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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맹 Sep 24. 2015

편지_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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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 내 사랑아- 


네가 이 편지를 읽고 있을 때면 '안녕'이란 짧은 말만 남긴 채 헤어져 있을 거야. 

혹시나 너에게  상처되는 말만 하고 진짜 꼭 해주고 싶었던 말들은 못 전할까 봐 이렇게 편지를 써 


우리 만나는 동안 잘 해주지 못해 미안해. 항상 넌 진심으로 대해주고 날 많이 사랑해줬는데.

언제나 그리울 거야. 이렇게 되돌아보니 넌 항상 예쁜 모습만 내게 보여줬었어. 

이제 그 모습 다시 못 볼 거라 생각하니까 많이 슬프다. 


늦은 퇴근 시간 막히는 도로에 갇혀서도 널 만날 생각에 참 즐겁고 두근거렸는데. 

별거 아니라도 널 위해 선물을 고르고, 네 집 앞에서 기다리는 것도 행복했는데.

가로등 아래에서 마주 보고 서 있던 그 시간, 참 설렜는데.

그런 때가 있었는데...


우리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욕심만 커져서 너를 많이 괴롭혔어. 미안해. 

더는 함께 하기엔 너무 많이 어긋나서 만나면 항상 불만 가득 찬 말만 뱉어내는 우리가 돼버렸어. 

이젠 함께하기 힘들기에 슬프지만 이렇게 이별을 고해. 


결국, 마지막은 아름답지 못해서, 이렇게 돼버려서 그게 다 내 잘못 같아 미안해.

깊은 밤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을 되돌아보니 참 아름다웠는데... 떠나지 말까, 조금 더 참을까 많은 아쉬움이 남는 밤이야.


분명 너는 좋은 사람이라서 나보다 더 좋은, 운명적인 사람이 나타날 거야. 

혹시 나중에라도 내가 생각난다고 해도 다시 날 찾지 마.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나더라도 우리 정말 사랑했던 추억으로 미소 짓는 사이가 되기를 바라. 

부디 많이 아프지 말고 어서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해지길 바랄게.


                                                                                     From. 널 많이 사랑했던 사람이. 




조용히 편지지가 접힌다. 그리고 봉투 속으로 들어간다. 

'후우-' 긴 한숨 소리와 함께 조심히 주머니에 편지를 넣는다. 그리고 들리는 목소리 '정말 사랑했어. 미안해'


조용히 편지지가 접힌다. 그리고 봉투와 함께 포개어 잡는다.

'쫘악-' 소리와 함께 편지는 발기발기 찢어졌다. 그리고 들리는 목소리 '정말 날 사랑하긴 했을까? 자기 위로밖에 없는 편지를 보낼 정도밖에 안 되는 사이였나?'


이별을 전하는 사람은 이별하는 그 순간까지 모든 게 아름답기를 바란다.

특히, 자신의 모습이, 자신의 기억이 아름답기를.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에게도 그렇기를 바란다. 


이별이 이기적인 게 아니라 이기적인 사람이 이별을 고하기에, 이별은 늘 이기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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