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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Aug 19. 2020

비우기 연습

방 정리는 언제쯤 끝나려나

 잘 버려야 한다는 데 무엇이든 잘 버리질 못한다. 언젠가부터 메모 하나까지 쉽게 버리지 못하게 된 건 실수로 무언가를 잘못 버렸을 때 남은 후회에, 버려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쉬움이 남던 후회까지 더해져서였다. 언젠가부터 추억이 될만한 물건은 버리지 못했고, 언젠가부터 무언가 정리할 기운과 기분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리는 계속되어야 한다.

 왜냐고 묻는다면 잘 살고 싶으니까. 잘 사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어렸을 땐 상상도 못 했다. 그땐 그저 하루하루를 보내는 거 외엔 특별한 관심거리가 없었던 거 같기도 하다. '사람답게 살려면'에 갖춰야 할 게 너무 많은 세상이다. 무엇보다 부족함이 없어야 하는 거 같다. 그런데 넘쳐서도 안 된다. 그러니 어려울 수밖에. 매주 방을 조금씩 청소하기로 했다. 오래된 문제집, 노트, 잡지 등 주로 종이류를 버리고 있다. 그래 봤자 딱 내가 한 번에 들 수 있을 정도로만 비워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사실 아직 티도 나지 않는다. 예능에선 청소 전과 후과 한눈에 보이던데... 잘 정리된 집을 보고 눈물 흘리던 게스트가 생각난다. 집을, 내 방을 치우고 비워내는 데도 생각보다 큰 힘이 필요한 거 같다. 도움을 청하는 데에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하고.


잘 마른 꽃이 작은 위안을 주었다.

   


 꽃 몇 송이도 정리했다. 한 송이씩 포장된 꽃을 그대로 두었는데 다시 보니 그중엔 잘 마른 꽃도 있었다. 하나씩 포장지를 벗겨내 나란히 눕혀 사진을 찍어보았다. 예능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에서 신애라씨는 추억이 될 만한 물건은 사진을 찍어 간직하면 된다고 했다. 찰칵. 사진을 찍고 이렇게 글로 정리해 올리니 함께했던 겨울과 봄, 여름이 새삼 생각난다. 다 가질 순 없다. 세상은 다주지 않으니까. 그러니 잘 비워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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