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3. 속골, 판포리, 돌고래 전망대
지난봄 제주에서 한달살이를 하며, 금능해수욕장, 협재해수욕장, 함덕해수욕장, 대정 해안도로 등을 찾았다. 그중에 마음에 남는 바다 세 곳을 남겨본다.
한 달가량 머물렀던 곳으로 좋은 날, 궂은날, 안개가 자욱해 범섬이 조금 흐릿한 날부터 아예 보이지 않는 날까지 모두 운 좋게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운 좋게 올레길을 걷는 올레꾼들도 만날 수 있었다. 봇짐을 잔뜩 멘 그들을 관찰하는 건 꽤나 운 좋은 경험이었던 거 같다. 그중 홀로 걷다 바위에 앉아 오래도록 쉬어가던 20대의 젊은 여성과 스스로 몸이 아프다고 말하던 왜소한 체격을 가진, 가족과 속골을 찾은 여성의 대화를 듣게 된 건 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지친 마음 잠시 쉬어 가려던 두 사람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마음에 남았다.
속골은 예부터 더위를 피해 가기 위해 사람들이 찾던 곳이라 한다. 아기자기하거나 화려한 바다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조용하고, 투박한 모습이라 칭하는 게 알맞을 거 같다. 이곳에는 꽤나 유명하다는 '속골 할망라면' 포장마차가 있는데, 바다의 모습도 마치 '할망'과 닮았다 표현하고 싶다. 바다의 분위기는 바닷물 색과 주변 경관, 찾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듯한데, 에매랄드 빛 바다는 아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월정리나 협재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뜻. 그래서인지 왁자지껄한 모습의 젊은 사람들이 찾는다기 보다는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나 조용히 여행 온 올레꾼들, 개를 산책시키는 주민들이 더 많이 보이던 곳이었다. 그래서 언뜻 보면 심심해 보일 수도 있는 풍경일지 모르나, 날이 좋다면 잠시 쉬어가도 좋을 곳이었다. 운이 좋다면 나처럼 돌고래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기자기한 바다의 모습을 갖춘 곳으로 에매랄드 빛 바다색을 자랑한다. 월정리나 협재, 금능과 같은 반짝이는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던 곳인데, 얕은 바닷가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해수욕을 즐기기 위해 판포리를 방문한 세 명의 남성은 생각보다 물이 얕아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큰 바다의 느낌은 아니데, 그래서 오히려 좋았다. 그렇다고 월정리나 협재처럼 사람이 많은 곳도 아니라 번잡스러운 느낌도 덜했다. 짧은 거리마다 다른 풍경이 펼쳐져서 체력 저질인 사람도 부담 없이 놀고 즐기기에 알맞은 곳 같았다. 눈부시게 예쁘던 곳.
속골의 느낌과는 또 다르다. 해안도로를 따라 길게 펼쳐진 바다는 광활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조용하고 잔잔한 느낌만 있진 않던 곳. 즐비한 숙박시설과 식당들이 알려주듯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듯했는데 그 수에 비해선 조금 조용한 느낌도 있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바뀌는 풍경을 즐기는 것 또한 큰 기쁨이었다. 차를 타고선 미처 볼 수 없는 하늘과 바다색의 변화까지 느낄 수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