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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씨네 WeeCine Nov 17. 2021

타인의 고통 feat. 다큐멘터리 리뷰

짧게 쓰기 프로젝트

다큐멘터리 : When the west brings civilization back to Africa(2008)


‘연민하기’를 넘어 공감과 고민, 실천에 이르기까지


수전 손택이 집필한 ‘타인의 고통’은 전쟁의 상흔을 담은 여러 이미지가 대중에게 반복적이고, 손쉽게 노출되고 있는 현재. 상처 입은 이들을 충분히 대상화하고, 타자화할 수 있는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와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누군가의 고통, 특히 전쟁의 참혹함을 담은 이미지(사진)가 상업적으로 무분별하게 이용 및 유통되고 있음을 짚으며 논의를 시작했다. 고통의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안전한 곳에 있는 ‘우리’는 그네들의 고통에 안타까움과 연민을 표하며 스스로에게 도덕적 면죄부를 쥐어주지만, 이내 다른 ‘현실’ 속 문젯거리로 눈길을 돌린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를 통해 끔찍한 고통을 관음 하는 것에 머문다며 사진이 갖는 기능에 비판을 가했으나, 수전 손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고통을 사진으로 남기고 공유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전히 사진을 통해 고통을 재현하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역사와 사실을 기억하고 상기시키는 이유다. 


‘우리’는 고통을 담은 사진을 만드는 것도, 보는 것도 두려워하지 말되 함부로 재단하고, 이해했다고 단언하며, 연민한 뒤 멀어지지 말아야 한다. 다만 우리는 아픔에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네들이 겪는 고통에 책임이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이와 같은 시각에서 다큐멘터리 ‘When the west brings civilization back to Africa’(2008)는 수전 손택이 ‘타인의 고통’에서 갖는 태도와 같은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다큐멘터리는 한 백인 여성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아프리카 봉사 활동 프로젝트를 떠나기 전후로 달라져가는 그의 사고가 퍽 인상적이다. 


아프리카 오지 마을에 문명의 이기를 전하기 위해 모인 ‘백인 학생 그룹’에 속한 화자는 아프리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함을 제시하면서도 ‘진정한’ 아프리카를 경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환상에 쌓여 있었다. 그가 접했던 기아와 빈곤, 전쟁의 참상 따위를 은연 중 떠올리던 것이다. 엔쿠브 마을은 그런 저열한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적합한 장소였는데, 가난하고, 식수가 부족하며, 마을 주민들은 봉사를 오는 백인 미국인에 대한 동경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화자를 비롯한 백인 학생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선민의식을 충분히 고양시켰을 터다. 허나 화자는 이에 머물지 않고 엔쿠브 마을 주민들의 일상과 사고, 백인을 대하는 태도와 그네들이 처한 고통의 근본 원인을 고민해보는 과정을 통해 한발 나아갔다. 


먼저 그는 아프리카에 대한 고정관념과 이미지에 갇혀있었고, 스스로에게 특권이 있음을 인정한다. 더불어 제국주의 시대 서구문명의 아프리카에 대한 착취가 현재 그네들의 고통을 형성하는데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을 깨닫고 책임감을 갖는다. 


백인의 봉사 행위가 순수한 행복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남을 것이라 여겼던 것이 ‘순진한’ 생각임을 인정한다. 그리고 그러한 연민에 빠져있을 것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다큐멘터리는) 인종적 위계와 경제적 불평등이, 구조적 모순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무엇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실천하려 한다. 


그렇게 다큐멘터리는 여러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한때 최빈국이자 전쟁의 상흔에 좌절하던 국가의 후손으로서, 현재는 충분히 ‘그들’의 고통을 타자화할 수 있는 입장에 있는 이로서, 고통을 재현하는 이미지가 국내 미디어 환경 속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와 같은 현상에 대해 고민해야 함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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