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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자작 김준식 Oct 10. 2024

낙폭 만회한 강남 아파트값, 앞으로 계속 올라갈까?

부동산 시평

장기간 낮은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급등한 집값은, 2022.3.에 시작된 미국 FRB금리 전격 인상 행진에 충격을 받아 그 해 6월 전후로 고비로 하락 반전했다. KB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기준으로 강남3구와 용산구는 2023.5.∼7.에 바닥을 치고 상승 전환하여 2024.8.에는 낙폭을 거의 만회하였다. 이에 비해 이들 4개 구를 제외한 서울지역과 수도권은 물론 지방 도시들은 아직도 고점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출규제로 아파트값 오름세 주춤해져


한편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2024.2.에 ‘스트레스 DSR제도’를 도입하여 단계별로 확대 시행해 나가고 있다. 당초 2024.7.부터 2단계로 대출규제를 강화하려 했다가 돌연 소상공인 대출, PF대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여 규제내용을 조정하기 위해 같은 해 9월로 시행을 미루었다. 그런데 이 사이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서울 주요지역의 아파트 값도 급등하였다. 이에 정부는 뒤늦게 9월부터 2단계 규제를 원안대로 시행하였는데, 특히 수도권에 대해 오히려 대출한도를 더 줄이는 내용으로 강화하였다.
 특히 9월에는 일부 대형 은행들이 ‘갭 투자’ 방식으로 매수한 주택의 임차인이나 유주택자인 임차인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하여 아파트 시장의 분위기를 급격히 냉각시켰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고 집값 상승세가 둔화된 것이다. 정부 통계와 달리 민간 통계(공인중개사 단체 작성)에서는 집값이 대폭 하락했다는 발표도 있다.


집값 결정의 기본 요소는 소득이나, 변동성은 금리에 달려


전고점을 회복한 선도지역의 가격이 계속 오를지, 이를 따라 그 밖의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지방 대도시의 가격이 따라 오를 지가 요즘 시중의 담론이다. 여기에서는 아파트값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살펴보고 이에 기초하여 향후 가격의 향방을 짐작해보고자 한다.
 강남 아파트값의 장기 추세를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상응하는 소득수준에 비례하면서도 아파트의 고급화 정도가 반영되면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상승하여 왔다.(1)
 한편 이자율, 즉 주택대출금리 수준은 장기적인 아파트 값 상승 추세의 진행을 빠르게 하거나, 느리게 상승하게 하거나 심지어는 하락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에 관해서는 아래 그래프가 설명해준다.


강남 아파트값의 특성


앞으로 강남∙용산의 아파트 값을 상승시킬 요인은 특유의 희소성일 것이다. 한강변이나 우수 학군지, 상업∙업무지역 접근성 등은 국내 신흥 부자나 외국 이주자들이 살고 싶어하는 곳이지만 이곳의 주택 공급은 이들의 수요에 비해 매우 한정적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평당 1∼2억원이나 되는 아파트는 평생 접근이 어렵지만 소득∙자산 상위 부자들에게는 그리 부담되지 않는 물건이다. 이 곳에 살면 명품 거주환경과 일반 시민과 격리되는 만족을 얻게 되므로 그 정도 가격은 충분히 지불할 만하다고 여길 것이다. 특히 이 지역의 매도희망자와 매수희망자 사이에는 ‘손실회피 성향’(loss averse tendency)(2)이 있어서 쉽게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평상시 이 시장은 일반 수요자와 어느 정도 격리된다.
 그리고 사회 및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지방 공동화가 진행되면서 구매력 있는 지방 부자들이 ‘똘똘한 한 채’를 서울 강남에서 찾고 있으며 외국인들의 수요가 이 곳에 몰리는 것(3)도 이 지역의 아파트값을 올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주택매입자금 대출은 이러한 고급 커뮤니티에 다소 무리해서라도 진입하려는 후보자들에게는 중요한 재원일 것이다. 그러니 금리의 고저는 이들의 욕망을 좌절하게도 하고 자극하기도 할 것이다. 2011년 이후 한국의 주택자금대출 금리(또는 가계대출 금리) 추이와 강남3구의 아파트매매가격 변동률(전년 동기 대비)을 비교해 보면 대체로 반비례하나 그 상관관계가 뚜렷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주택대출금리가 연리 4.0% 선(3.75∼4.25% 범위) 아래일 때 아파트값 상승률이 높았고, 반대로 4.0% 선 위일 때는 아파트값이 침체 또는 하락한 것이 특징적이다. 짐작하건대 이 금리 대역이 강남아파트 시장의 심리적 중립금리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하락 요인을 살펴보면, 먼저 앞으로 생산인구 감소 및 생산∙수출 위축에 따라 소득이 정체될 경우 이에 따라 부유층의 고가아파트에 대한 추가수요 유입이 제한적일 수 있다. 슬픈 일이지만 경제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부자들의 한국 탈출도 가속화될 것이다.(4)
 위에서 말했듯이 주택대출금리가 4.0% 선을 넘으면 가격 상승이 둔화되거나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2022년 하반기∼2023년상반기에 걸친 강남3구의 아파트값 급락은 이례적인 미국 FRB금리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충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 경제는 이제 만성적 저성장 단계로 진입했다. 앞으로 2020∼2060년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12%로 OECD 전체 성장률(1.78)에 크게 못 미치며, 해가 갈수록 성장 속도도 점점 느려질 것이다.(6)  물가도 느린 경제 성장 때문에 천천히 상승하거나 오히려 낮아져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있다. 이는 앞으로 아파트값의 상승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요약하면 집값을 결정하는 원동력으로써 소득은 앞으로 그 영향력이 약해질 것이다.
 한편 8, 9년간 낮게 머물다가 갑자기 급등했던 주택대출금리가 이제는 낮아지는 단계에 들었다. 앞으로도 미국 FRB 금리의 인하 기조에 따라 이 금리는 하향 안정되어 주택구매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요즘 정부 및 대형 은행들이 가계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해 선별적 대출규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이는 장기간 시행될 수 없으며, 특히 강남3구의 주택매수 자금 조달에 큰 지장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앞으로 강남 아파트 값은?


