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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강남 들어가기’가 점점 어려워지나?

by 하얀자작

2025년 정초에 매일경제신문사가 특집으로 “대한민국 부촌 리포트”를 기획 보도하였다.(1) 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강남구와 서초구의 아파트가격이 2.5배 상승하여 다른 자치구(2배 내외)에 비해 오름폭이 컸다. 과거에도 컸던 집값 격차가 더욱 벌어져 바깥 동네 사람들에게 말 그대로 ‘넘사벽’이 된 것이다. 아파트가격의 격차는 이들 지역과 그 바깥 동네 사이의 사회적 이동성을 저하시켰다.
2022년 이후 아파트가격 급락-회복기에, 지방도시나 서울의 다른 자치구의 가격이 더디게 회복되고 있는데 비해, 강남의 집값 회복 속도는 빨랐다. 특히 여기저기 초고가 강남 아파트들은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대부분의 신축아파트들이 단지내 커뮤니티 또는 어메니티를 차별적으로 갖추어 차별적인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가능한 한 외부와의 소통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입주민들이 주도하여 주변 ‘래미안 퍼스티지’, ‘아크로 리버파크’ 거주 미혼 자녀들 사이 “맞선 모임”을 만들고 이를 정례화 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입주민이 높은 경제적 수준을 기반으로 모인 커뮤니티여서 사람들이 서로 공유하는 정서와 문화가 비슷한 데 바탕을 둔 것이며, 이 때문에 서로 쉽게 연결되고 신뢰하는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처럼 같은 강남구나 서초구 안이라도, 신축 고급아파트와 그 외 구축 아파트나 다른 형태의 주택 사이에 생활 수준과 인프라는 물론 인적 교류 등 지역간 소통이 단절되고 있다고 한다.


‘게이티드 커뮤니티’의 고착화


해외여행 중에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기이한 현상 중 하나가, 멋진 주거단지나 호텔 리조트 또는 업무시설에 들어갈 때 무기를 소지한 경비원들이 외부인 또는 차량 진입 때 손님의 신원이나 적재물을 검사하는 것이다. 주로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에서 목격되지만, 미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런 곳의 거주민들은 잠재적으로 빼앗길 것이 많거나 외부인으로부터 위협을 느껴서 또는 외부 사람들을 혐오하여 그들과 격리되어 살고 싶은 사람들의 집단이다.

2000년을 전후하여 한국에서 ‘게이티드 커뮤니티’(Gated Communities)(2)가 본격적으로 출현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상류층의 집단거주지가 있었으나, 이 무렵 출현한 도곡동 타워팰리스, 삼성동 아이파크 등 고급 주거건물에서 단지 출입구를 통제하여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사례가 생겨났다. 최근에 들어 위에서 언급한 반포동 일부 단지에서 유사한 경향이 태동하고 있다. ‘래미안 원베일리’가 재건축 때 외부개방을 조건으로 했던 커뮤니티 시설에 외부인 이용을 막아 문제가 된 일이 그 징조이다.


계층간 주거분리 현상의 원인은 소득격차


어쨌든 한국 사회에서 이 같은 주거분리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상류층과 서민의 혼류가 적어지고, 고소득층 위주의 고급 주택지 및 상류 어메니티가 특정지역으로 집결하면서 보통 사람들의 세상과 구분되어 가는 추세가 진행될 것이다.
그 바탕에는 계층간 소득분배의 격차가 작용하는 것인데, 1990년대 중반 이후 줄곧 깊어진 자본소득과 노동소득 간의 배분 변화 때문이다. 전지구적으로 세계화 또는 주주자본주의가 진전되면서 주주나 경영자의 보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금융상품 투자자의 수익도 점점 커진 데 비해 노동자들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올라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아진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소득격차 확대는 불가피


이 같은 계층간 소득격차의 심화는 실물경제에 비해 화폐경제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의 속성에서 비롯된다. 1970~80년대 이전에 실물경제 부문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비금융)에서는 노동과 자본 간의 소득 배분이 비교적 공평하게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1974년 미국 달러의 금태환 폐지, 1995년 WTO 이후 세계화를 계기로 미국, 영국 등 선진국 경제가 금융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화폐경제의 시장지배력이 상대적으로 커졌고, 제조업은 중국 등 노동비용이 낮은 국가들로 이전되었다.
게다가 실물경제의 일부가 화폐경제로 전환, 편입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그 일례가 부동산의 금융화이다. 종전 사용가치에 머물던 주택이나 상업용 건물이 투자상품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또한 종래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활동도 금융화가 일상화되고 있는데, 혁신 창업과 기술기업이 투자를 유치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IPO를 통해 투하자금을 단기간에 회수하는 관행이 일반화되고 있다.

더구나 ‘금융공학’이라 불리는 투기 수단(좋은 표현으로는 헤지 수단)이 발달하면서 금융소득이 눈에 띄게 커졌다. 물론 그 부작용 때문에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일어났지만 말이다.
한국도 이러한 추세 속에 소득분배가 악화되었고 중산층이 줄어들었다. 즉 비교적 소수의 자본소득자 및 회사 경영자를 제외한 나머지 노동소득자들이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탈락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반면에 중소득 노동자들의 고소득층으로 상승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도 이 같은 자본소득의 빠른 증가에 비해 노동소득이 그다지 늘지 않는 소득분배의 불균형은 지속될 것이다. 소득분배 형태가, 소수의 고소득층에 부의 집중이 심화되는 데 비해 중산층이 줄어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소득층으로 떨어지는 세상이 될 것이다. 오늘날 미국,영국 등에서 목격되는 상황이 한국사회의 미래일 가능성이 크다.


소득 양극화에 따라 주거분리 심화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진행될지 단언하기 어려우나 소득격차 확대에 따른 주거분리 현상은 점점 심해질 것이다. 소수의 고소득층 또는 상류층 주거단지는 차차 ‘게이티드 커뮤니티’로 바뀔 것이며, 나머지 지역들은 이 지역들과 달리 서민 주거지역으로 남을 확률이 크다. 그래서 주택시장도 따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즉 고소득 상류층끼리 거래하는 초고가 주택시장이 따로 존재하는 한편, 나머지 사람들끼리 거래하는 일반 주택시장으로 구분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를 막을 길이 없다.

최근 1~2년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아파트 가격이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강남의 랜드마크 아파트에서 몇 십억짜리 아파트가 신고가로 거래되는 현실에서 이러한 주거분리나 시장분리 현상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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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일경제, ‘대한민국 부촌 리포트’, 2025.01.20.

(2)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보안성을 높인 채, 내부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외부와의 교류를 어느 정도 차단한 주거 또는 휴양단지를 뜻한다. 내부에서 상당 부분의 일상활동을 영위하는데, 구역 안에 공원, 공동편의시설, 스포츠시설 등을 갖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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