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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Feb 05. 2021

"만족하기엔 아직 일러 꺛꺛"

4. 완성되어 가는 까치집

 겉보기엔 다 완성된 거 아닌가 싶은 까치집. 집 짓기를 위해 기초 공사하는 까치들을 발견한 게 지난달 11일이었다. 그로부터 보름이 더 지났고, 크기로 봤을 땐 충분하다 싶은데도 아직 까치들은 열심히 나뭇가지들을 나르는 중이다. 까치 한 마리가 들어가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집이 커진 것도 일주일이 더 지났다. 처음엔 늦은 오전부터 오후 3시 정도까지만 집을 짓더니 집이 부쩍 커진 후부턴 이른 오전(대략 오전 8시)부터 시작해 늦은 오후(대략 오후 5시)까지 일을 한다. 하루 8시간 노동이라니. 직장인의 삶과 닮았다. 초반 작업 시간과 비교해 집 짓는 시간이 곱절로 늘어난 걸 알게 된 건 지난 주말이었다. 봄이 오기 전에 집 짓기를 서두르려는 까치의 부지런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난달 25일(왼쪽)과 30일 까치집 아래로 까치가 집을 짓다가 흘린 나뭇가지들이 쌓여있다.
지난달 25일 흘린 나뭇가지를 주어 가지 않길래 부리 때문인가 싶어 반 정도를 모아놨다. 하지만 가져다 쓰진 않는 듯했다.



 까치는 집을 지을 때 나뭇가지를 깔고 진흙을 덧바르며 낙엽이나 지푸라기를 깔아 마무리한다고 한다. 까치들이 물고 나르는 게 아직 나뭇가지에만 한정된 걸 보면 아직 마무리 단계는 아닌 거 같다. 너무 더딘 거 아닌가 싶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까치들은 잘 해내고 있다. 까치들은 나뭇가지를 얼키설키 얽히게 하며 집을 견고하게 만든다고 한다. 초반엔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소요했고, 길에 많은 양의 나뭇가지를 흘려 집 짓기의 고단함을 한눈에 알아보게 했다. 그런데 지금 찾아보니 나이가 어린 까치, 그러니까 집 짓기에 미숙한 초보일 경우 더 많은 양의 나뭇가지를 흘린다고 한다. 당연한 일일 것이다. 집 좀 지어본 까치는 중간중간 진흙을 발라 나뭇가지가 쉽게 떨어지는 걸 방지한다고 한다. 집 앞 까치는 아직 어린 까치인 거 같다.


지난달 29일 까치집에 놀러온 듯했던 직박구리의 모습.


 까치와 까치집을 관찰하다가 종종 재밌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중 하나는 직박구리의 집 구경이었다. 까치 부부가 집을 비웠을 때 직박구리가 까치집이 지어진 나무에 놀러 온 적이 있다. 딱히 하는 일은 없었고, 까치집 인근에서 한참을 놀다 갔는데 그 모습이 꼭 집 구경을 온 것처럼 보였다. 까치 부부가 온다면 서로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궁금했으나 그 시간 동안 서로 마주치진 않았다.


지난 4일 까치들이 최소 40분 이상 까치집 맞은편에서 휴식을 취했다. 


 또한 한동안 궁금했던 부분이 어제 조금 해결됐다. 집 짓는 동안 까치들이 중간에 밥을 먹거나 휴식을 취하진 않을까 궁금했다. 중간에 밥을 먹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으나 어제 처음 본 관경으로는 최소 40분 이상 휴식하는 거 같기도 하다. 사실 휴식인지 확실하지 않긴 하지만 그렇게 추측하고 있다. 까치집이 보이는 맞은편 나무에 까치가 가만히 앉아 있길래 처음엔 '보초'를 서고 있는 건가 싶었다. 서로 번갈아 가며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바로 옆 나무에 나머지 한 마리의 까치도 가만히 앉아있었다. 부동자세는 아니고 몸 털기 같은 행동을 하긴 했으나 까치 부부가 두 나무에 각각 나란히 앉아 까치집을 보고 있었고, 그게 까치집이 잘 지어졌나 관찰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중간에 보수를 하거나 관찰 후 바로 보수하지 않고 이내 날아가 나뭇가지를 물고 오는 것으로 보아 휴식을 취한 게 아닌가 싶다(물론 둘 다 일수도 있을 테지만).


 곧 있으면 까치들은 나뭇가지 대신 다른 것들을 물고 올 것이다. 그렇다면 까치들의 집 짓기는 정말 마무리되어가는 것일 테지. 집 짓기가 마무리되면 까치들은 알을 낳을 것이고, 까치 새끼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의 각도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을 테지만...ㅠㅠ 그래도 까치 부부도, 새끼도 모두 건강하게 한 해를 보내고 내년에도 또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쿨럭. 굿럭.


지난달 29일 까치집에 놀러 온 직박구리의 모습.
지난달 29일 나뭇가지 획득 성공.
지난 4일 까치집이 보이는 맞은편 나무에서 휴식 중인 까치.
지난 4일 집 짓기에 한창인 까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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