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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섭 Aug 09. 2019

[논문] 환자를 바꾸지 말고 치료를 바꿔라

NEJM, 전환치료를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일

인용지수 (Citation)는 학술지를 평가하는 여러 기준 중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통상적으로 그 학술지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한국인들이 논문을 내면 전국적인 화제가 되는 학술지 네이처(Nature)는 2018년 기준으로 인용지수가 40을 조금 넘는다. 그런데, 뉴잉글랜드의학저널은(NEJM)의 인용지수는 2018년 70.670이다.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에서는 현실문제에 깊게 관여해서 사회적 약자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하는 연구들이 줄곧 학술 논문의 세계에서는 그 가치가 폄하되지만, 오히려 미국과 영국의 세계적인 top-journal들은 그런 연구들을 열렬히 환영한다.


오늘, 2019년 8월 8일 NEJM에 출판된 논문도 그러하다. 하버드 보스턴에서 SOGIE 모임을 함께하고 있는 칼 스트리드(Carl G. Streed)가 1저자로 출판한 논문은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강제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잘못된 비과학적 치료의 역사를 언급하고, 이 치료가 의학계에서 완전히 퇴출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는 논문이다. 제목부터 명확하다.


환자가 아니라 의학 치료를 바꿔라 - 전환치료를 세상에서 제거하는 일 (Changing Medical Practice, Not Patients — Putting an End to Conversion Therapy)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p1903161


2019년 현재 전환치료가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 단체는 없다. 오히려 미국심리학회, 정신과의사협회를 비롯한 유수의 전문가 단체는 이 치료를 폭력적이고 비윤리적이고 비과학적이기에 행해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명시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의 18개 주에서는 전환치료 자체를 법으로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나는 이런 논문들을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이 논문의 내용 자체는 새로운 insight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모두 기존의 데이터이고 획기적인 주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신에, 현시점에서 절박하고 중요한 문제를 한번 더 언급한다.


NEJM 저널의 편집진은 자신들의 학술지가 지니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을 바르게 사용할 줄 알고 있다. 나는 이 점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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