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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만드는 공간 #3 [무심헌 티하우스]

by 쟌나

무심헌, 중국 운남성에서 재배한 보이차를 판매하는 브랜드다.


무심헌은 남편덕에 알게되었다. 어느날 남편이 보이차를 3만원주고 사왔길래 “보이차 마트에서도 살수있는데 무슨 삼만원이나 주고샀어! 그리고 차를 누가 마셔!!” 라고 꽥 짜증을 냈었다. 그런데 남편이 차를 사게 된 경위를 들어보니 꽤 재밌었다. 친한 형이랑 차를 마시러 갔는데 알고보니 예약제였다. 할수없이 나가려는 남편 일행을 사장님이 붙잡았고, 1층 바에서 시음 차를 내어주며 차의 산지와 마시는 법, 차 별 특징에 대해서 몇시간이나 열성적으로 설명해주었다. 한참을 사장님과 얘기하며 마시다 이제 일어나려고 계산하려고 하니 사장님이 그냥 가도 된다고 하는거였다. 그래서 감사하기도 하고 차가 꽤 맛있기도 해서 사오게 된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고나니 보이차에 대해 많은 이야기거리를 갖고있는 이 브랜드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예약을 하고 다녀오게 되었다.




한옥, 종로, 그리고 차



무심헌은 종로구 봉익동에 위치해있다. 종로 3가에 가깝다. 1층은 차와 다기 등을 파는 쇼룸으로, 2층은 차를 마실 수 있는 예약제 룸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옥과 종로라는 위치가 브랜드가 주는 느낌과 참 잘어울린다.




1층은 5평 남짓 되어보인다. 들어가면 왼편에는 판매중인 차와 다기들이 보이고 오른편에는 차를 내는 테이블이 있다. 명상음악같은 잔잔한 음악이 분위기를 차분하게 이완시킨다.





옛날 문짝으로 만든것같은 테이블이 신기하여 물어보았더니 중국에 옛날 자재를 리사이클링 하는 곳에서 구입하셨다고 한다. 역시 예사 테이블이 아니었다.



차를 준비하는 공간


차는 1년에 한번, 중국 운남으로 직접 출장을 가 엄선하여 들여온다고 한다. 1년에 재배되는 수만은 찻잎 중 엄선하여 들여온 차, 기대된다.



티룸에서는 2시간동안 오롯이 차를 즐길 수 있다. 차는 보이생차, 보이숙차, 홍차, 백차가 있다. 같은 찻잎인데 말리고 숙성하는 방식에 따라 구분된다고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차는 보이숙차. 조금 더 숙성하여 맛이 편하지만 차 자체의 향은 아무래도 생차보다는 조금 떨어진다고 한다.


백차는 찻잎을 까서 건조하는 단순한 방법으로, 부드러운 맛과 향이 특징이다.

또 산지마다도 숙성 방법이 달라 지역별로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고 한다.


차 별로 재배 년도와 맛 설명이 써있는데 꽃나무, 우디향, 단맛, 청명한 맛, 이런 류의 설명이 마치 커피 원두 같기도 하고 와인 같기도 하다. 다 먹어보지 않고는 못베기게 만드는 설명이다. 우리는 달콤한 꽃향기가 난다는 고수백차와 마시면 시원함과 청량감이 느껴진다는 대호채 보이생차를 선택했다.


온전히 차에 집중한 2시간




2층은 딱 2테이블만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이다. 코로나 예방차원에서 현재는 2시간 단위로 한 팀만 이용 가능하다. 우리 팀만 있으니 마치 고즈넉한 한옥 스테이에 온 듯 했다.



소품 하나하나 세심한 손길이 느껴진다.



2층에 앉아있으면 1층에서 차 준비를 마치고 위에 올라와서 세팅을 해준다. 차는 다기의 용량에 맞춰 계량되어 온다. 차를 우리는 개완과 차호, 차를 따르는 그릇 (이름을 까먹었다), 거름망, 그리고 찻잔이 준비된다. 개완은 작가와 협업해 만들었다고 한다. 다른 작가들과 협업하여 자신의 색을 만들어나가는 이런 시도들 정말 좋다!


앙증맞은 차호, 하지만 쓰다보면 개완에 더 손이간다고 한다


차를 우리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사실 별거 아닌 과정이지만 이렇게 설명을 듣고 마시면 더욱 마시는 재미가 있다. 차를 마시고, 빈 찻잔의 향을 맡으며 차를 우려낼 수록 변하는 향과 맛을 느껴보라고 했다.


배운대로 잘 따라하는 중


차 마시는 방법을 배우고나면 이제부터 1시간~1시간 반 정도는 우리만의 시간이다. 한가지 차를 먼저 3~4번씩 마시며 음미해보고, 다음차를 마시며 또 다른 차의 맛에 집중해본다.



백차는 설명에 있던 것처럼 부드럽고 끝에 단맛이 감돈다. 백차는 솜털이 덮인 차를 그대로 건조시킨 차 인데, 솜털에서 단맛이 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보이생차는 첫맛이 굉장히 떫지만 우려낼 수록 떫은 맛은 점차 사라지고 맑고 진한 차의 향기만 남았다. 새로 우려낼 때마다 맛이 조금씩 달라 빨리 맛보고 또 우려내고 싶은 조급한 마음마저 든다. 둘다 각자의 매력과 개성이 강하다.




한시간 정도 지났을까, 사장님이 다식을 준비해주셨다. 원래는 차만 즐기는 공간이지만, 코로나때문에 집에서 뭔가를 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직접 만든 다식을 하나씩 가져오신다고 한다. 찻잎으로 만든 홍차 파운드케잌과 친구가 보내주었다는 감귤정과를 준비해주셨다.


차를 그냥 마셔도 좋지만 다식과의 궁합도 좋았다. 일부러 처음부터 내지 않고 차를 충분히 즐긴 다음에 주신것도 세심하게 느껴졌다. 두시간의 차 시간이 금새 지나갔다.





무심헌에서 있었던 2시간은 온전히 차, 그리고 무심헌이라는 브랜드에 집중했던 시간이었다. 어느 공간에서 이렇게 브랜드와 제품에만 집중할 수 있을까? 무심헌은 온라인으로 차를 판매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차를 우려내는 경험을 제공하는데, 직접 경험해보니 오프라인의 역할을 제대로 충실히 하고있었다. 주인의 전문성, 위치, 2개 층으로 명확히 구분된 공간의 용도, 음악까지 어느것하나 빠지지 않고 무심헌이라는 브랜드와 제품을 설명해주었다.


돌아오는 길, 같이 갔던 남편은 집에서도 차를 마시며 놀겠다고 인터넷으로 개완을 구입했다. 차를 가까이 즐기는 차생활을 제안하는 무심헌의 의도가 먹힌 셈이다.



[경험을 만드는 공간] 시리즈

브랜드 철학이 확실한 공간을 나만의 시각으로 해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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