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길교회 강의, 요한복음 8장
2017년 12월 10일 평신도 열린 공동체인 새길교회에서 초청을 받아 했던 말씀증거 시간에 나눈 이야기입니다. 기독교 신자가 아닌 제게 귀한 시간을 내준 새길교회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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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에서 일하는 김승섭이라고 합니다. 두 달전 새길교회에서 말씀증거 시간에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겠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 말씀이 감사하면서도 걱정이 되어 두 가지를 여쭈어 봤어요. 첫째는 제가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아닌데 그 자리에 서도 괜찮은지, 또 하나는 제가 성소수자 인권운동이나 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원과 같은 한국의 일부 보수 기독교에서 싫어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저 같은 사람을 초청해서 혹시 곤란해지지 않으실지 걱정이 되어 물었습니다. 둘 다 모두 흔쾌히 괜찮다고 말씀해주셨고요. 그렇다면 용기를 내보겠습니다. 라고 말씀을 드리고 준비를 했습니다.
성경에서 오늘 이야기할 구절을 하나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참 좋아하는 요한복음 8장을 골랐습니다. 바리새인들이 간음한 여성을 데리고 와서 예수에게 묻습니다. ‘율법에 따르면 이 여인을 돌로 치라고 되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라고요.
이 질문은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지혜를 구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함정에 빠트리기 위한 질문이지요. 예수는 그동안 구약의 계율을 지킬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나 세리들과 함께 어울리며 그들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고 말했던 존재이면서, 구약의 계율을 완성하기 위해온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스스로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간음한 여성의 편을 들면 구약을 어기는 사람이 되고, 구약의 계율에 따라 여성을 돌로 치라고 말하면 자신이 그동안 말해온 사랑과 어긋나는 것이지요.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논리적 오류에 빠지는 이 상황을 두고 바리새인들은 묻는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예수가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땅에 무엇인가를 긁적이는 장면입니다. 이제 막 서른 살이 넘었던 예수는 그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하느님 아버지의 이름을 빌려 사회적 약자나 어려운 이들에게 질문이 아닌 혐오를 말하는 그 모습속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질문은 타인의 상황에 대한 공감과 어떻게 해야 더 나아질 수 있을지에 대한 마음을 함께 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이 여인의 삶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혹은 ‘우리가 이 여인의 삶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라고 묻는 것이 아니라 ‘이 여인을 때리는 것이 맞습니까’라고 바리새인들은 질문했던 거지요.
저는 세월호 참사 생존학생들을 만나는 연구를 세월호 특조위 연구책임자로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바리새인들의 질문을 만났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참사로 인해 사망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부패와 무능 같은 명백한 잘못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와 함께 의도하지 않고 행하는 폭력들이 있었습니다. 참사에서 생존했던 학생 한 명이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 대학 총장님께서 힘든 시간을 견디고 여기까지 와준 그 학생이 자랑스러우셨던 것 같아요. 입학 축하연설에서 말씀을 하셨지요. ‘이 자리에는 단원고 생존학생이 있습니다.’ 지금은 다를 수 있지만, 그 때만 해도 세월호 참사가 낙인처럼 작동하던 때였거든요. 나쁜 마음이 아니셨을테지만, 그 순간부터 그 친구는 자신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분들과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처음에는 피해자였다가 어느 순간 언론들에 의해 기득권이 되고 또 어느 순간 가해자 마냥 취급받았습니다. 그 핵심 이유 중 하나는 배보상 금액이었거든요. 언론과 텔레비전에서 그 금액을 망설임없이 편안하게 이야기 했지요. 제가 연구를 하며 일본의 대학에서 일하시는 문화인류학자 교수님을 뵌 적이 있어요. 쓰나미로 인한 일본의 재난 피해지역을 연구하는 분이셨는데, 그 분이 제게 물으시더라고요. “왜 한국에서는 재난 피해자에게 가는 지원금액을 왜 그렇게 함부로 언급하는지 모르겠다. 재난이 발생한 지역에는 항상 많은 돈이 들어가지만, 그 금액을 말하지 않는다. 그 금액을 입에 올리는 게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국가에게 도움이 되는가? 둘 다 아닐텐데.”
