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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Jan 20. 2021

안녕, 까치야

1. 첫 만남

 지난 11일. 월요일부터 창문 너머로 까치가 몇 시간째 놀고 있는 게 보였다. '놀고 있는' 까치라니 여간 귀여운 것이 아니었다. 왜 한 곳에서 놀고 있는 건가 궁금해하면서도 (까치에게)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곳을 못 떠나는 이유가 있을까봐 걱정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도 같고. 그렇게 점심시간에 3시간가량 집 앞 나무에 있는 까치를 가끔씩 훔쳐보곤 했다. 점심을 먹으러 집에 온 아빠에게 쟤네들은 왜 계속 저기에 있지, 하고 말했더니. 아빠는 까치 마음이지, 라고 말하다 이내 "너한테 좋은 소식이 있으려나 보다"라고 말해주었다. 예로부터 우리는 까치의 울음소리를 길조로 여겨 왔다 한다. 그런 까치와의 만남이니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안녕, 까치야. 반가움에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까치가 집을 짓는 걸 알게 된 건 금요일이 돼서였다. 나뭇가지가 얕게 쌓여있었는데, 플백 참여로 환경운동연합에서 보내준 새도감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새도감 설명에 의하면 "꺅꺅" 운다고 까치라는 이름이 붙은 까치는 사람을 구분할 정도로 영리하며, 겨울이 끝나는 2월에 높은 나무 위나 전봇대 위에 나뭇가지로 농구공 크기의 둥지를 짓는다 한다. 까치가 나뭇가지를 들고 있는 걸 '발견'한 게 지난 11일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지금 아직 새집의 형태를 갖추진 못했지만, 매일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까치집을 볼 수 있는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답변에 의하면 2주 정도가 지나면 까치집이 완성된다고 하니 그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것도 일주일 남짓 남았는지 모른다.


  새집을 짓기에 조금 이른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지만, 지난번에 참여했던 새소리 듣기 단체방에 까치 소식을 올렸더니 다른 분께서도 동네 까치들이 집을 짓거나 재정비 중인 걸 봤다고 답해주셨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지난주 풀린 날씨에 집 지을 채비를 좀 서두른 게 아닌가 싶다. 부리로 연신 나뭇가지를 옮기던 까치들. 날씨가 풀리고 집이 다 완성되면 새 보금자리에 새끼 까치도 함께 자리할 테지. 사실 새끼까지는 상상도 못 했는데 흠흠. 봄이 되면 반가운 만남이 또 기다리는 것만 같아 벌써부터 설렌다.   


 방에서 쫑긋 새기척을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한 요즘.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내다보는 요즘. 까치도 나를 알아볼랑가.  


지난 11일에 찍은 사진. 당시엔 몰랐지만 다시 보니 보인다. 까치들은 이미 집을 짓고 있었나 보다.

지난 15일에 찍은 까치들의 모습. 제법 까치집의 모습을 갖춰가는 중이다. 대략 오전 11시부터 오후 2~3시까지 열심히 나뭇가지를 옮기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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