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진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얀 Sep 25. 2020

가을 하늘

 도서관에 갔다가 하늘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어머, 이건 찍어야 해' 그런 생각으로 핸드폰 카메라를 켜고 하늘을 바라보려고 하니 너무 눈이 부신 게 아닌가. 대충 들고 있던 무언가로 눈을 가린 채 다시 하늘을 바라봤다. 실눈을 뜬 채 사진 몇 장을 찍고 돌아서는데 뭔가 든든했다. 대충 찍었어도 하늘이 워낙 예쁘니 좋은 사진을 건졌을 거라 기대한 거다. 그런데 천천히 다시 봐보니 실물보다 못 나온 듯하다.

 

 요즘 하늘이 참 예쁘다. 푸른 하늘을 보고 있으면 장마 내내 흐리던 지난여름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하긴 어느새 선선해진 바람도, 겉옷을 챙겨 입어야 하는 밤공기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계절과 자연은 쉬지 않고, 자기 일을 하고 있다. 

 

 멍하니 핸드폰을 보고 있는 게 싫어져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럴 땐 의식적으로라도 하늘이나 빛 같은 걸 좀 볼까 싶기도 하다. 거실로, 창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을 보면 마음이 동요되니까.  

 그리고 하늘엔 구름뿐만 아니라 새들도, 비행기도 있으니까. 구름이 이동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매일매일 하늘을 봐야 한다고 말했던 선생님이 있었다. 그가 누구였는지 얼굴은 떠오르지 않지만 교실 창가에 서서 그렇게 말하던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그리고 정신없이 바쁘던 언젠가 일과 시간에 쫓기다가 바라본 하늘에 스르륵 긴장을 풀어버린 날들을 기억한다. 볼 수 있을 때,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실컷 봐 두어야겠다. 혹시 아는가. 좋은 습관이 되어줄지.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새소리 듣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