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맹 Feb 02. 2017

News

무엇을 믿든.

*

네모난 공간, 몸을 기울여 손을 뻗으면 닿지 않을 곳이 없을 만큼 좁고 어둑하다. 숨소리마저 들릴 듯, 고요한 그 공간엔 중저음의 엔진 소리만 가득하다. 투박한 남자의 손이 동그란 운전대를 가볍게 두드리며 한껏 여유를 풍기고 있지만, 남자의 두 눈은 무언가를 찾는지 부지런히 창밖을 기웃거리고 있다. 창밖 풍경 속의 붉은 불빛이 푸르게 바뀌고, 묵직한 엔진 소리는 점점 커진다. 그 소리를 베이스 삼아 얇은 휘파람이라도 불어야 할 것 같은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한 마리의 말만 쉼 없이 달리고 있었다.


한편에 달린 액자 속의 풍경이 점차 커진다. 운전기사의 두 눈은 목표를 발견한 듯, 창밖을 뚫어지라 바라보고, 두 손은 부드럽게 운전대를 돌려 택시를 갓길로 바싹 붙였다. 바퀴가 완전히 멈추자 뒷좌석의 문이 열리고 찰랑거리는 검고 긴 머리카락이 쑥, 들어왔다. 

‘쾅’ 잠시 멈췄던 말은 커다란 출발 신호와 함께 다시 힘차게 달렸다.

“xx 호수 공원으로 가주세요”

뒷좌석에 날아온 짧은 말은 차안대가 되어 운전기사에게 씌워진다. 무작정 출발했던 택시는 목적지가 정해지자 한동안 묵묵히 달리기만 했다. 뒷좌석에 앉은 손님도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돌려 흘러가는 창밖의 풍경만 바라보고 있었다.


능숙하게 운전대를 붙잡은 두 손과 창밖을 뚫어지라 바라보던 두 눈은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여유를 찾았다. 한동안 조용히 앞만 바라보던 운전기사는 운전대를 두드리며 창밖을 훑어보기도, 룸미러를 통해 뒷좌석에 앉은 손님을 힐끗거리며 바라보기도 한다.

“아가씨 데이트 가나 봐? 예쁘게 차려입었네. 남자 친구는 좋겠어. 이렇게 예쁜 여자 친구도 있고”

붉은 신호에 부드럽게 차를 멈춘 운전기사는 대뜸 뒷좌석의 손님에게 말을 걸었다. 여자는 말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슬쩍 돌려 앞을 바라본다. 좁은 룸미러 속에서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는 운전기사의 눈을 발견했다.

“네…….”

여자는 대답을 생각하는 듯 잠시 뜸을 들이며 몇 번 눈을 깜빡거리더니 어색한 미소와 대답을 건넸다. 그러고는 서둘러 무릎 위에 올려둔 가방을 뒤적거린다. 곧 신호등은 푸르게 변했고, 멈춰있던 택시는 다시 출발했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고, 인기 많겠어.”

능글맞은 웃음을 띤 운전기사의 얼굴은 멈추지 않고 계속 씰룩거린다. 어색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 여자는 가방 속에서 꺼낸 이어폰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달리는 중에도 틈틈이 룸미러를 힐긋거리던 운전기사는 여자가 귀를 막자,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억지스러운 헛기침을 한다. 헛기침 이후에도 뭐라 혼잣말을 하는 건지, 혀를 차는 건지 모를 소리를 내며 손을 뻗어 라디오를 켰다. 급하게 표정을 굳혀버린 운전기사와 이어폰을 끼고 조용히 창밖을 보는 여자, 두 사람밖에 없는 고립된 작은 택시 안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점점 개인주의가 번져가고 있습니다. 개인주의라는 것이 나쁜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커다란 LED 스크린 여러 개를 다닥다닥 붙여 만든, 넓은 벽 앞으로 커다란 원형 테이블이 놓여있다. 그 테이블 뒤로 4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와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나란히 앉아 각자의 대본인 듯한 종이를 내려다보고 있다. 먼저 남자 앵커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입을 열었다.