지금, 9월 이후 대출 규제를 통한 집값 상승 억제 효과는 2024년말이나 2025년 1/4분기에 판가름이 날 것 같다. 과열된 서울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 과열을 진정시킬 목적이지만 그 영향이 전국적으로 미쳐서 그러지 않아도 부진했던 소외 지역의 아파트 거래 시장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이 규제 조치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정부의 바람대로 FOMO 심리의 ‘영끌’ 수요를 진정시킬 수도 있겠지만, 비교적 괜찮은 3.50% 내외의 주택대출금리로는 투기적 심리를 억누르기 힘들 것 같다.
 그러니 앞으로 이번 조치의 효과가 소진된 후에는 강남3구 등 선도지역은 물론 그 외 지역에서도 아파트값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 까닭은 그동안 하락폭을 만회하지 못한 소외 지역의 집값이 2024년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상승 전환하다가 이번 암초를 만나 잠시 주춤하지만 저금리에 힘입어 곧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3구의 아파트 시장은 특유의 희소성을 가진 한정된 공간에 있다 보니, 주택구매자가 감당할 만한 차입금리가 유지된다면 소득 증가에 비례하여 가격 상승 압력이 계속될 것이다.
 한편, 앞으로 장기적으로 저성장 경제 아래서 빈부격차가 벌어지면서 소득∙자산 상위 계층 인구가 점점 줄어들 것이며, 이들이 거주하려는 상급지의 범위가 지금의 강남3구 및 용산구 등 광범위에서 한강변이나 대형 공원 조망 및 접근이 용이한 지역으로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7)(8) 지금은 구분 없이 강남3구 아파트군(群)에 속하더라도, 세월이 흐를수록 상급지 아파트와 그 밖의 아파트로 점차 구분되어질 것이다.


끝으로 위 예상은 앞으로 대체로 경제 환경이 순탄할 것임을 전제로 한 것임을 밝혀 둔다. 만일 세계 또는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주는 사태가 생길 경우 강남 아파트라 할지라도 상당폭의 가격 변동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자.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 시작된 양적완화 및 저금리 장기화에 따라 팽창된 유동성과 자산시장이 그동안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채 지금까지 넘어왔다는 불안감도 수면 아래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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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국의 PIR(주택가격-소득 비율)이 꾸준히 높아진 것이 그 때문이다. 미국의 Case-Shiller Index가 소득 증가를 약간 앞질러 상승하는 이유도 꾸준히 평균적인 주택의 품질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2) ‘리처드 탈리 외 1, ‘넛지’, 리더스북’의 내용 중 ‘이득과 손실’ 참조.
 (3) 조선비즈, ‘외국인도 똘똘한 한 채… 외국인 집주인 강남3구서 가장 많았다’, 2022.10.4.
 (4) 머니투데이, ‘돈 많은데 한국 왜 살아…부자들 탈출하는 나라’, 2024.6.23.
 (5) 가격 변동률은 KB부동산의 아파트매매가격지수에 따른 것이며, 금리는 BOK의 신규취급 주택담보대출 금리이다.
 (6) OECD, ‘Real GDP long-term forecast’, 2024; 여기에서 한국의 GDP 증가율을 2023∼’30에 2.00%, 2031∼’40에 1.32%, 2040∼’60에 0.66%로 예측한다.
 (7) 국토연구원, ‘소득불평등과 거주지 분리의 특성 및 변화’, 국토정책Brief, 2023.8.
 (8) 구미 선진국이나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소득불평등이 심한 나라에서 이러한 극단적인 상위 계층 거주지 분리 현상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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