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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Feb 11. 2021

까치의 설날은 오늘이지요~

5. 까치집에 문이 생겼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하루 앞으로 다가온 설날. 우리에겐 하루가 더 남았지만, 까치의 설날은 오늘이다. 까치가 집을 짓고 있는 걸 발견한지도 한 달. 기억하고 추억할 만한 게 벌써 가득한 기분이다.


 나뭇가지만을 물고 오던 까치들이 뭔가 나뭇잎 같은 걸 물고 오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던 요 며칠. 그러나 육안으로는 잘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다 어제서야, 찍은 동영상을 천천히 돌려보고서야 까치가 이제 나뭇잎도 물어오고 있음을 확인했다. 아직까진 나뭇가지를 물고 오는 빈도수가 더 높지만 막바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까치는 낙엽을 깔아 보온 효과는 물론, 폭신폭신한 집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뭇잎을 문 까치의 모습을 어제 처음 포착했다면 까치집에 문이 생긴 걸 발견한 건 그저께다. 보통 우리가 연상하는 새집의 모습과는 달리 옆에서 바라본 까치의 모습은 마치 공처럼 둥그랬다. 비와 추위를 피하기 위한 천장이 있는 셈이다(마치 돔구장처럼). 환경운동연합으로부터 선물 받은 '듣고 만지는 새도감'에는 "입구가 아래에 나있어 비도 피할 수 있다"라고 써져있지만, 내가 관찰하고 있는 까치집의 입구는 집 윗부분으로부터 약간 아래에 위치해있다. 비를 피할 수 있으면서도 출입이 쉽고, 무너질 염려도 더 적지 않을까 생각해본다(나는 내 친구 까치 편이다). 현재 관찰하고 있는 까치를 집을 처음 짓는 어린 까치로 추측하고 있는데 어린 까치일수록 집을 지으며 많은 나뭇가지를 흘리고, 능숙할수록 진흙을 묻혀가며 집을 짓는다는 기사를 봤기 때문이다.


 까치가 집 짓기는 모습을 처음 봐서 그 과정이 미숙한지 능숙한지 그 무엇도 판단할 순 없지만, 지금의 까치들이 한없이 성실하다는 건 매일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바람이 너무 센 날(예를 들면 지난 월요일)에는 집 짓기를 건너뛰지만, 그 외의 날은 집 짓기에만 열중한다. 까치들은 자신들의 미숙함을 열정과 정성으로 채우고 있었다. 


 지난 주말 한강에서 놀고 있는 까치 무리들을 보며 처음에 쟤들은 독신인가 보다 생각했었다. 인터넷에서 까치의 경우도 독신이 있다는 글을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까치 수보다 더 많아 보이는 까치집의 개수를 확인하고선 그들이 이미 지어놓은 집이 있기에 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약간의 보수만 하면 될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까치집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진다고 한다. 한강이나 여의도에서 관찰한 다른 집 짓는 까치들의 경우 아직 시작 단계인 경우가 종종 눈에 띄었다(우리 까치들의 경우 아주 부지런한 쪽에 속했다. 그렇다 나는 우리 까치들 편이다). 그래도 나무가 많은 곳이라 집짓기가 조금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본 까치는 나뭇가지를 물기 위해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빠르건 느리건, 집을 짓고 있건 놀고 있건 까치들은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었다. 우리들의 설날은 내일이지만, 까치들의 설날은 내일이다. 오늘만큼은 까치들도 배불리 먹고 행복하기를, 그리고 우리 모두의 새해가 복 되기를 바라고 바라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0일 까치가 집의 출입문으로 드나드는 모습.

 

10일 까치가 낙엽을 물고 왔다. 까치 부부가 집을 드나드는 모습도 보인다.
까치의 설날 11일 응봉산 팔각정에서 당당하게 걷는 까치.
11일 응봉산 팔각정에서 집 짓는 까치들.


++++++++++++++번외

응봉산 팔각정에서 만난 울음 소리가 예쁜 박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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