그러면서 텔레비전에 나와 어떤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경우를 봤어요. “북한과의 교전으로 인해 사망한 군인들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받은 금액이 더 크지 않냐? 이게 말이 되나?” 저는 이 질문이 바리새인의 질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국방을 지키다 사망한 아까운 생명에게는 당연히 올바르게 보상해야지요. 그렇다면 세월호 유가족들이 받는 돈에 대해 폄하하거나 함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국방의 의무를 수행했던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게 제대로 보상하라고 말해야 하지요. 그래야, 우리가 한 걸음이라도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니까요.
성소수자 연구도 제가 계속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박사를 하는 동안에는 남성 동성애자 교수님의 프로젝트에서 일하기도 하고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하신 교수님의 수업을 듣기도 했어요. 한국으로 온 다음에 상황을 보니 암담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살로 죽고 있었고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고요.
동성애가 질병 목록에서 빠진 게 40년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어떠한 정신과 교과서도 어떠한 전문가 협회도 동성애가 질병인지 아닌지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동성애는 명백히 질병이 아닙니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동성애자가 활동하고 있지요. 2017년 현재 전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인 애플의 CEO인 팀쿡은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입니다. 올해 초 MIT에서 졸업연설을 팀 쿡이 했는데, 관련한 신문기사에서 팀 쿡이 동성애자라는 내용을 등장하지 않습니다. 팀 쿡은 동성애자여서 CEO가 된 게 아니니까. 다만 뛰어난 능력을 가진 그가 CEO가 되는 데 있어 그가 동성애자인게 방해가 되지 않았던 거지요.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의도하지 않았지만 가해지는 폭력들이 성소수자들에게 참 많습니다. 언제인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쁜 의도가 아니셨을 거예요. 대학의 한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동성애 찬성, 반대를 놓고서 학생들을 토론을 시키신 거예요. 여러분, 차별금지법은 찬성 vs 반대를 놓고서 토론을 할 수 있어요. 법을 만드는 일이니까. 그런데 동성애는 그 뜻이 ‘어떤 사람을 애틋해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찬성, 반대는 말이 안되는 이야기예요. 그 강의실에 교수님은 모르셨겠지만, 여성 동성애자가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이 친구는 겁났던 거지요. 동성애 찬성 편에 서서 토론을 하면 내가 드러나지 않을까. 그래서 동
성애자인 그 친구가 동성애 반대편에 서서 토론을 합니다.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이야기를 자기 입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지요. 그 시간을 견뎌내야 했던 그 친구의 삶을 생각해봐요. 어떤 마음이었을까.
요즘 특히 많이 이야기되는 것은 HIV 감염과 AIDS에 대한 것이예요. 1981년 미국에서 첫 AIDS 환자가 발생했을 때, 그 때 5명의 환자가 모두 동성애자였어요. 당시에는 AIDS에 걸리면 2년내로 40%가 죽는 무서운 병이었어요. 그런데 90년대를 지나면서 약이 급격히 좋아지면서 HIV 감염은 당시와 전혀 다른 질병이 되었습니다. 2017년 기준으로 의학계에서 공인된 이야기를 드리면, 20살에 HIV에 감염되면 미국과 캐나다를 기준으로 평균 70살까지 살 수 있어요. 그리고 HIV 감염은 이제 막 발생해서 우리가 모르는 병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고 어떻게 해야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수천편의 논문이 있어서 이제는 과학으로 관리가능한 병이 되었어요.
이런 질병을 두고서 사람들은 동성애자에서 유병률이 높다는 이유로 낙인을 찍습니다. 이것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일인데요. 무엇보다도 이런 낙인은 HIV에 감염된 사람들의 건강을 해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하게 되고 약을 정기적으로 먹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미국질병관리본부 발표에 따르면 약을 제대로 복용해서 체내 바이러스 농도가 어느 정도 밑으로 내려가면 콘돔과 같은 수단을 쓰지 않더라도 성관계시 상대방에게 전파가 되지 않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바이러스 전파를 막고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인데, 주변 사람들이 ‘어, 그 끔찍한 HIV에 걸렸어?’다고 말할까봐 감염사실이 알려질까봐 병원에 가지 않고 약을 먹지 않는 것이지요. 그런 낙인의 의도가 무엇이건 아직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이 HIV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지요.