“타인을 배려하기보단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다 보니 점점 더 삭막해져 가는 사회가 되고 있습니다.”

남자 앵커의 말이 끝나자 뒷면을 가득 메우고 있던 LED 스크린에서 영상이 재생된다.


많은 사람과 차들이 지나다니는 넓은 대로변이 크게 보이고, 뒤이어 분주하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조금 더 자세히 보인다. 그 사람들은 각자의 스마트 폰을 보거나, 스마트 폰에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 끼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모습들이 다양한 각도와 크기로 보이고 그 화면 위로 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스마트 폰의 보급률이 증가하여 이제는 국민 한 명당 한 대 이상의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 부작용으로 점차 사람들이 개인화되고 있습니다. 많은 장점이 있는 스마트 폰이지만…….’


분주히 걸어 다니는 사람들 앞으로 한 남자가 마이크를 들고 서 있다. 그리고 무언가 심각한 얘기를 하려는 듯,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사람들은 손바닥 속, 스마트 폰 세상으로 관심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가까이에 존재하는 이웃들과는 멀어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사람들과는 더욱 친밀해졌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모습들이 공동체 사회를 붕괴시키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대략 버스 정류장에서 1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무거운 보따리 짐을 양손 가득 들든 할머니 한 분이 누군가를 찾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서 있다. 그 모습 위로 조금 전, 남자 목소리가 겹쳐 들린다.

‘과연 사람들이 얼마나 변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조그마한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양손 가득 무거운 짐을 든 할머니가 길을 물었을 때, 과연 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남자의 말이 끝나자 할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여자를 붙잡고 길을 물었다.

“1005번 버스를 타려면 어디로 가야 해요?”

“네? 어……. 저기 바로 앞에 보이는 버스 정류장이요. 저기 사람들 서 있죠? 저기서 타시면 돼요.”

여자는 갑작스레 물어오는 할머니의 물음에 몸을 돌려 손가락으로 버스정류장을 가리키며 조곤조곤 설명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할머니의 얼굴을 본 여자는 다시 몸을 돌려 걷던 길을 마저 걸어간다. 이후에도 할머니는 몇 번이나 더 바쁘게 걸어가는 남녀를 붙잡았지만, 다들 비슷한 반응만 보인다. 다시 분주히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배경 삼아 마이크를 든 그 남자가 나타났다.  

“간단한 실험을 몇 번이나 반복해 보았지만, 버스 정류장까지 짐을 들어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과연 개인화되어가는 사회가 제대로 발전하고 있는 것인지 되돌아보고 생각해봐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기자의 말이 끝나자 스튜디오에 앉아 있는 남자 앵커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이어받았다.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각자의 삶만 살피게 되는 이런 개인주의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다음 소식입니다.”



*

넓은 직사각형의 테이블 위로 동그란, 간혹 네모난 접시들이 빈 곳 없이 메워져 있다. 누군가의 사정없는 젓가락질로 난잡하게 뒤섞이거나 텅 비어버린 접시 위로 가득 차 찰랑거리는 소주잔들이 뭉쳤다.

‘턱-’ 짧은소리를 울리며 부딪힌 소주잔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움직인다. 흰 셔츠를 입은, 윗입술 끝에 새까만 사마귀를 매달고 있는 50대의 남자는 술잔을 든 채, 잠시 멈춰 다른 사람들을 살핀다. 조용히 테이블 위로 술잔을 올려두던 20대 중반의 여자를 발견한 남자는 고개를 빼꼼, 내밀어 지그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미스 김은 안 마셔?”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다른 30~40대의 남자 서너 명도 사마귀가 난 남자의 말에 고개를 돌려 여자를 바라본다. 여자는 주변을 슬쩍 둘러보더니 조심히 한숨을 내쉬며 내려놓았던 술잔을 다시 들었다. 여자가 얼른 술잔을 빠르게 비우고 테이블에 내려놓자 그제야 주변 남자들의 붉은 얼굴엔 가벼운 미소가 드리웠다.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후드 아래로 은은하게 타고 있는 숯불 화덕이 놓여있다. 그 옆으로 흘러간 시간을 보여주듯, 대여섯 개의 빈 술병이 보인다.

