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정서 사라진 채 피로함만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가 개봉 소식을 알렸다. 화려한 액션과 독창적인 B급 감성으로 무장해 전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킹스맨’ 시리즈. 허나 이번 작품에서 전작과 같은 개성을 찾아보긴 힘들겠다. 그보다는 ‘007’ 시리즈에 대한 패러디만이 가득해 당혹감이 앞선다.
역사상 최악의 폭군들과 범죄자들이 모여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할 전쟁을 모의하는 광기의 20세기 초. 영국의 옥스포드 공작(랄프 파인즈)은 전쟁을 막기 위해 비밀리에 독립 정보기관을 설립한다. 허나 이미 총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온 상황,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던 대전쟁이 발발하고 독립 정보기관 ‘킹스맨’은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감독 매튜 본)는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할 전쟁을 모의하는 역사상 최악의 폭군들과 범죄자들에 맞서, 이들을 막으려는 한 사람과 최초의 독립 정보기관 ‘킹스맨’의 기원을 그렸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007 스펙터’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명연기를 선보여왔던 랄프 파인즈가 주인공 옥스포드 공작을 연기했다.
영화의 장점은 명확하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큰 고민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킬링 타임 무비다. 경쾌하고 화려한 액션과 20세기 초 유럽의 사치스러운 귀족 저택의 모습이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비밀 정보기관 ‘킹스맨’의 설립 비화부터 상상력이 가미된 중대한 세계 역사의 뒷이야기가 흥미를 돋운다.
허나 조금만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하나 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요소들이 넘쳐 당혹스럽다. 먼저 영화는 ‘007’ 시리즈에 대한 패러디가 가득하다. 스코틀랜드인 악당이 이야기의 절정에 이르기까지 그림자에 숨어있던 것부터 빌런 조직을 상징하는 의문의 반지 등 영화는 시종일관 고전 스파이 장르 영화의 문법을 그대로 빌려왔다.
문제는 적절한 변주나 유머, 색다른 이야기 없이 그저 익숙한 감상만을 남겼다는 것에 있다. ‘킹스맨’의 첫 번째 이야기에서 보여줬던 과감한 비틂이나, 거침없는 연출은 온데간데 없다. 이야기의 중반 약간의 반전에 놀람을 느끼기도 했지만, 결국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구성은 지나치게 올드해 식상함을 넘어 피로감이 샘솟는다.
평화를 사랑하는 영국 왕과 공작, 전쟁에 미친 독일 황제, 수도승에 홀려 국정을 파탄 낸 러시아 황제, 영국 귀족과 왕실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 킹스맨 설립 멤버로 활약하지만 구색 맞추기 식으로 기워 넣은 티가 역력한 여성과 흑인 집사에 이르기까지, 아무리 짜임새 있는 구성이나 개연성을 기대하기 힘든 장르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이는 과하다. 성의 없는 연출과 이야기에서 관객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느껴지지 않는다.
요컨대 독창적인 ‘킹스맨’ 시리즈만의 매력과 화려한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크게 실망할 수 있는 작품이다. 몇몇 액션에서 눈길을 그는 요소들이 있었지만, 결국 익숙하다 못해 고루한 문법에 피로만 쌓인다.
개봉: 12월 22일/ 관람등급: 청소년관람불가/감독: 매튜 본/출연: 랄프 파인즈, 해리스 딕킨슨, 리스 이판, 젬마 아터튼, 디몬 하운수, 매튜 구드/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러닝타임: 130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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