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입장에서 재건축 따져보기
재건축분담금이 크게 올라 조합원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사업성이 좋았던 저층 아파트 재건축이 대부분 마무리된 뒤 이제는 중층 아파트 재건축으로 옮겨 가면서 사업성이 구조적으로 나빠진 데다, 인건비와 자재비까지 높아져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기 힘든 상황에 빠졌다. 이 와중에도 개별 조합원들은 재건축사업이 어떠한 상황에 처했는지, 내부적으로는 어떠한 난제를 안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기가 어렵다. 조합은 혹시 사업에 차질이 생길까 염려하여 조합원들에게 내막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그나마 공개되는 용어나 지표도 일상에서 접하는 것들과 달라 매우 난해하다. 개발시대의 잔재가 남아 있는 갈라파고스적인 관련 법제마저도 민법ᆞ상법 등과 어울리지 않아 일반인의 상식 범위를 벗어난다. 앞에서 재생사업을 끌어가는 지방정부나 조합 집행부 등에는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하지만, 개별 조합원의 목소리는 가볍게 무시된다. 알고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나는 재건축에서 통용되는 사업 체계와 용어를 상식으로 풀어 보는 ‘조합원 입장에서 재건축 헤쳐보기’를 연재한다. 개별 조합원들이 재건축을 제대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재건축을 진행하면서 개별 조합원의 재산 가치는 여러 번에 걸쳐 평가되거나 바뀌는 일을 겪는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과정에서 ‘시장가격’이 형성되기도 하고, 감정평가를 거쳐 정해지는 ‘종전자산가액’도 있으며, 조합에서 종후주택의 분양 때 인정해주는 ‘권리가액’이란 가격들이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얼굴을 바꾸면서 연이어 등장한다. 대부분 앞선 글에서 설명한 것들이지만 매우 중요한 개념들이니 다시 한번 각각을 연결해서 살펴보자.
종전 아파트의 진정한 가치, 시장가격
개별 조합원이 소유한 아파트는, 조합에 신탁등기로 넘기기 전까지 통상의 부동산으로 거래된다.(1) 각각의 아파트가 거래될 때 매도자와 매수자가 자유의사로 만나 매매가격을 결정하므로 제3자의 의도가 작용하거나 조합의 개입이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같은 단지 내의 아파트라 하더라도 각각 개별성이 있기 때문에 체결가격이 다양할 것이므로, 실무에서는 이를 모아 대표성을 갖는 통계치(예를 들어 평균값, 중앙값, 최빈값 등)를 도출하여 이를 시장가격(통상 ‘시세’라고 함)으로 삼게 된다.
종전자산가액은 감정평가로 정한다
그런데 개별 아파트 하나하나로 범위를 좁히면 ‘사장가격’이 상당히 애매해질 수 있다. 최근에 거래된 물건도 있을 것이며, 수십년간 거래되지 물건도 있다. 같은 단지, 같은 동 안에 있더라도 층별로, 방향별로, 또는 유지보수 정도에 따라 아파트 가치가 다를 수 있다. 때문에 개별 소유자의 이익이 충돌할 소지가 있다. 종전 개별 아파트는 조합원이 조합에 현물출자하는 출자금이므로 그 가치를 불편부당하지 않게 정하기 위해 재건축사업에서는 제3자의 객관적 가격평가제도를 마련해두고 있다.
재건축조합은 통상 조합원 분양신청 공고에 앞서 개별 아파트별로 종전자산가액을 정하여 알려주어야 한다. 이 때 국가공인 감정평가사들이 평가기준일을 사업시행계획 인가일을 기준으로 개별 아파트의 감정평가금액을 정하고 조합은 이에 기초하여 종전자산가액을 정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에 있어서는 감정평가나 종전자산가액 산정에 있어서 무시 못할 문제들이 숨어 있다. 첫째, 평가기준일이 분양신청 공고일이 아닌 사업시행계획 인가일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법령으로 강제되고 있기 때문에 달리할 방도가 없으나, 이 인가일부터 분양신청 때까지 너무 멀어질 경우 조합원 의사결정에 참고하기에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둘째, 비례율이 낮은(재무적 타당성이 낮은) 사업장인 경우 적지 않은 조합원들이 분양 받는 대신 현금청산을 고려하는 경향이 있는데, 일부 조합에서는 대규모 현금청산자 발생을 막기 위해 일부러 감정평가액 및 종전자산가액을 낮추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
아무튼 어느 경우든지 조합원 입장에서는 종전자산가액을 제대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그래야 자신의 재산권을 제대로 보호하고 선택의 기로에서 올바른 판단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권리가액? 재건축 손익을 반영한 조합원의 재산가액
앞선 글에서 비례율이 재건축사업 전체의 자본이익률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소개하였다. 다시 한번 설명하자면, 조합의 자본이익률(%)은 “비례율(%)에서 100을 뺀 값”과 같다고 볼 수 있다.(2) 비례율이 100%보다 작으면 재건축사업이 손실로 귀결된다는 것이고, 이에 반해 비례율이 100%보다 크면 재건축사업을 거쳐 이익을 배분 받을 여지가 생긴다는 뜻이다.
‘권리가액’은 종전자산가액에 비례율을 곱하여 정해진다.(3) 그리고 비례율 자체가 예상(또는 예정)자본이익률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재건축사업이 흑자사업일 경우 100%을 넘는 비례율을 거쳐 사업이익을 나누어 미리 종전자산가액에 가산한 금액을 권리가액으로 정한다. 반면에 재건축사업에서 적자가 나게 될 경우 100%에 미치지 못하는 비례율을 적용하여 사업손실을 나누어 미리 종전자산가액에서 차감한 금액을 권리가액으로 정하게 된다.
요약하면 개별 조합원이 조합원분담금을 통보받을 때 비례율을 보고 재건축사업의 사업성을 미리 파악할 수 있으며, 종전자산가액과 권리가액을 대비함으로써 각자가 수확하는 재건축사업 이익을 예상하거나 반대로 각자가 분담할 사업의 손실을 미리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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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탁등기로 소유권이 조합으로 이전된 뒤에는 ‘입주권’ 형식으로 거래된다.
(2) 앞선 글 “비례율_1) 재건축의 사업성 지표”를 참조하세요.
(3) 앞선 글 “조합원분담금”을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