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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희 Jan 31. 2023

내 남편 팀장 되다

잊고 있던 나의 돈기부여




아이들이 잠든 고요한 새벽시간

창문너머로 겨울의 밤을 보았다.

겨울의 새벽공기는 얼마나 더 추울까..

창문 앞에만 다가가도 그 매서움이 느껴진다.





지금은 새벽 2시

또다시 시작된 남편의 새벽퇴근으로 인하여

조명이 꺼진 다른 집들과 다르게

우리 집 거실조명은 아직도 빛나고 있다.



1월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에 퇴근을 하고 있는 남편

또다시 시간가난자의 삶의 부활이다.

집에서 온라인판매와 집안일 아이들 케어

삼단콤보로 해치워버리면

나 또한 지치기 마련인데

남편을 생각하면 “힘들다”라는

감정과 단어는 바로 지워야 할 대상이다.



내 남편 평일기준 수면시간 4시간

자유시간은 0시간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있을

내 남편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

그렇게 불면증으로 이어진다.


잠을 청하려 누우면 내 신경뇌세포들은

졸리다고 아우성이지만

눈을 감으면 어둠 속에서

생각세포들은 뒤엉켜

끊임없이 멈추지 않고 활동을 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눈을 감을 수 없는 이유는

내 남편이 아직 퇴근 전이다.


남편은 나라도 빨리 자고 일어나

정상적인 하루를 살기를 원한다.

혼자 따스한 이불에 몸을 뉘 우는

불편한 마음을 알 턱이 있나



불면증은 하루를 지배한다.

잠 부족이 하루를 해친다.

일어날 시간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키면 생각이 뾰족뾰족해지고

마음은 사나워진다.

여유라는 공백도 사라지면서

시간이 가는 대로 이끌리고

판단력도 흐려지고 물건을 놓치거나 잃어버리고

몸이 축 처지니 운동할 에너지 또한 바닥이다.

헬스장이 분명 단지 내 5분 거리에 있는데

천리길처럼 혼자 거리감을 두고

집으로 쏙 들어가는 나를 발견한다.



보름전 웬일로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나 팀장 되었어"


내 남편이 팀장이 되었다고?

기쁜 일인가? 슬픈 일인가? 축하할 일인가?

순간 판단이 서지 않는다.

또 얼마나 많은 일을 시키려고

직급을 올려주고 부려먹을 셈이야?라는

마음의 소리가 튀어나올 뻔했지만

축하한다고 답문을 했다.

고생하는 남편에 대한 예의다.



남편의 승진....

기쁜마음도 분명 존재한다.

그만큼 연봉도 올라가고

인정을 받은 것이니 자랑스럽다.

그런데 자본주의를 이해한 이후

원하지 않는 노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시스템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또한 회사는 우리가족의 노후를 책임져 주지 않으니까

특히나 비정상적인 퇴근시간을 보면

더더더 그 마음이 커진다.



처음 남편의 퇴사를 마음먹은 시점은

둘째를 임신한 시점부터였는데..

딱 300만 원만 벌면 남편퇴사가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충분히 벌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렇게 육아를 하면서 시간은 흘러 흘러  


몇 년 후

지금

사정이 달라졌다.

남편의 연봉이 꽤 많이 올랐다.

당연히 하늘을 찌르는 물가만큼은 아니지만



온라인판매로 내 남편만큼 버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지만 얼마나 어려 일인지 알게 되었다.

마냥 "할 수 있어!"라는 허무맹랑한 마음으로

접근했다가는 큰코 다친다.



그렇다고 포기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기회를 만들 것이며,

실천할 것이며,

나아갈 것이기 때문에 ..

그리고 새벽 3시가 넘은 이시점에

아직도 남편은 퇴근을 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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