“잘 마시면서 왜 그래. 오늘 피곤해? 웃지도 않고.”

사마귀가 난 남자가 말하며 반쯤 남은 술병의 주둥이로 여자를 가리켰다. 여자는 술병을 향해 빈 술잔을 들고는 어색하게 웃어 보인다. 채워지는 술잔을 보던 여자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쭈뼛거리며 주변 남자들의 눈치를 살폈다. 맞은편에 앉은 30대 초반의 남자가 그 모습을 봤는지, 여자를 빤히 쳐다보며 다행인지 모를 말을 꺼냈다.

“희영 씨 무슨 할 말 있어요?”

다정한 말투로 여자의 이름을 콕 짚어 부른다.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다른 남자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또다시 여자에게 집중했다. 시선이 모이자 여자는 잠시 고개를 숙여 바닥을 바라보고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희영 씨 무슨 할 말 있어요?”

다정한 말투로 여자의 이름을 콕 짚어 부른다.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다른 남자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또다시 여자에게 집중했다. 시선이 모이자 여자는 잠시 고개를 숙여 바닥을 바라보고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저 오늘은 일찍 들어가 볼게요. 조금 피곤하기도 하고, 요즘 안 좋은 얘기들도 많이 들리고 그래서, 밤늦게 들어가는 게 무서워서요……."

또렷하게 시작한 말은 끝으로 갈수록 흐려졌고, 여자의 말이 사그라지자 주변 남자들의 미간은 잔뜩 찌그러졌다.

"뭐 어때, 무서우면 여기 잘 생긴 이 대리가 데려다주면 되지, 그렇지?"

여자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이 대리인 듯 능글맞게 웃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지그시 여자를 바라본다.

"그럼요. 방향도 비슷해요. 희영 씨. 좀 더 있다가 같이 가요. 데려다 드릴게요."

이 대리는 여전히 부담스럽게 여자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 남자와 눈이 마주친 여자는 억지웃음을 겨우 지어 보이며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이제 2차 갈까?"

여자가 말하는 동안 끊겼던 어색한 분위기 사이로 사마귀를 씰룩거리며 말을 꺼낸 남자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핀다. 그 말에 다들 표정을 살짝 굳혔지만, 눈치를 살피는 남자 때문인지 곧바로 표정을 숨겼다. 다들 표정을 숨기기에 급급한 그 짧은 시간 동안, 사마귀가 난 남자는 분위기가 어두워지는 걸 느꼈는지 서둘러 말을 이었다.

"아니 왜에, 이제 9시도 안 됐는데, 2차 가야지? 먼저 계산할 테니까 어서 나와."

급히 말을 던지고는 얼른 겉옷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뒷주머니에서 부랴부랴 지갑을 꺼내며 계산대로 황급히 걸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향해 여자는 조용히 한숨을 내뱉었다.


출입구 근처에 자리 잡은 계산대엔 아무도 없다. 식당 안엔 여직원들이 바삐 돌아다니고 있지만, 마치 자기 자리가 아니라는 듯 무심히 지나쳐 간다. 영수증과 지갑을 든 채, 텅 빈 계산대 앞에 선 남자는 슬쩍 고개를 들어 계산대 뒤편에 걸린 텔레비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모난 텔레비전 속엔 남자 앵커 홀로 앉아 조금은 밝은 얼굴로 가볍게 말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사회적 지위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유리 천장이라는 말이 만들어질 정도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진출이 힘들었던 시절이 지나가고, 여성 상위시대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여기 계산이요!"

잠시 본 뉴스가 재미없었는지 남자는 곧장 직원을 불렀다. 그 소리에 주방에 있던 조금은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직원이 황급히 달려 나온다.

"사장님은 어디 갔어요?"

남자는 여직원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영수증을 툭, 던지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네, 잠시 화장실 가셨나 봐요. 37만 8천 원입니다."

여직원은 물음에 대답하며 계산을 진행했다. 남자가 건넨 영수증과 계산대 모니터를 번갈아 보며 금액을 말했고, 얘기를 들은 남자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아니, 뭘 먹었다고 40만 원 돈이 나와? 다시 봐 봐요."

