바라네요.


제 머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학을 어떻게든 3등급까지 유지하기 위해서 발악을 했던 제가 지금도 보여요. 너무나 안타까웠던 은우...


덕분에 지금도 무언가를 계산하는 게 싫어서 간단한 것도 계산기 앱만 두드리네요.




한국 학교는 대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싶었던 걸까요.


아이를 낳게 된다면 한국의 공교육 학교는 절대로 보내고 싶지 않아요.


아이들은 진작에 교육시스템이란 제도로 학대받고 있었고

선생님마저 보호받지 못하는 공간에서

폭력과 억압. 구속과 하라면 하라는 대로 해야만 하는 굴복과 순종을 배웠고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노동 외의 방법으로 돈을 어떻게 벌 수 있는지

돈의 흐름은 어떻게 흘러가는 것인지

세금과 보험 등은 무엇인지

세상을 읽어나가는 다양한 시점은 무엇이매 어떻게 갖춰나가는 것인지


법적인 보호는 어떻게 받는지

사람들과 어떻게 우호적이고 친화적으로 살아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고 관계를 확장 또는 심화시키는지

나는 누구이며 왜이리도 힘들고 불안한지. 이 불안과 무기력함을 어떻게 해야 놔버릴 수 있는지


내가 속하거나 속하지 않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는 무엇이며 어떻게 이것을 바라보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맞는지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과 방식은 무엇인지

무엇이 배려와 존중이 아닌 동정이자 판단인지


남성과 여성의 차이와 그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야 서로가 서로를 동등한 인간 대 인간으로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인지

안전한 성생활은 어떻게 하는지


외국인들과 소통하는 방식의 외국어 학습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동물과 식물과 만물과 어떻게 하면 소통할 수 있는지

사랑이란 무엇인지

사랑은 어떻게 시작하고 확장하고 심화하고 유지해나갈 수 있는 것인지


술과 음악을 어떻게 해야 더 즐길 수 있는지

노래는 어떻게 만드는지

시를 쓰고 가사를 쓰고 일기를 내리적으며

글쓰기란 무엇이고 어떻게 써야 나를 우아하고 어김없게 표현할 수 있는지



등등

지금 생각나는 것만 써도 이 정도네요.




와... 저는 이 모든 것을 독학해야 했어요.




당신들도 그런가요?


학교는 대체 무엇을 가르친 것인가요?


우리는 애초부터 학력 외에 모든 것을 셀프로 잘만 배우고 있었다니...  


학교는 이런 것을 가르치지 않는데

대체 무엇을 빌미 삼아 우리를 가둬두고 세상은 배정하기 짝이 없는 곳이라며 세뇌시키고 고문하는 걸까요.


국가이고 정부라는 타이틀은 대체 우리를 무엇으로부티 보호하고 성장할 수 있게 하나요.




gpt니 하는 게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부터


심신의 풍요로운 삶에 가닿기 위해

은우는 정말이지 수많은 애를 썼군요...

그러니 지치고 불안하고 무기력했죠...

이 모든 걸 혼자서 아장아장...깨지고 구르면서

정규 수업 외의 모든 시간을 마치 보충 수업처럼 대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남았다니.


글을 쓰면서 깨달았어요 방금...


저 정말 너무나 멋진 사람이었네요?

회피하지 않은 게 아예 없지는 않지만


심하게 두근거리고 바짝 곤두선 신경줄을 가자고서도

하나하나. 직면했어요.

전쟁터에서 열심히 흙을 퍼다날랐고 전우들과 경쟁하면서도 함께 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고


배우고 또 배우고 짱돌을 맞아가면서, 얼굴 붉어지는 일을 수없이 겪고도


이 모든 것을... 배우기를 멈추지 않았고 지금도 더 배우기 위해 힘껏 살아가고 있다니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을만큼 최선을 다해서 살아온 저에게


키스를 날려요.


이기적이기보다 이타적이기를 주저않고 선택하는 제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독학이라고 표현했지만

저를 둘러싸준 가족과 친구들 동급생들 어른들 아이들 동물들과 자연, 적으로 보였던 수많은 존재들, 비와 바람과 태양과 눈, 짝사랑과 썸을 넘나들며 참 많이도 사랑했던 남자인 친구들 등과의 교류 없이

아무것도 배울 수 없었겠죠. 심지어 엉망진창의 학교가 없었더라면 이 모든 배움에 게을렀을지도 모르겠네요.


학교의 쓸모란 결국엔 자율성을 키워주는 것일까요... 하하하


오늘의 감사일기는 여기에 자연스레 적혔네요.




한바탕 적고나니


갈비뼈 속에 담겨있던

고동거리던 불안이

어느새 새근새근 잠들었어요.


언제 또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일어나거든


너를 탓하지 않고


우리 애기 일어났니?잘 잤어?

언니가 그동안에 해둔 일들 좀 봐 봐. 멋지지?


그런데 네가 있으면 사실 더 멋진 일들을 해내곤 해.

그러니 함께 가자.

네 손을 맞잡고 싶단다.


너를 떼어놓고만 싶었던 과거의 나는 토닥이고만 싶지만

그때마다 소외됐을 너도 이제는 포옥 안아주고 싶어.



미안했어.



언니 손... 잡아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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