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를 넘어 운영기획으로
1.
마케팅이라는 큰 틀 안에서 나는 참으로 다양한 업무를 맡아왔다.
브랜드 마케팅을 하고, 교육 프로그램과 매뉴얼을 만들고, 오프라인 리테일 브랜드를 개발해 운영하고, 회사의 업무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워크샵과 같은 행사를 기획하며, 사업 기획에 이르기까지...!
놀랍게도 이 모든 경험을 한 곳에서 쌓았다.
(혹시 스타트업이냐고? 부서 구분이 안되어있냐고? 아니다.. 나름 업력도 꽤 있고 부서 조직도 나눠져 있는 회사다.)
처음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늘 즐거웠지만,
어느덧 경력 10년 차가 되어가면서 '내 커리어의 방향성은 무엇인가? 여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맞는 걸까? 이게 바로 소위 말하는 물경력인가?' 하는 생각에 점점 고민이 깊어졌다.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이지?
나의 업은 뭐라고 내릴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울까? 그 질문으로부터 모든 고민이 시작되었다.
내 앞에 펼쳐진 수많은 관심사들, 마케팅이라는 틀 안에서도 브랜드 기획, 조직 관리, 사업 개발과 같은 다양한 영역에 끌리는 나의 마음.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세계에 발을 담그면서 공간 콘텐츠 비즈니스에 관심이 생기고 한편으론 HR 분야에 좀 더 깊이 파고들고 싶다는 생각, 거기다 적자를 흑자로 전환시키는 전략 기획의 매력에도 빠져들었다. 이 모든 것들 중에서 단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마치 바다에서 한 방울의 물을 고르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다.
2.
그러던 중 사이드잡으로 업무 외 시간에 2개의 프로젝트를 맡아 하게 되었다.
하나는 마케팅 전략 프로젝트고, 다른 하나는 오프라인 매장의 운영 컨설팅 업무였다.
두 가지 다른 일을 경험하며 나는 명확한 답을 찾게 되었다. 운영 컨설팅에서의 일이 내 마음을 더 크게 움직였다. 그 속에서 무엇이 나를 더욱 흥분시키고 즐겁게 하는지, 그 이유를 탐구하는 여정은 또 다른 발견으로 가득 찼다.
그렇다면 왜 나는 운영 컨설팅 일이 더 재밌을까?
운영 관리란, 마케팅에서부터 손익 관리, 브랜딩, 사업 기획, HR에 이르기까지, 내가 거쳐온 모든 길이 어우러진 업무의 집합체였던 것이다. 한때 내가 가볍게 여겼던 그 경험들이 실은 운영 기획이 요구하는 근본이었음을, 나의 다양한 경험들이 결코 흩어진 집중력의 결여가 아니라, 오히려 모든 영역에 걸친 귀중한 나만의 자산이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게다가 나는 무에서 새로운 유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문제를 찾아 원인을 파헤쳐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꼈다. 회사에서 매출이 떨어지거나 과도한 업무 등 여러 이슈가 터지면 '오 이거 방법이 있을거같은데..?' 하면서 방법을 파헤치곤 했으니까.
이제 나의 경력은 나의 무기가 되었고, 나는 내가 하고싶은 일은 "운영 기획"으로 정리되었다.
그리고 우연히 한 분을 알게되었는데...
바로 이분이다.
할리스, 미샤 등 적자 사업을 체질 개선을 통해 살려낸 분, 심폐소생 전문가!
이 분을 알고나서 나는 ‘체질 개선’이라는 말에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다.
그래, 내가 진정 원하는 건 기업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 그 길을 제시하는 이가 되는 것. 작은 개선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통찰과 용기, 분석력과 실행력을 갖춘 사람이었다.
나는 브랜드의 지속가능을 위해 필요한 모든 요소를 세심히 조율하는 일을 “브랜드 튜너” 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체질 개선이 필요한 브랜드들을 도와주고, 그를 통해 선한 브랜드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싶어요.
이제 그 목표가 선명해졌고, 그렇게 내가 나아갈 길도 확실해졌다.
나는 이 긴 여정을 내 커리어의 장기 레이스로 바라보며, 그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