조금 거칠어진 억양으로 말한 남자 때문에 여직원은 부랴부랴 다시 메뉴를 확인한다.

"10번 테이블 맞으시죠? 꽃등심 6인분에, 치마살 5인분, 소주 5병, 맥주 7병 시키셔서 37만 8천 원 나왔습니다."

여직원은 차분히 메뉴를 하나하나 읊으며 다시 금액을 말했다. 남자가 기가 막힌다는 듯 콧방귀를 뀌고 있을 때, 뒤에서 일행들이 걸어왔다.

"무슨 일이에요?"

"아냐, 아냐. 먼저 나가 있어. 얼른 계산하고 나갈 게. 앞에서 기다려. 집에 가지 말고."

계산대 앞에 서 있던 남자는 몸을 빠르게 틀어 걸어오던 일행을 가게 밖으로 내몰았다. 별말 없이 가게 밖으로 나가자 다시 몸을 돌려 계산대에 멀뚱히 서 있는 여직원을 바라본다.

"아줌마, 가서 사장 불러와. 사장"

여직원은 깊은 한숨을 꾹 참는지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화장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 순간, 화장실 문이 열리고 천천히 걸어 나오는 남자가 보인다.

"사장님!"

참은 한숨을 다 내뱉듯 큰 소리로 사장을 부른 여직원은 계산대를 벗어나 주방 쪽으로 걸어가 버리고, 그 모습을 본 사장은 얼른 빈 계산대를 향해 뛰어왔다.

"계산이요."

남자는 사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계산대 앞에 서자 다시 작아진 목소리로 계산을 요구했다. 사장은 계산대에 달린 모니터와 영수증을 쭈욱 훑어보고는 금액을 얘기했다.

"37만 8천 원입니다."

"크흠. 뭐가 그렇게 많이 나왔답니까."

남자는 가벼운 헛기침을 하며 아주 천천히 지갑을 펼쳐 몇 장 없는 카드를 뒤적거린다. 그 모습을 보던 사장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슬쩍 입가에 미소를 지었지만, 뭔가 어색하다.

"맥주는 서비스로 드리는 거로 하고 35만 원만 주세요."

선심 쓰듯 툭, 던지는 사장의 말에 남자의 손은 가볍게 지갑 속, 제일 첫 번째 카드를 꺼낸다. 남자의 잔뜩 굳어 있던 입꼬리는 어느새 슬쩍슬쩍 올라가려고 하지만, 들키지 않으려 듯 입술을 앙다물고 겨우 참고 있었다. 카드를 건네받은 사장은 얼른 계산하고는 영수증과 함께 카드를 되돌려 준다. 그제야 남자는 '잘 먹었습니다.' 새까만 사마귀를 들썩거리며 한마디를 남기고 계산대를 벗어났다. 사장은 고개를 돌려 주방 쪽을 바라본다. 한껏 구겨진 여직원의 얼굴이 보였다. 사장은 여직원에게 어색하게 웃는 건지, 얼굴을 찡그리는 건지 모를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 계산이요."

사장은 다음 계산을 위해 가볍게 고개를 돌려 영수증을 받았다.



*

“자! 2차 갑시다!”

짤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마귀가 난 50대의 남자가 가게 문을 밀고 나타났다. 그 남자를 기다리던 일행들은 황급히 표정을, 피우던 담배를 숨기기 바쁘다.

“얼른 갑시다. 얼른.”

툭, 튀어나온 사마귀를 씰룩거리며 재촉하는 남자 때문에 다들 힘겨운 발걸음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나가고 알록달록 화려한 간판들만 남겨지자 번화가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또 다른 무리의 남자들이 보인다.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서너 명이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거나 스마트 폰을 보고 있었다.

