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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맹 Sep 24. 2015

시간_ 2


 오랜만에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술 한잔 하자는 친구의 말에 아주 즐겁게 약속을 잡았다. 

들 뜬 마음 때문일까. 약속 시간보다  30분쯤 일찍 약속 장소로 도착했다.


 약속한 '서면 태화 백화점 앞'엔 역시나 사람들이 많았다. 다들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고개를 빼 들곤 다들 두리번 거리는 고 있었다. 나도 그 무리에 껴 친구가 어서 오기를 기다렸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 뿐 아니라 오고 가는 사람도 많아서 참  정신없는 곳이 었지만 길 한 복판에 두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한 남자와 여자가 마주 보고 서 있었는데 '누가 봐도 저 두 사람 싸우고 있구나.' 싶을 정도로 두 사람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무슨 일일까?' 괜한 호기심이 들었다.


남자의 얼굴은 화가 머리 끝까지 올랐는지 울그락 불그락 거렸고, 여자의 얼굴은 그 반대로 싸늘하게 식어 보였다. 두 사람은 아무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안 보는 척하지만 그 두 사람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정작 두 사람은 주변 상황 따윈 신경 쓰이지 않는 것 같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더 무섭고 신경 쓰일 정도로 두 사람의 분위기는 안 좋아 보였다. 

남자가 뭐라고 한마디 툭 던진다.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 무슨 말인지 듣진 못했지만 여자의 반응을 보니 분명 좋은 말은 아닌 것 같다. 두 눈을 질끈 감은 여자는 한숨을 푹 쉬고 눈을 떴다. 그리고 뭐라 말하려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제야 주변의 상황이 눈에 들어왔나 보다.


'그만 하자.' 여자의 꽉 깨물었던 입술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뭐라고 말을 하는 듯 남자의 울그락 불그락 한 얼굴이 씰룩거렸다.

또 다시 두 사람은 노려보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 일까?' 대화 소리가 하나도 안 들리니  음소거해놓고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호기심이 동해 좀 더 가까이 가기로 했다. 친구와 연락하는 척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두 사람에게 몇 걸음 다가갔다. 


'야'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의 간격을 두고 여자가 말했다.

'우리 시간을 좀 갖자.' 


한숨을 내쉰 남자가 대답했다. 

'그래. 그러자.'

좀 진정된 듯한 남자의 말이 끝나자 여자는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설마 '그래'라고 할 줄 몰랐던 사람처럼. 


여자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곤 뒤돌아 가버렸다. 

갑자기 여자가 울어버리자 남자는 당황한 것 같았다. 돌아서 가버리는 여자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화 좀 가라 앉으면 연락해"

그렇게 외친 남자는 주변을 보더니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버렸다. 


남자와 여자의 '시간'은 분명 달랐다. 


어디론가 연락하는 척 들고있던 전화기에서 갑자기 진동이 왔다. 깜작 놀라 액정을 바라보니 메시지 한통이 날아왔단다. 약속했던 친구의 메시지다. 

'도착했나?' 약속 시간은 아직 10분이 남았는데. 


'야 진짜 미안한데 일이 생겨가지고 다음에 시간 날 때 꼭 보자.'


'시간'이란 놈은 참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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