지난 30년간 HIV 발생환자에 대한 질병관리본부의 공식통계를 보면, 매년 신규환자 중 이성애자의 수가 동성애자의 수보다 많습니다. 다만 동성애자의 수 전체가 적다보니까, 비율이 높은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동성애자에게 HIV로 낙인을 찍는 것은 실제로는 여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이성애자들이 자신이 안전하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저는 보건학을 하는 사람인지라 한국사회에서 HIV 신규감염을 최대한 줄이길 바라는데, 이러한 낙인들이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저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이나 성소수자들을 힘들게 했던 질문들이 바리새인들이 예수에게 던졌던 질문들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중요한 점은요. 질문이 잘못되면 아무리 대답을 열심히 해도 좋은 답을 할 수 없어요. 좋은 답을 하려면 좋은 질문을 던져야만 해요. 그래서, 예수님께서 바리새인들이 이 여성을 돌로 치는 게 맞겠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답하지 않고 다시 물으시잖아요. ‘너희들 중에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요.
저는 신약성서의 4대 복음을 참 좋아합니다. 4대복음을 읽고 있으면 지금의 저보다도 어렸던 한 젊은이가 감당해냈던 어마어마한 고독과 쓸쓸함이 먼저 보여요. 지역의 활동가들은 로마로부터 독립을 꿈꾸는 혁명가를 원했고, 바리새인들은 문자 그대로의 구약을 지켜내는 메시아를 원했고, 예수가 그토록 사랑했던 민중들 역시 예수의 뜻보다는 오병이어나 죽은 이를 살리는 마술같은 기적을 원했습니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제자들 조차도 예수가 세우는 나라가 물질적인 왕국이라고 생각하고 그 나라의 재상이 되겠다고 서로 싸우지요. 예수는 그 거대한 고독속에서 묵묵히 공생애의 시간을 살아내지요.
저는 예수가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하느님의 아들이었더라도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 인간이 느끼는 고독과 슬픔과 아픔을 모두 느꼈던 분이잖아요. 그래서 십자가 못 박히기 전에 겟세마네 언덕에 올라가 이 잔이 지나가게 해달라고 빌기도 하고 베드로에게 함께 해달라고 울부짖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십자가위에서 ‘저를 버리시나이까’ 라고 외치기도 하고. 저는 4대 복음을 읽으면서 예수가 그토록 거대한 고독속에서 그 아픔을 모두 느끼면서도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갔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소외된 약자에 대한 사랑이었을 거예요. 예수가 무엇인가를 끄적인 다음에 “너희들 중 죄 없는자 돌을 던지라’고 말을 하니 사람들이 하나씩 떠나 가잖아요. 그리고 그 자리에는 예수와 그 여인만 남습니다. 이 장면도 좋아하는데요. 예수가 묻습니다. “여자여, 너를 정죄한 사람이 여기 있느냐?” 정죄란 죄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이지요. 너의 삶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고 말하는 사람이 이 자리에 남아있느냐. 없습니다. 예수님이 쫓아내셨으니까. 여자가 없습니다. 라고 답하자, 예수님이 말합니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 너의 삶을 함부로 판단하고 낙인찍지 않는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한국사회가 자살률이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나라예요. 한국에서 자살로 죽는 많은 사람들은 소득이 낮고 사회적 낙인에 노출된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 오늘날 한국에 나타나신다면, 무슨 말씀을 하실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저 같은 사람으로서는 감히 짐작할 수 없는 고독과 그 보다 더 깊은 사랑을 품고 말 그대로 피흘리며 길을 걸었던 그가 2017년 한국에 나타난다면 무슨 말씀을 하실까.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요. 세월호 유가족들, 성소수자들, 해고노동자들. 그들의 손을 잡고서, 내 이름으로 가해진 폭력들에 대해 사과한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제가 읽었던 성경에 나오는 예수는 그렇게 놀라운 사람이었거든요.
복음이라는 단어의 본래 뜻은 기쁜 소식이라고 들었어요. 한국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디에 말하지도 못하고 고통을 겪는 소수자들에게 예수님은 분명 자신의 존재가 복음이길 바랬을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귀한 자리 초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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