그 남자들 앞으로 블라우스와 치마를 입은 여자가 홀로 걸어간다. 스마트 폰을 보고 있던 한 남자가 먼저 고개를 돌려 여자를 쳐다보자, 약속이라도 한 듯 다른 남자들도 걸어가는 여자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여자는 무언가 찝찝함을 느꼈는지 살짝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서너 명의 남자가 자신을 뚫어지라 쳐다보며 위아래로 훑고 있었다. 여자의 어깨는 움츠러들고, 발걸음은 점점 빨라진다. 조금 전, 먼저 여자를 본 그 남자는 얼른 여자를 향해 뛰어갔다. 그 남자의 손에 들린 스마트 폰 화면엔 인터넷 뉴스 페이지가 떠 있다.


['길을 가르쳐주려 했을 뿐인데…….']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가 발생했습니다.'

허리를 곧게 펴고 앉은 여성 앵커는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벌건 대낮, 번화가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골목에서 여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의자는 홀로 걸어가는 여성만을 대상으로 지방에서 올라온 척 길을 물어보며 접근했습니다. 친절히 알려주는 여성에게 길 안내를 부탁했고, 앞장서 걸어가는 여성이 사람이 적은 으슥한 골목으로 들어서자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범인은 대담하게도 여성을 살해하고, 여성의 시체 위에 정액을 뿌려놓기까지 했습니다. 그저 친절히 길을 가르쳐주려 했던 여성만 노렸다는 점에서 피의자의 악질적인 모습을……."

모자이크돼 있지만, 그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잔혹한 장면들과 상세하고 자극적인 여성 앵커의 멘트가 뉴스를 통해 나오고 있다.


"저기요! 잠시만요."

쫓아가던 남자는 빠르게 걸어가는 여자를 다급히 불러 세웠다. 여자는 잠시 멈칫, 뒤돌아서 남자를 바라본다. 남자는 능글맞은 웃음을 띤 채 여자를 향해 다가갔다.

"저기, 길 좀 물을게요."

뒤돌아선 여자는 남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또 다른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곳엔 일행으로 보이는 다른 남자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함을 느낀 여자는 얼른 고개를 숙이고 몸을 돌렸다. 남자는 얼른 여자 앞으로 달려가 길을 가로막았다.

"길 좀 묻는다니까요?"

"저……. 여기 잘 몰라요."

여자는 고개도 들지도 못한 채, 겨우 말을 뱉어내고 남자를 피해 가려고 했지만, 남자는 쉽게 길을 터주지 않았다. 

"에이, 잠시만요. 얘기 좀 해요."

여자는 남자의 말에 대꾸도 못 하고 계속 좌우로 움직이며 틈을 엿보지만 쉽지 않다.

“왜요? 제가 무슨 짓이라도 할 거 같아요?”

잠시 남자가 말을 하며 멈칫한 순간, 여자는 겨우 도망쳤다. 도망가는 여자의 등 뒤로 남자의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길 좀 물어본다니까! 누가 죽인데?"

남자는 불쾌한 듯, 큰 소리를 내뱉었지만, 표정엔 불쾌한 기색이 조금도 없다. 뒤돌아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남자의 입꼬리는 길게 올라간다.

"야. 왜 그래, 놀래서 뛰어가잖아."

남자의 행동에 뭐라고 질책하는 것 같지만, 다른 일행의 표정에도 전혀 진지함은 없다.

"재밌잖아, 술이나 먹으러 가자"

돌아온 남자는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온 아이처럼 밝게 웃으며 먼저 술집으로 들어갔다.

“어, 나는 담배 좀 사서 갈 게.”

일행 중 한 남자가 툭, 말을 던지고는 근처 편의점을 향해 걸어갔다.



*

수많은 물건이 진열된 편의점엔 다른 소리 없이 뉴스 앵커의 목소리만 들린다. 계산대 앞에 서 있던 점원은 테이블 위에 올려둔 작은 스마트 폰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짤랑'

맑은 종소리를 들은 점원이 고개를 치켜들자 계산대 앞으로 한 남자가 걸어왔다.

"타임 멘솔 한 갑이요."

점원과 눈이 마주친 남자는 툭 말을 던지며 지갑을 꺼낸다. 점원은 스마트 폰에서 눈을 떼고 담배를 찾아 바코드를 찍었다.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교제 중이던 여자 친구를 발가벗겨 큰 포대에 넣은 사건입니다.'


