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승섭 Jul 28. 2019

<제인스빌 이야기> (에이미 골드스타인, 2019)

나는 한국의 기자분들도 에이미 골드스타인처럼 총체적이고 다면적인 현실을 담은 르포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역량을 지닌 뛰어난 기자분들을 여럿 알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는 그들에게 그런 작품을 기대하는 사회적 문화와 그런 작업에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이 모두 부재하다.


쌍용자동차와 평택, 대우조선과 거제, 한국 GM과 군산.


..................


- 고통스러운 현실을 감추고자 멀쩡한 겉모습을 유지하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중산층에 속했던 사람들이 계층 사다리의 아래쪽으로 밀려날 때 벌어지는 일이다.


- 그들은 GM 노동자들처럼 전미자동차노력 제95 지역노조에 속했지만, 그들의 근로계약에는 지금처럼 해고될 경우에도 노조의 실업급여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별도 규정이 없다. 그래서 GM 해고자들처럼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동안 주어지는 한시적 완충 장치가 그들에게는 없었다.


- 그가 한 것은 직장을 이미 잃었거나 조만간 잃을 사람ㄷ르을 도울 수 있는 지역 내 모든 기관과 조직들을 열거한 가이드북을 만드는 일이었다. (중략) 다만 가이드북에 도우미 기관들의 이름뿐 아니라, 괜찮을 직장을 다니다가 해고되었을 때 무너지는 감정을 추스리는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지침을 포함시키는 것이 유용할 것 같았다. 그래서 가이드 북에 <해고 이후에 해야 할 일>이라는 제목의 짧은 글을 넣었다. 글은 열 다섯 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었는데, 첫 번째 항목은 실직 이후 찾아오는 심신 무기력증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무끄러워하지 말라. 해고된 것은 당신의 잘못 때문이 아니다."


- 회사는 결국 값이 저렴한 소형차를 미국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물론 앞선 GM의 초소형차 아베오가 그랬던 것처럼 부품의 상당수는 한국에서 만들어질 예정이었다. 이 결정은 거대한 의문을 수반했다. 노조와 합의한 임금을 지급하면서 수익을 내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중략) 그것은 회사에 이중의 임금체계를 허용해 신규 채용된 노동자에게 시간당 임금을 14달러만 지급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이는 표준 임금인 시간당 28달러의 절반이었다.


- 빵과 고기와 통조림을 받으려고 수치심을 억누르며 이른 아침부터 건물 앞에 줄을 선 사람들 사이에는 한 해 전까지 에코의 기부자였던 이들도 있었다.


- 그의 마음이 이런 혼돈 속을 갈팡질방할 때, 한 가지 이상했던 점은 그 누구에게도 이 좋지 않은 상황과 관련해 책임을 묻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 반면 특별최직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당장의 필요 때문이었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건강보험이었다. 특별퇴직을 받아들이면 6개월동안은 고엑스를 통해 새로운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었다. 이것이 그가 가진 모든 나쁜 선택지들 가운데 특별퇴직이 그나마 최선으로 보였던 이유다.


- 학교에 입학한 해고 노동자들이 샤론과 블랙호크의 강사들을 가장 놀라게 한 것은 많은 이들이 컴퓨터 다루는 법, 심지어 전원 켜는 법조차 모른다는 것이었다.


- "노동조합의 노력이 없었다면 중산층에 안정된 삶을 가져다준 모든 개혁조처들은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 "저희한테 고마워하실 필요 없어요."/ 메리가 남자에게 말했다. /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저희에게 더 큰 의미가 있어요."


- 팀은 관용적이고 초당파적인 정신을 매디슨에 다시 불러일으키려고 진지하게 노력하는 가운데 자신이 혼자라고 느꼈다.


- "일자리를 얻기 위해 나는 뭘 해야 하죠? 제가 중국 사람들 정도의 돈을 받고 일해야 하나요? 시급 1달러를 받고서?"


- 이날 모험의 성패를 가를 마지막 관문은 계산대다. 케이지아 일행은 이 상황에 딱 맞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엄마가 보통의 엄마들처럼 음식을 사지 않는다는 것을 들켜서는 안된다. 그래서 소녀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줄을 서서 인출기에서 뽑은 빳빳한 20달러짜리 지폐를 엄마에게 슬그머니 찔러준다. 엄마는 저스틴이 건네주는 쿠폰을 받는 것처럼 쉽게 그것들을 받는다.


- 날이 밝으면 딸들은 아빠가 자기들을 깨웠다는 사실을 거의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딸들은 집에 오는 즉시 자기들 방에 들러달ㄹ라고 매번 아빠에게 부탁한다.


- 자살률은 미국 전역에서 급증했다. 1930년대의 대공황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 2년 만에 자살률이 네 배로 치솟았다.


- 헬스넷은 거의 20년동안 건강보험이 없거나 치료비가 부족한 사람들을 힘닿는 만큼 치료해온 다운타운의 무상 의료 기관으로 매우 적은 자본으로 운영된다.


- 푸드 셰어는 알리사와 케이지아의 아르바이트 수입을 고스란히 가구 소득에 포함한 뒤 소득 총액이 기준선을 넘는다는 이유로 휘태커 가족의 수급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작가의 이전글 [기고글] 그러기엔, 너무 찬란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