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물박사

by 김승섭

1.

동물박사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인간을 제외한 생명체에 관심이 많았다. 시작은 공룡이었다. 공룡에 한창 빠져있던 5살 때였나. 퇴근한 내게 동박이 말했다.


"정말 재미있는 놀이가 생각났어."

"뭔데?"

"아빠가 이 블록 장난감으로 공룡을 만드는 거야. 그럼 내가 그게 뭔지 맞출게."


이게 내게 무슨 재미란 말인가. 나는 무엇인가를 만드는 데 소질이 없었다.


"난 싫은데"


동박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왜 싫어?"


어차피 동박을 납득시키는 건 불가능했고, 난 피곤하다며 더 대화가 진행되기 전 재빨리 방으로 들어갔다. 그 시절 동물박사의 유치원 평가표에는 온통 공룡 이야기뿐이었다. 공룡에 관심이 많고, 공룡에 대한 지식이 탁월하다. 이런 식으로.


그러던 동박이 초등학교 2학년을 거치며, 관심사가 다른 동물로 바뀌었다. 한때는 수달이었고, 재작년부터 일요일마다 <동물농장>을 보기 시작하면서 강아지로 옮겨갔다. 그리고, 그즈음 그녀는 강형욱의 팬이 되었다.


2.

강아지를 키우는 친척들을 만나면 묻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몇 번 산책을 시키나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데리고 나간다고 답하면, 동박은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건 강아지 학대예요."


누가 지나가는 말로, 애완견이라는 표현을 쓰면 상대방이 누구건 그 앞에서 말했다. 반려견이라고 불러야 해요. 애완견은 강아지를 장난감 취급하는 거예요. 사랑할 애와 가지고 놀 완이 합쳐진 단어예요. 반려견은 짝 반에 벗할 려가 합쳐진 단어고요. 심지어 내 주변 사람 중 강아지를 가장 따뜻하게 품는 사람이자 동물을 수십 년간 돌봐온 수의사 삼촌을 만났을 때에도 그랬다. 애완견이라고 부르면 안 돼요.


그런 동박으로 인해 민망한 상황이 수차례 반복되자, 아내와 나는 동박에게 말했다.


네 마음이 뭔지는 알고, 네가 책에서 읽은 게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들마다 살아가는 상황이 있고, 그 환경을 감안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강아지를 매일 산책시킬 수는 없는 거다. 돈을 벌기 위해 바쁘기도 하고, 산책을 할 장소가 마땅치 않을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애완견과 반려견이라는 말 중 어떤 걸 쓰는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사람이 실제로 강아지를 어떻게 대하는지 그 모습이 더 중요한 것 아닐까. 오래전부터 애완견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강아지를 정말 아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앞에서는 말을 조금 조심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럴 때면, 동박은 입을 다문 채 침묵 속으로 빠졌다.


3.

며칠 전에는 코로나 19 백신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도 동물실험이 진행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저녁 식사를 하는데 동박이 말했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왜 동물의 생명을 두고 실험을 하냐고, 그건 인간이 동물을 학대하는 거라고 분개했다. 뭔가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아 말을 꺼냈다.


백신을 개발했지만 안전한지 여부를 알 수 없는데, 인간에게 곧바로 주사하는 게 맞을까?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는데. 그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왜 동물을 희생시키는데? 그건 이기적인 거잖아.


동물을 희생시키는 것 맞아. 하지만, 현실에서 인간이 곧바로 실험대상이 되어 죽게 되는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조금 덜 나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 그럼 넌 어떻게 하면 좋겠어?


밥을 먹던 동박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했다. 천천히 동박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동박아, 아빠는 네 말이 틀렸다고 하는 게 아니야. 다만, 현실이 복잡하다는 거 생각할 게 많다는 걸 네가 기억해주면 좋겠어.


4.

동박의 꿈은 수의사인데, 수학 공부를 재미없어한다. 실은 어떤 공부에도 큰 흥미가 없다. 며칠 전 비슷한 문제를 함께 풀었는데 그 푸는 법을 모두 잊어버렸길래, 수의사가 되려면 이런 문제는 풀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학을 어느 정도는 해야 한다고.


그 날 저녁 책을 읽고 있는데, 동박이 내게 다가왔다.


"아빠, 비밀이 있어. 말해줄까?"


난 뭔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느꼈다. "아니, 안 궁금한데."


"아냐, 들어야 해. 내가 말하고 싶으니까."


그럴 줄 알았어. "말해봐"


동박은 내 귀에 대고 말했다. "내가 실은 아이큐가 500이야."


난 이런 상황을 여러 차례 겪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답했다.


"그래, 내 딸이 천재일 수 있지. 그렇지. 그런데 아빠는 네가 아이큐 500이라는 걸 확인하고 싶어. 그걸 언제쯤 내가 볼 수 있을까?"


"아빤 그걸 보지 못할 거야."


"왜?"


"난 이번 생에는 그 능력을 안 쓸 거거든. 다음 생에 천재 강아지로 태어나서 <동물농장>에 출연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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