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올해 출판한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난다, 2022)이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네요. 전국의 도서관에서 책을 만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힘겹게 쓴 책인데, 많이 읽혀 다행입니다.
아래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에서 책 서술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https://diversitas.kr/book/32/rea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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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 스스로를 아프게 하는 질문
천안함 생존 장병의 트라우마에 대한 책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를 쓰는 과정은 간단치 않았다. 기존에 출판한 내 책을 읽던 독자들은 진보적 가치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 책은 그 독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보수가 이용하고 진보가 외면하고 군대가 낙인찍은’ 천안함 생존 장병의 고통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진보 진영 역시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도 독자들의 심리적 죄책감을 덜어 낼 출구를 만들 수 있었다. 천안함 사건이 오늘날과 같이 정치적 논쟁 사안이 된 데에는 당시 정권 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과 국방부의 책임이 컸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 발생 직후 “내가 배를 만들어 봐서 아는데 배가 생각보다 쉽게 부러질 수 있다.”고 말하며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부정하고 함정 자체의 사고라고 여기던 이명박 대통령이 그해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둘러 ‘북한 잠수정 어뢰에 의한 침몰’이라고 민군 합동조사단의 결과를 발표했을 때, 사람들이 그 의도를 의심하는 건 놀랍지 않은 일이었다.28)
2021년 방영된 <PD 수첩-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방송의 유튜브 댓글에는 당시 정권을 비난하는 내용들이 가득했다. 당시 정권과 국방부는 분명 잘못된 행동을 했다.
문제는 그렇게 천안함 사건을 정리해 버리는 사고방식이다. 그렇게 보수 진영을 욕하는 방식으로 그 사건을 이해하고 지나가면, 진보 진영은 천안함 사건을 대하는 감정적 출구를 찾을 수 있지만 스스로를 정직하게 돌아보는 질문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런 사고방식으로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없었고, 미래의 천안함 사건을 예방할 수 없었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이 참사 이후 겪었던 고통에 있어서 진보 진영은 가해자이거나 최소한 방관자였다.
그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생존 장병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던 이들과 그 행동에 암묵적으로 동조했던 스스로를 아프게 하는 질문을 찾아 집요하게 물어야 했다. 그게 세월호 생존 학생과 천안함 생존 장병을 연구했던 사람이 써야 하는 글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