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평
뜻 밖의 비상계엄 사태 발생
2024. 12. 3.에 윤석열(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계엄군을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침투시켰다. 이 행위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실질적인 ‘친위 쿠데타’이다. 국회의 계엄해제 결의로 불과 몇 시간만에 계엄은 해제되었다. 이후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대통령 탄핵소추를 시도하였으나 여당이 표결을 보이코트하여 무산되었다.
탄핵은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국회 앞과 거리에 모인 대규모 군중 시위로 표출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사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고자 탄핵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권 교체를 피하려 탄핵 절차를 저지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미 한국은 정치적 불안 상태에 들어갔으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지경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것 같다. 또한 민주화 이후 한국이 두차례 대통령 탄핵절차를 경험하였으나, 이번 친위 쿠데타와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앞선 사건들의 계기가 헌법 또는 법령의 위반인 것에 비해 이번 사건은 초헌법적, 바꾸어 말하면 민주주의 체제의 부정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난 탄핵 사건들이 경제에 미친 영향
현행 헌법을 제정하여 한국이 민주화된 이후 경험한 지난 탄핵 사건의 경위를 통해 경제 충격을 살펴보자. 두 사건 모두 탄핵의 발단이 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주식시장은 2∼3주 동안 하락한 후 기존 추세로 돌아가는 회복력(resilience)을 보였다. 단지 차이가 있는 점은 2004년의 경우 탄핵사건 정리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신용카드 부채 대란이 악화되면서 주식시장은 장기적인 하락으로 반전되었다. 즉 경제, 특히 주식시장에 있어서 탄핵사태는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만 곧 정상 궤도로 회복되었다.
과거 2차례의 탄핵 사례에서 탄핵이 부동산 시장에 끼친 거의 영향이 없었다. 아파트매매가격지수를 보면 탄핵 과정 동안 기존 추세에서 이탈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이러한 무반응은 부동산 시장의 탄력성나 유동성이 매우 낮기 때문일 것이다. 요약하면 종전 탄핵 사건들은 금융시장에 짧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을 빼고는 경제에 큰 영향이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여러 전문가들이 이번 사건이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과 겹쳐 한국 경제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2016년 탄핵 당시를 되돌아보면 당시 한국이 우려하던 미국의 트럼프로 정권교체가 한국의 증시나 부동산시장에 끼친 영향은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사건으로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될까?
이번 사태 직전의 경제 상황을 보자. 주요 공산품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로 주식 시장이 하락하고 있던 중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고금리 여파로 상업용부동산 시장이 최악의 상황이다. 주거용부동산을 보면 서울 강남 등 선도시장은 강한 상승세를, 그 외 지역도 바닥을 확인하고 상승 전환하던 중에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대출 억제 조치에 따라 오름세가 멈춘 상태였다. 각각의 자산시장별로 방향을 달리하면서 추세가 진행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일을 당해 앞일이 캄캄할 때 별 뾰쪽한 수가 없으면 과거 역사나 경험을 되짚어보는 것이 유용할지도 모른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정치적 불안 사태가 경제, 특히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주식 등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끼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산시장에 미치는 그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아마 이번 정치 사건이 과거와 같은 패턴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과거 탄핵사건 전후의 패턴이 그대로 반복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첫째, 이번 사건이 단순한 탄핵 사건이 아닌 쿠데타여서 한국 정치의 불안정성이 해외 상대국이나 투자자의 불신을 장기적으로 높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선진국들은 모두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여서 한국의 쿠데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질 수도 있다. 둘째,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다수 야당과 무리하게 정권을 지키려는 소수 여당이 장기간 극한적으로 대립할 것 같다. 이로 인해 예상 밖의 대규모 정치집회와 사회 불안이 다음 대통령이 선출되기 전까지 과거와 달리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경제나 부동산 시장이 입게 될 악영향이 의외로 커질 수도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쿠데타 위기가 진정되기 전까지 보수적으로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나치게 부동산을 충동적으로 매도하거나 매수하는 것은 금물이다. 과거 사례에서 보았듯이 위기가 지나고 나면 본래의 시장 추세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생활이나 사업에 필요한 부동산 매매는 신중히 거래하되, 투자용 부동산의 처분이나 취득에는 다소 소극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
빨리 이번 쿠데타에 따른 정치ᆞ사회적 불안이 진정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