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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Jan 23. 2021

까치둥지의 미학

3. 함께라서 다행이야

 혼자라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집을 짓는 까치를 보고 든 생각이었다. 까치는 암수가 함께 집을 짓는다. 암수 구별이 어려워 누가 더 부지런을 떨고, 더 꼼꼼히 나뭇가지들을 정리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사실 한 마리가 조금 더 빠릿빠릿하고 꼼꼼한 거 같긴 했다) 한 마리가 나뭇가지를 물고 와 내려놓으면 곧 다른 한 마리도 나뭇가지를 물고 오곤 했다. 즉 거의 대부분 동시에 나무를 물고 오고, 물어온 가지를 내려놓을 때도 함께 있는 편이었다. 간혹 가다 한 마리가 안 보이면 나뭇가지를 내려놓고 (울거나) 그 자리를 다진 후 울었는데 짝을 부르는 거 같았다. 그러면 한 마리가 바로 올 때도 있고, 조금 오랫동안 우는 소리가 이어진 후에야 다른 한 마리가 울면서 곁으로 올 때도 있었다. 먼저 오는 까치가 계속 먼저 오는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비슷한 패턴이었던 것으로 보아 그 까치가 그 까친 거 같았고, 먼저 오건 뒤에 오건 까치들은 꼭 부리에 나뭇가지를 물고 돌아왔다. 이로써 까치들은 협동하며 보금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니 한 마리가 보통 둥지 안에서 집을 짓고, 다른 까치가 나뭇가지를 물고 오는 거 같다는 글도 있었다. 이게 까치 부부마다 다른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내가 관찰 중인 부부는 비등비등하게 일하고 있었다. 


 통, 통. 새들을 본 적 있다면 새들이 통, 통 귀엽게 뛰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통통 튀는 강시도 꽤나 귀여웠지). 까치들도 통, 통 뛰어오른다. 집을 짓고 있는 둥지 근처를 통, 통 뛰어다니는데 가장 귀여운 것은 서로의 위치를 바꿀 때였다. 한 마리가 나뭇가지를 내려놓으면 한 마리는 옆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이어 물고 온 가지를 내려놓는다. 이때 서로의 위치를 바꾼다. 보통은 이렇게 집을 지어가고 있는데, 아주 가끔은 서로 자리를 바꾸지 않고, 둥지에 있는 까치에게 나뭇가지만을 전달할 때도 있다. 이 과정에선 두 마리의 까치가 동시에 한 가지를 물고 있는 장면이 연출되는데 이것이야말로 '협동'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사람으로 치면 손을 맞잡은 장면처럼 보인달까. 


 까치들은 열심히 쌓아 올리고 있는 둥지 사이로 톡, 톡 나뭇가지가 빠져나가도 울거나 실망하지 않고, 상대방의 통, 통 튀는 발걸음에 나뭇가지가 툭, 떨어져도 상대를 원망하거나 싸우지 않는다. 까치들이 금슬이 좋은 것인지 지금까지 한 번도 싸우는 듯한 모습을 보지 못했다. 하긴, 함께 행복하게 잘 살자고 집도 짓고, 아이도 낳기로 해서 가정을 꾸린 걸 텐데 그 마음이 그리 쉽게 변해서 되겠는가. 까치들은 잘하고 있다. 까치 보금자리엔 사랑과 협력의 미학이 자리하고 있다.


20일 까치들이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함께 집을 짓고 있다.
같은 날 한 마리의 까치가 나뭇가지를 내려놓은 후 아직 보이지 않는 짝을 부르는 듯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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