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버리고 싶은 순간, 남기고 싶은 이야기

by 백지

“18”

적어도 아빠의 기억 속에서 그 단어를 포함하여 “욕”이란 것을 입 밖으로 낸 적은 없었다.

마음속으로 되뇐 적은 많았지만, 누군가를 향해 그것을 내던진 일은 없었다.

그런데 왜, 어째서 그 처음이 하필이면 준과 빈, 너희였을까.


아빠의 입을 순식간에 떠나버린 그 단어가 너희들에게 닿았을 때 차 안을 무겁게 채우던 공기

그리고 너희들의 위축된 표정

지금도 아빠는 그 순간을 생각하면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다.


아!! 왜? 어째서?

그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그 말을 내가 가장 보호하고 지켜야 하는 너희에게 하였는지?

어색한 침묵을 깨고 아빠가 저지른 실수를 너희들에게 고백하기 위하여 몇 번의 큰 숨을 들이쉬고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였지만

그때 그 순간은 아직 너희들 마음 한켠에 남아 있을 텐데


그때 그 순간을 변명하기 위함이 아니라

너희들에게 그 순간이 아빠의 전부로 기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아빠와 준, 빈의 이야기, 그리고 아빠의 이야기를 남겨보려 한다.


앞으로 쓰일 이야기들이 너희가 기억하는 그날의 아빠를 조금은 다르게 떠올릴 수 있게 해주었으면 하는 욕심은 있지만 정말 지워버리고 싶은 그날의 아빠를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님을 다시 한번 명확히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