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사라졌다’ 인터뷰
“미학적이고 감각적인 방식으로 설명하는 영화”
“관객의 마음 깊은 곳 무언가 일깨울 수 있길”
영화 ‘첫눈이 사라졌다’는 지난해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이끌어냈다. 몽환적이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미장센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이에 더해 주연을 맡은 알렉 엇가프가 빚어내는 신비로운 분위기 역시 영화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를 통해 얼굴을 알린 후, 이제는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며 숨가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알렉 엇가프. 그에게 있어 ‘첫눈이 사라졌다’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영화 ‘첫눈이 사라졌다’(감독 마우고시카 슈모프스카, 마셀 엔그레르트)는 영혼을 깨우는 최면술사 제니아(알렉 엇가프)의 등장으로 폴란드 바르샤바의 한 부유한 마을이 들썩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 속 슬픔과 갈망을 들여다보는 최면술사 제니아. 그의 능력은 순식간에 입소문을 타고 마을 사람 모두가 그를 만나고 싶어한다.
알렉 엇가프가 연기한 제니아는 쉬이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그의 과거를 엿보게 하는 몇몇 장면은 있지만,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대사는 극히 적고, 되레 다른 인물들의 내면만을 깊게 파고든다. 동시에 알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내며 영화의 무게중심을 잡는 인물 제니아. 무엇 하나 명확하지 않은 그를 알렉 엇가프는 어떻게 표현해내려 했을까.
“제니아라는 인물은 굉장히 다양한 감정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그 중에서도 감독님이 가장 제니아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표현들을 영화에 사용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미하일 불가코프의 책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주로 떠올렸다. 책에 볼란드라는 악마가 등장하는데, 그는 존재 자체로 ‘악함’을 나타낸다. 제니아는 바로 그런 인물로 그려지길 바랐다.”
제니아라는 캐릭터가 갖는 복잡한 내면과 영화에서 갖는 기능적 위치에 대해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통해 빗댄 알렉 엇가프. 소설 속 악마 볼란드는 존재 자체로 악함을 그리지만, 동시에 선과 대립하는 존재의 악이 아닌 나름의 규칙을 갖는 심판자에 가깝다. 그렇기에 알렉 엇가프는 볼란드를 통해 제니아를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일 터, 다만 그는 소설과 달리 영화가 보다 감각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꾸려간다고 말한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내용을 말해주는 방식보다 미학적이고 감각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런 덕분에 오히려 이 영화가 내 마음은 물론 여러분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를 새롭게 깨워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낯선 곳에서 온 영혼 치료사 제니아를 연기했고, 그는 부유하지만 마음의 병을 간직한 마을을 구원한다. 그러나 제니아가 어떤 이물인가에 대해서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무어라 단정지을 순 없다.”
한편 알렉 엇가프는 영화에 대한 호평에 “기분이 좋다”며 솔직한 심경을 전하면서도, 그를 향한 칭찬에는 “모두의 노력이 있었던 덕분”이라며 겸손을 표했다.
“영화에 대한 호평을 듣는 것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특히 우리 부모님이 좋아하신다.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고 돋보일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이 작품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노력 덕분이다. 특히 마우고시카 슈모프스카 감독과 마셀 엔그레르트 감독, 두 사람과 함께한 경험은 매우 특별했다. 매 순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활용하고, 몰입할 수 있게 해줬다.”
영화 ‘첫눈이 사라졌다’는 10월 극장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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