계산이 끝나자 남자는 담배를 들고 빠르게 나가버리고, 고개를 돌린 점원은 다시 스마트 폰 화면을 바라본다. 화면엔 남자 앵커가 열심히 무언가 말을 하고 있었고, 그 밑으로 그어진 파란색 띠에 적힌 큰 글자가 보인다.


[몰래 여행 갔다 붙잡힌 '알몸 포대女']


자극적인 문구 위로 남자 앵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린다.

"가지 말라는 남자친구의 말을 무시하고 박 모 양은 친구들과 여행을 갔습니다. 그 소식에 화가 난 남자친구인 서울의 모 대학 법학과의 이 모 씨는 자가용을 몰고 여자친구를 찾아갔습니다. 경기도의 한 펜션에 도착한 이 모 씨는 그곳에서 다른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던 박 모 양을 본 이 모 씨는 홧김에 박 모 양의 옷을 다 벗겨 알몸 상태로 포대에 집어넣어 트렁크에 실으려고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짤랑’

열심히 이어가던 남자 앵커의 말을 자르는 맑은 종소리가 울렸다. 유리문을 밀고 들어온 남자와 여자는 ‘어서 오세요.’ 가볍게 인사하는 점원을 본체만체하며 빠르게 냉장고를 향해 걸어갔다.

"밤늦게 술 먹고 다닐래? 위험하게."

앞장서 걸어가던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여자에게 구시렁대며 냉장고 안을 훑어본다.

"아직 10시도 안 됐거든?"

남자의 뒤편에 서 있는 여자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딱히 취한 것 같진 않다.

"뉴스 보니까, 요즘 미친놈들이 난리 치고 다닌다던데, 안 무섭냐? 어? 나 없을 때는 술 먹고 늦게 다니고 그러지 마."

남자의 말에는 걱정이 묻어나는 것 같지만, 말투는 거칠다. 여자를 걱정하는 건지, 아닌지 모를 남자의 말에 여자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조심히 입을 연 여자의 얼굴엔 짜증이 섞여 있다. 여자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냉장고를 훑어보던 남자는 냉장고를 열어 작은 음료 한 병을 꺼내 몸을 돌렸다.

"걱정돼서 그래, 누가 너한테 해코지라도 하면 어떡해. 뭐 마실래?"

여자의 얼굴을 마주 본 남자는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여자를 달래듯 조곤조곤 말했지만, 여자는 남자의 걱정된다는 말에도 고개만 저었다. 그런 여자를 지나쳐 계산대로 걸어온 남자는 숙취해소 음료 한 병을 올렸다.


계산대 옆에 놓여있던 스마트 폰의 스피커에서는 계속해서 남자 앵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박 모 씨는 불구속 입건된 상황이며, 교내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어렵게 들어간 모 법학대학에서 퇴학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계산을 마친 남자는 여자를 데리고 편의점을 나갔다. 밖으로 나간 남자는 여자에게 음료를 건네며 앞장서 도롯가로 걸어갔다.

"오늘은 택시 타고 집으로 가. 나는 일이 좀 있어서 딴 데 들렀다가 갈게"

남자는 여자에게 말과 함께 만 원짜리 한 장을 건넸다.

"나도 택시비 있어, 괜찮아."

남자는 사양하는 여자의 손에 억지로 지폐를 쥐여주고는 도로를 바라보며 섰다. 때마침 택시 한 대가 멈춰 섰고 뒷문이 열리더니 회색 정장을 입은 단발머리의 여자가 내렸다. 남자는 얼른 택시 뒷문으로 달려가 붙잡았다. 심각한 표정의 여자는 구겨진 지폐와 숙취 해소 음료를 꽉 쥔 채 택시 뒷좌석에 앉자 남자는 택시 안까지 고개를 밀어 넣어 운전기사의 얼굴을 확인했다.

