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진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얀 Aug 07. 2020

인생은 보물찾기

연꽃만 3주 보기

 어린 시절 소풍이 좋은 이유는 딱 하나였다. 바로, '보물찾기'를 할 수 있어서. 그 보물 찾기의 주인공이 될 거란 보장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되지 말란 법도 없었다. 늘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더군다나 그런 날엔 인심이 후한 선생님 덕분에 보물이 '곳곳에' 존재했다. 몇 번 그 주인공이 된 기억은 있으나 딱히 그 선물이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생각보다 선물은 별거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보.물.찾.기'란 말에 아직도 설레는 거 보면 그 순간이 큰 행복, 즐거운 추억으로 남은 건 분명한 거 같다.


 올해는 3주를 연달아 연꽃을 보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함께 주말을 보내고 있는 짝꿍이 연꽃을 좋아해서였다. 글쎄, 그렇다면 짝꿍에게 연꽃은 하나의 보물 같은 존재인 걸까. 7월 5일 봉원사를 시작으로 11일엔 전주 덕진공원을, 18일엔 양수리를 함께 방문했다. 정말 무더운 날씨였다. 거기다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빈혈 때문인 건지 날씨 때문인 건지 체력 때문인 건지 모르겠으나 어찌 됐든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 자주 들었다. 그러나 내 첫 '연꽃'들이었다. 연꽃을 본 적이야 있겠으나 사실 딱히 기억나는 연꽃은 없다. 그렇다. '연꽃'을 보러 가겠다,라고 마음먹고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좀 특별한 느낌이었던 거 같다. 그리고 때로는 연꽃 이상의 것들을 보았으니까 어찌 좋지 않을 수 있었을까. 


 봉원사에는 특이하게 수많은 대야에 '연꽃'이 담겨있었다. 그럼에도 방문 시기가 빨랐던 건지 실제로 꽃을 피운 연꽃은 몇 안 됐다. 조금 실망한 듯한 짝꿍은 바로 다음 주에 계획된 전주 방문일에 연꽃을 다시 보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그곳엔 이미 연꽃이 꽃을 피웠다며. 그렇다면 오케이. 그렇게 다시 전주를 방문하게 됐다. 전주역엔 연꽃 사진과 함께 덕진공원을 알리는 안내판이 걸려있었다. 알고 보니 연꽃 명소로 사랑받는 곳이었다. 공원엔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와 뻥튀기를 들고 있는 방문객들도 많았는데, 나는 짝꿍과 그들을 먼저 만난 후에야 연꽃을 볼 수 있었다. 헉, 소리가 절로 나오는 연꽃의 첫인상은 '거대하다'였다. 나무를 제외하고 그렇게 큰 식물을 본 건 처음이지 않았나 싶다. 거기다 하나의 거대한 군락을 이룬 연꽃은 웅장함 같은 경이로움을 느끼게 했다. 솔직히 커도, 너무 큰 느낌이었다.

전주 덕진공원.
연못 곳곳에 뻥튀기가 둥둥 떠다녔다.
한가로워 보이는 오리들의 모습.



 양수리 세미원 등에선 연꽃을 보고 전처럼 크게 놀라진 않았으나 그래도 역시나 자연의 위대함을, 식물의 생명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은 연꽃을 보며 마음을 정화시키는 듯했고, 또한 그 추억을 사진기에 담아내고 싶어 했다. 어떤 이에겐 진흙 속에서 피어나 향기를 전하는 연꽃의 존재가 보물 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해마다 그런 연꽃을 찾아 추억 속에 담는 과정이 보물 찾기인지도 모르고.       


세미원 가는 길에 조성된 연꽃.
세미원에 조성된 연꽃밭.
사실 나는 수련이 더 좋다.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연꽃들은 사람들은 다들 괜찮은 걸까. 계속되는 흐린 날이 주는 우울감과 계속되는 비 피해로 전해지는 좋지 않은 소식들에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그럼에도 살아있는 한, 살아있는 동안은 각자의 보물 찾기를 계속 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주 가는 ktx에서 순간순간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곤 했다. 새들의 모습에도, 논을 지키고 있는 허수아비를 보고도 반가운 마음이 불쑥불쑥 들곤 했다. 그러자 인생이 보물찾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불쑥불쑥 반가운 일들을 직접 찾는다면 어린 시절 보물 찾기를 하며 느끼던 설렘과 행복을 또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내게도, 짝꿍에게도,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도, 이 글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도 그런 일들이, 가능성이 무궁무진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새는 더, 더 좋고.


매거진의 이전글 11. 새살 그리고 새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