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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Jan 20. 2021

까치의 집 짓기

2. 집 짓기의 기쁨과 슬픔(1/19~20일)

까치 부부가 집을 짓고 있는 모습.  바람이 많이 불던 19일(왼쪽)과 다르게 20일은 햇살 좋은 날이었다.


 어제 글을 썼어야 했어, 라는 후회를 하게 된 건 하루 사이에 내 감정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월요일엔 열심히 나뭇가지를 들고 나르는 까치의 모습이 어여쁘게만 보였다. 그래서 그 모습을 보는 게 그저 기뻤다. 그런데 단 하루 사이에 보이지 않던 게 보이기 시작하자 더 이상 그 모습을 보는 게 즐겁지만은 않아졌다. 오히려 안타까웠고 서글프게 느껴졌다. 그것은 바로 열심히 쌓아놓은 나뭇가지들이 하나씩 톡, 하고 떨어지는 모습 때문이었다. 톡, 톡. 까치는 자신이 물고 온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집으로 바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그것보단 보통 주변 나뭇가지에 앉아 톡, 톡 점프하듯 차례차례 나뭇가지들을 이동한 뒤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톡, 톡의 충격에 의해 어설프게 걸쳐져 있던 집의 일부였던 것들이 하나씩 빠지는 것이었다. 그것을 까치도 보고, 나도 보곤 했는데 이거야말로 집 짓는 '새 고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나마 운 좋게 근처 가지에 걸려 금방 물어다 다시 제자리에 놓으면 그나마 마음이 낫긴 했지만, 꼭 그러리란 법도 없으니 그냥 마음을 비워야 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흠. 까치를 응원하다 보니 잘 되는 모습을 보는 건 기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괜스레 마음이 울적해지는 것이었다. 혹시 그래서 집 짓기가 더딘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자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인간 부모의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누군가 집을 짓는데 2주 정도가 걸린다는 글을 봤기 때문이기도 했다. 오늘 보니 한 달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니 아직 시간은 충분한 셈이다). '아이고, 아이고'란 소리가 절로 나오는 화요일이었다.


 그런데 또 하루가 지나고 녹록지 않은 현실을 인정하자 마음이 또 괜찮아지는 게 아닌가. 분명 전날보다는 떨어지는 나뭇가지도 적었고, 하루 사이에 쌓인 나뭇가지 양도 꽤 많아진 거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건은 까치들이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까치 부부는 그저 집을 열심히 지을 뿐 상대방의 발걸음으로 인해 나뭇가지가 뚝, 하고 떨어져도 가만히 쳐다보기만 할 뿐 꽥, 하고 울지 않았다. (사실 까치가 깡패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성격이 안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던 터라 혹여나 싸우지 않을까 했으나 단 한 번도 집을 지으며 싸우지 않았다) 그 외에도 특별한 행동을 취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나뭇가지를 쌓을 뿐이었다. 대신 수요일인 오늘 제일 많이 봤던 장면은 '보수' 장면이었다. 까치는 물어온 나뭇가지를 덧대곤 이내 어설프게 튀어나온 나뭇가지를 정리하곤 했다. 하나를 더하곤 꼭 주위를 살피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월요일에도 집 안을 부리로 콕, 콕 다지는 걸 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까치도 알고 있는 거 같았다. 집을 짓기 위해선 새 나뭇가지를 가져와 덧대는 것도 중요하지만, 쌓아온 가지들을 잘 정리해 가는 게 더 중요한 것임을. 그러니까 결국 다 아는지도 모르는 거다. 싸우지 않고 힘을 합쳐야 하는 것도, 빨리 짓는 것보다 튼튼히 지어야 하는 것도, 집 짓는 게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것도. 그렇게 생각하자 어제와는 또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됐다.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저 끝까지 잘 해내길 응원하면 될 뿐인 거다.


 

19일 까치집의 모습. 긴 나뭇가지를 다루는 것도 꽤나 어려워 보였다.
20일 까치집의 모습. 보수를 해도 나뭇가지가 떨어지긴 하지만 까치는 울지 않는다.
집 정비 후 미끄럼틀 타는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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