"□□동이요"

운전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하며 여자를 향해 손을 흔들고는 문을 닫았다. '쾅' 문이 닫히자 엉덩이를 세게 맞은 말처럼 빠르게 달려가는 택시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서 있다. 시야에서 택시가 사라지기 전에 얼른 스마트 폰을 꺼내 여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oo 28 바 oxox']


메시지가 잘 전송된 걸 확인한 남자는 뿌듯한 듯 가볍게 미소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

회색 정장을 입은 단발머리의 여자는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이어폰을 찾았다. 이어폰으로 귀를 틀어막고는 사람들이 가득한 번화가를 지나쳐 걸어간다. 몇 걸음 걷지 않아 눈앞에 나타난 골목길로 들어섰다. 골목으로 들어갈수록 점차 주변의 화려함은 빠지고, 모퉁이를 돌아 들어갈수록 단조로운 불빛들이 늘어난다. 밝게 빛나던 번화가와는 전혀 다른, 어둑한 가로등 불만 겨우 비추고 있는 주택가가 나타났다.


차분한 길로 들어서자 여자는 자연스럽게 귀에 꽂혀있던 이어폰을 뽑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골목길을 걸어가지만,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드문드문 박혀 있는 가로등 불빛만 보이는 골목을 걸어가던 여자는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 만지작거렸다. 갑자기, 바로 앞에 놓여있던 모퉁이에서 대여섯 명의 남자 한 무리가 튀어나왔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여자는 주춤거리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전화기를 꼭 쥐고 계속 걸었다. 남자들은 힐긋거리며 여자를 스쳐 지나간다. 몇 걸음 떨어졌지만, 뒤에서 누군가가 쳐다보는 것 같아 살짝 고개를 돌렸다. 지나쳐간 남자들의 시선이 자신을 훑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고개를 돌리고 앞으로 걸어가지만, 온 신경이 머리 뒤쪽으로 집중됐다. 남자들의 목소리와 발소리가 사라지기 전까지 바짝 곤두선 신경은 뒤로만 향해 있다. 다행히 눈앞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해 걸어갔다.


뒤에서 더 이상 발소리도, 남자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골목으로 들어서자 여자는 얼른 손에 들린 전화기로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전화기를 들고 걸어가던 여자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뚝, 연결음이 잘리고 무미건조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귀에 붙이고 있던 전화기를 잠시 떼어내 화면을 보고는 다시 귀에 붙였다. 전화기를 들고 걸어가는 골목은 다른 골목보다 더 어두웠다. 가로등은 다른 골목보다 더 넓게 자리 잡은 듯, 새까맣게 멍든 곳이 드문드문 보였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반복적으로 들리던 통화 연결음은 조금 전과 똑같은 건조한 여자의 목소리로 끝이 났다. 한 번 찌푸려진 미간은 다시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아랫입술은 입안으로 말려 들어가 곱 씹히고 있다. 여자는 전화기 화면을 뚫어지라 째려보다가 한숨을 훅 내쉬고는 주머니에 푹 찔러 넣었다. 빠르게 걸어가는 여자의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만 골목길 가득 울리고 있었다.


여자는 의식해서 그나마 밝은 길로만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차분하던 골목길에 또 다른 발걸음 소리가 겹쳐 들린다. 여자는 흠칫 놀라 뒤돌아보지만, 발소리의 주인은 보이질 않았다. 걸음을 늦추고 다른 발소리에 집중하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걸어오는 운동화 소리 같았다. 여자는 얼른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해 걸어간다. 발걸음을 옮길수록 다른 발소리는 점차 커지며 흐릿하던 발자국의 위치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살며시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니 대략 10m쯤 떨어진 가로등 밑으로 빠르게 걸어오는 남자의 실루엣이 보였다. 여자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빠르게 앞으로 걸어간다. 발걸음 소리는 점점 더 빠르게 다가오기에 여자는 얼른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 신경질적으로 화면을 두드렸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통화 연결음 밑으로 들리는 남자의 발소리는 계속 커진다. 찌푸려진 미간 아래의 두 눈은 점차 반짝임이 번져가고 있었다. 한 번, 두 번 반복해서 들리던 통화 연결음 뒤로 들린 무미건조한 여자의 목소리는 간절하게 떨리던 바람을 ‘툭’ 잘라버렸다. 남자의 발소리는 이미 여자의 바로 뒤까지 쫓아온 상황이었다. 여자는 그나마 가장 밝은 가로등 아래에 우뚝 서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전화기를 꽉 붙잡았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는 여자의 옆으로 남자가 걸어온다. 고개를 살짝 들어 남자를 바라보니, 남자의 표정은 무언가 불만이 가득한 듯 잔뜩 인상을 쓰고 여자를 노려보며 지나간다. 남자의 발소리는 점차 멀어졌다. 겨우 눈을 뜬 여자는 앞을 바라보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고 겨우 한 발짝 내딛으려 하자, 앞서 걸어가던 남자가 길바닥에 버려진 빈 깡통을 세게 후려 차버렸다. 발소리만 울리던 고요한 골목길에는 요란한 깡통 소리가 가득 찼다.



