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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Oct 05. 2020

좋은 건 같이 봐야 해

홍릉숲 풍경(청설모 놀이터)


선명한 붉은 빛을 잃은 꽃 무릇
꽃 무릇 속 개미 찾기

 지난달 27일에 찾았던 홍릉숲. 원래는 꽃 무릇(석산)의 아름다운 자태를 볼 수 있는 곳이라길래 찾아간 거였는데, 웬걸. 방문 시기가 늦었던 모양인지 이미 꽃 무릇은 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큰 기대가 없었던 덕분인지(사실 가는 길에 이미 지쳤기 때문인지도), 입구를 조금 지나 발견한 빨간 배를 가진 '오색딱따구리'를 발견하자 반가움에 환호성이 절로 나왔다. 빨간 빛깔을 가진 새는 처음 본 듯했는데, 높은 나무 위에 있는 탓에 잘 보이진 않았지만 산책 초장부터 만난 녀석 덕분에 금새 발걸음은 가벼워졌다. 역시 귀여운 것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나 보다. 좋은 걸 같이 볼 수 있는 사람도 곁에 있어 좋았는지도 모르고.


빨간 배만 살짝 보이던 오색딱따구리

 같이 간 동무는 꽃 무릇 대신 청설모로 목표를 옮긴 듯했다. 석산, 석산, 하며 홍릉숲을 한동안 노래 부르더니 홍릉숲 청설모의 귀여운 자태를 어디선가 보고선 그쪽으로 마음이 옮겨간 듯했다. 이날은 청설모, 청설모를 노래 부르기 시작했다. 아무렴 어떠랴. 신선한 공기와 새소리를 듣는 것만 해도 꽤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아, 사실 내 관심사는 '보물'에 있었다. 홍릉숲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보물찾기 행사에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떨리고 있었다. 그렇게 각자의 야망을 품고 걷기 시작한 산책길.



 어느 정도 걷다 보니 찰나의 순간 청설모 한 마리를 만나긴 했으나, 워낙에 빠른 탓에 어디로 사라진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때만 해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좀처럼 보이지 않던 녀석들. 숲 곳곳을 구경하고 다녀도 보이지 않더니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나무 아래 있는 청설모와 눈이 딱 마주쳤다. 보자마자 청설모 노래를 부르던 님을 큰소리로 외쳤으나 재빠른 녀석이 기다려줄 리 없었다. 그러나 그게 신호탄이었다. 우르르. 조금 과장된 표현일지 모르겠으나 이때부터 정말 우르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녀석들. 이때 본 녀석들은 좀 큰 녀석들이었는데,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무 혹은 길에는 청설모가 있었고, 들어온 입구 쪽으로 나가려고 할 때 즈음엔 작은 청설모들을 만날 수 있었다. 큰 녀석들은 큰 녀석대로 늠름하고, 씩씩해 보여 좋았는데, 아무래도 작은 녀석들이 내 눈엔 더 귀여워 보였다.


잘 보면 청설모가 보입니다

 이 숲에 가기 전이었나 후였나. 사진 찍기 좋아하는 동무가 보내준 기사에는 "귀여운 동물 영상을 보면 건강이 좋아진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어디 귀여운 동물뿐이겠는가. 좋은 풍경, 좋은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어찌 막을 수 있을까. 하루빨리 걱정 없이, 마스크 없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그 풍경 속 귀여운 동물들을 마음껏 볼 수 있기를 기도하게 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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