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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맹 Sep 24. 2015

반지_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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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흰 구름 몇 덩이 떠다니고 햇살 따사로운 흔하디 흔한 오후.
가벼운 마음으로 늘 걷던, 반복되는 일상을 확인하는 그 길을 걷고 있을 뿐이었다. 


항상 그 길가, 그 자리에 있던 좌판대가 보였다. 오늘따라 좌판대에 놓여 있는 반지 하나가 눈에 띈다. 손을 뻗어 반지를 들어 올렸다. 화려한 보석이 박혀 있는 반지는 아니었지만, 괜스레 눈이 간다. 가볍게 집어 이리저리 살펴보다 손가락에 끼워보니 딱 맞았다. 입가에 살짝 미소가 베여 나왔다. 짧고 투박해 보이는 내 손에도 참 예쁘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이리저리 손을 돌려보며 바라보았다.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든다. 마치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만 같은 반지였다.


덜컥 사버렸다. 

비싸지 않은, 부담 없는 가격이었지만 자그마한 반지 하나에 기분이  좋아진다. 이른 아침 바쁘게 출근을 준비하다가도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보곤 웃었다.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다가도 키보드를 두드리는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서 반짝이는 모습을 보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반짝일 때마다 쓰다듬고 닦아주며 하루하루 소소한 행복을 느꼈다.

 그런 날들을 보내던 어느 날 손가락이 조금 부었는지 반지가 손가락에 잘 안 들어갔다. 억지로 손가락에 끼웠더니 아프다. 그날 하루는 손가락이 아프기만 하고 짜증만 났다. 괜히 신경이 곤두 섰고, 걸리적거리 기만했다. 그렇게 예뻐 보이던 반지를 빼버리고 싶을 정도로 짜증이 났다. 그래도 꼭 끼고 하루를 보냈다.


반지가 작아진 게 아닐 텐데, 종일 꽉 끼는 반지 탓만 했다. 네 잘못이 아닌데. 

다음 날이 되자 부기가 빠진 손엔 또 꼭 잘 맞았다. 그날은 기분 좋은 하루가 되었다. 그렇게 잘 맞기도 하고, 꽉 끼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꽉 껴 짜증이 나는 것도 일상이 되어버릴 만큼 시간이 지나니 반지가 헐거운 날도 생겨 버렸다. 그런 날엔 혹시나 잃어버릴까, 흘러 빠져버릴까 하루 종일 신경이 쓰여  답답했다.

내 상태에 따라 반지는 다르게 다가왔다. 다르게 느껴지는 반지가 점차 거슬리기 시작한다. 어느새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 네 번째 손가락엔 반지가 없다. 키보드 옆에 놓여있는 반지. 어느 날은 아예 끼지 않고 지내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 끼워보고 꼭 맞는 날에만 가지고 다녔다. 

너무 익숙해져 버린 걸까. 
처음의 그 설렘보다 익숙한 습관만이 남아 있었던 걸까. 

아침에 일어나 바쁘게 출근 준비를 하다 반지를 찾았다. 그런데 보이질 않는다. 출근 시간은 다 되어 가는데, 마음은 조급해지는데 보이질 않는다. 분명 어딘가 빼둔 것 같은데, 어디 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일상에 치여 찾는 것을 그만두고 출근을 하지만, 종일 머릿속엔 온통 반지 생각뿐이었다.

어디 있을까. 어딘가엔 당연히 있을 거라고,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찾았다. 보이질 않는다. 결국, 포기했다. 네 번째 손가락의 허전함을 못 이겨 다른 반지를 껴보기도 하지만 맘에 들지 않는다. 손가락이 불편하다. 내게 꼭 맞던 그 반지가, 이제는 찾을 수 없는 그 반지가 생각나 우울함과 슬픔만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내었다.

반짝거리던 반지만큼이나 예뻤던 너였는데,
너는 이제 찾을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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