*

'삐삐삐삐'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철컥’ 현관문이 거칠 게 열렸다. 반짝임을 잔뜩 품은 눈을 한 단발머리의 여자가 현관으로 들어왔다. 신발장에 기대어 겨우 구두를 벗고 거실로 들어선 여자의 다리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조용한 거실에선 차분한 여성 앵커의 목소리만 들린다.


‘현재 사측은 노조의 무리한 제안을 거절한 채, 다른 제안을 준비 중이며 노조는 지난밤 사무실을 점거하여 불법 농성 중입니다…….’


현관에서 나던 소리가 멈추자 그제야 거실 소파에 누워 있던 남자가 고개를 돌려 여자를 바라본다.

"어. 왔어?"

건조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반짝임이 가득한 눈을 한 채 무표정한 여자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갔다. 여자는 현관과 거실의 경계에 선 채로 남자를 내려다본다. 남자는 소파 가장자리에 바지와 셔츠를 벗어 놓고 속옷 바람으로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전화는 왜 안 받아?"

"전화했었어?"

거친 여자의 목소리를 들은 남자는 고개를 텔레비전에 고정한 채, 무심하게 대답했다.

"늦게 오면 전화라도 좀 받아 달라니까. 마중 나오란 것도 아니고……."

"아. 바지 안에 넣어놔서 몰랐어. 왜 화를 내고 그래."

여자의 목소리가 조금 더 커지자 그제야 남자의 고개가 움직였고, 여자의 말이 귀찮은 듯 대충 둘러대며 주섬주섬 바지에서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전화할 시간에 빨리 오면 되지. 뭘 이리 많이 했어."

전화기 화면에 떠 있는 부재중 통화 7통을 본 남자는 여전히 건조한 목소리로 여자를 향해 말을 뱉었다.

"무서우니까 그렇지, 전화받는 게 그렇게 귀찮아?"

"무서우면 빨리빨리 다니면 되지. 여자가 왜 늦게 다니고 그래"

여자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지만,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했다. 곧 울음이 터져도 어색하지 않을 여자의 목소리를 들어도 남자는 여전히 소파에 누워 가볍게 대꾸했다.

"누군 늦게 다니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아? 나도 빨리 가고 싶은데, 회식이라고 보내 주질 않는데, 어떡해"

"회사 사람들이 잘못했네. 그러면 쓰나, 왜 여자를 늦게 보내, 일찍 일찍 보내줘야지. 밤길도 무서운데"

여자는 쌓여 가는, 쌓여 있던 짜증을 토해냈지만, 남자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현관에 서 있던 여자는 남자의 말이 끝나자 이를 악물었고, 눈에선 한줄기의 반짝임이 흘러 내려왔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여자는 안방으로 빠르게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 

'쾅' 문 닫히는 큰 소리를 들은 남자는 언짢은지 입술을 구긴다. 입술 위로 매달린 새까만 사마귀도 씰룩거리며 따라 움직였다. 다시 조용해진 거실에는 남자 앵커의 목소리만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요즘 들어 여성을 노리는 묻지마 폭력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여성 혐오 사건이라 부르는 이런 묻지마 사건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셔야겠습니다. 그럼 오늘의 뉴스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늘 공정한 보도를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자 앵커의 말이 끝나자 여자 앵커의 목소리가 이어 들린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그림자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