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반경 300m 내 운동 시설이 5개 넘게 있어요.
1:1 PT샵부터 부티크 피트니스, 필라테스, 그리고 대형 피트니스센터 까지요.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은 차치하고요)
이들은 치킨 게임을 하고 있어요.
한 곳에서 1:1 무료 pt 3회권을 내걸면 다른 곳에서는 7회권을 만들죠.
덕분에 3개월은 거뜬히 무료로 PT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10년전과 지금, 운동 시설에 대한 선택 폭은 엄청나게 넓어졌어요. 예전에는 헬스, 요가, 필라테스 정도였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룹 운동, PT 전문, 크로스핏, HIIT 등 다양하잖아요.
그런데 이상하죠. 시설은 계속 좋아지는데 서비스나 운영 방식, 트레이너의 고객 관리 역량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바뀌진 않은 것 같아요.
헬스 시설은 마치 미용실이나 세탁소처럼 우리 일상에 늘 자리했던 곳인데 이제 막 개인 서비스업에서 사업화로 전환하는 단계인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규모는 커졌지만 이렇다 할 비즈니스 시스템 없이 아직은 서로 밥그릇 뺏기만 하는 것 같달까요?
(기존의 헬스장을 비롯해 GX, 필라테스 등을 통틀어 피트니스라고 보겠습니다. )
피트니스는 기본적으로 멤버쉽 서비스입니다. 리텐션이 중요하죠.
게다가 이들의 포지셔닝은 운동 자체의 즐거움 보다는 지극히 목적 중심적 (다이어트, 건강 등) 형태였으며, 저렴한 가격이 고객에게 중요한 선택 요소였어요.
때문에 아래와 같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공급자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이 낮았으며
수익성이 낮았기 때문에 사업성이 확장되기 어려웠습니다.
고객은 언제라도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었으며, 낮은 수익성에 따른 수업 퀄리티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고객 만족이 쉽지 않았죠.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 “부티크 피트니스”입니다.
작년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F45가 바로 부티크 피트니스죠.
이미지 출처 : f45 홈페이지
기존 운동 시장의 대체재로서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부티크 피트니스는 여러 장점이 있는데요.
먼저 성격 면에서 고유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운동에 게이미피케이션을 접목해 몰입을 높였구요.
가격 중심에서 가치 중심으로, 운동 종류 중심에서 프로그램 중심으로, 일방적인 수업에서 양방향 참여 형태로 바꾸며 브랜드 가치를 만들고 있어요.
앞으로의 브랜드 가치는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느냐’가 중요해요.
때문에 상대적으로 커뮤니티 성격이 부족한 개인 운동 시장은 경쟁이 더 과열되고 커뮤니티 중심의 그룹 운동 시장은 더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요.
또한 공간 중심으로 보면, 부티크 피트니스는 일반 헬스장에 비해 필요한 면적이 적기 때문에 훨씬 공간 운영 면에서 유리하고, 때문에 오피스 상권 중심의 지역 집중 전략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져요.
부티크 피트니스의 글로벌 트렌드에 맞물려 국내 브랜드들도 많이 등장했는데요.
이들의 가장 큰 사업 전략은 “가맹”전략으로 보여져요.
최근 몇 년 사이에 F45의 매장은 약 40개, 슬릭부스트는 약 20개, 좋은습관은 약 50개, 그리고 버핏서울도 올해부터 가맹 사업을 시작했어요.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며 천천히 정착해야 할 산업이 오히려 유행이 된 느낌이죠. 골프, 테니스, 러닝처럼요. 빠르게 타오르는 불은 빠르게 꺼지기 마련이라 산업을 혁신하는데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돼요.
현재의 사업 구조면에서나 높은 경쟁 측면에서 걱정되는 부분이 있지만,
1. 단순한 운동 공간을 넘어 관련된 상품과 경험을 판매하는 리테일 플랫폼으로 기능을 확장할 수 있어요.
피트니스는 “경험 콘텐츠”예요. 경험은 구매 심리를 자극하죠. 피트니스 공간을 쇼룸 방향으로 기획한다면 나의 고객을 “회원”에서 “운동 관련 상품 브랜드”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2. 종합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공간이 되며 이 자체를 하나의 상품으로 호텔, 몰, 아파트 등 핵심 공간 콘텐츠의 역할을 할 수 있어요.
미국의 Lifetime이라고 하는 피트니스는 이름 그대로 “고객의 더 나은 삶”에 집중해요. 부모 회원이 운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키즈 센터를 함께 운영하고, 일과 건강의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코워킹 스페이스를 만들었어요. 92년도 피트니스로 시작한 이 브랜드는 현재 주거공간까지 확대했죠.
이미지 출처 : 라이프타임 홈페이지
물론 공간 비즈니스로 성공하기 전에 피트니스는 안정적인 운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해요.
트레이너라는 직업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 문화와 인사 시스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회원 케어와 나아가 고객 행동 예측 및 매출을 예측하고 전략을 세울 수 있는 데이터 시스템
가격 경쟁에서 넘어가 가치를 제안할 수 있는 고유의 프로그램과 브랜딩 전략
등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공간 비즈니스로도 확장할 수 있을거예요.
특히 이건 개인만의 노력으로는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산업 전반의 변화가 필요한 때 입니다.
한국의 피트니스 시장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입니다.
지금까지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하는 데 집중해 왔지만,
앞으로는 공간 비즈니스로서의 잠재력을 살릴 필요가 있다고 여겨져요.
분명히 확실한 브랜딩과 안정적 운영 시스템을 갖춘 곳이 업계의 분위기를 바꾸고 판을 리딩할거예요.
개인적인 바람은 본질적인 서비스의 질을 올려줄 수 있는 플랫폼이 나타나서
각자 도생하고 있는 트레이너와 피트니스 센터를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저도 유목민 생활을 청산하고 믿을만한 센터에 다니고 싶거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