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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언론이 높은 강남 집값 보도에만 목을 맬까?

부동산 시평

by 하얀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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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이후 주택시장 소비자심리지수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전반적인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고 있다. 이처럼 지지부지한 주택시장 안에서도 유독 강남을 비롯한 부자동네의 아파트값은 연일 매우 높은 신고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 언론이 2024년 서초구 및 강남구의 평균매매가격이 25억원이어서 도봉구(5억원)의 5배에 달할 정도로 서울 집값이 양극화되었다고 보도한다.(1) 한편 다른 언론은 지난 10년간 서초·강남의 실거래 평당 가격이 3배배로 높아져 1억원에 육박하는 데 비해 한강 이북의 동쪽이나 한강 이남의 서쪽에 위치한 자치구들의 경우 같은 기간에 2배 정도 상승에 그쳐 평당 거래단가도 3,000만원 아래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한다.(2)


기본적으로 세월이 흐르면서 경제, 사회의 양극화가 진행되어 계층별 주거분리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거나 다른 나라의 사례에 비추어 보아도 어떤 시대나 어떤 세상에도 계층별 주거분리 현상은 존재하며 서로의 지역간에 넘나들기 어려운 가격 Huddle도 당연히 있다. 그래도 그다지 크게 사회문제화 되지 않는 이유는 주거는 '생활하는 곳'이라는 것이 기본 개념이며, 이를 돈으로 따지는 자산가치는 부차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언론이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이질적인 시장을 비교함으로써 독자들의 시선을 끈다. 실생활에 있어서 이같은 보도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그저 평소에 접근하기 어려운 남의 생활을 슬쩍 보여주는 TV 연속극과 같은 구실 정도일게다. 구독자들에게 일종의 관음증을 유발함으로써.


이 같은 보도를 접하는 데 고려해야 할 몇가지 유의점을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 아파트 값의 통계나 분석을 자치구별로 행하는 것에 무리가 따른다. 예를 들어 서초·강남구 안이라도 다 같은 지역이 아니다. 한강변 신축 최고급 아파트도 있고 우면산 남쪽 서민 아파트도 들어 있다. 같은 자치구 안에서도 동질적이 아니란 뜻이다. 최소한 '행정동'별로 접근해야 결과치의 유의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 서초·강남구는 최근 재건축을 마치고 새로 입주한 '얼죽신' 아파트들의 거래가 많은 데 비해 도봉구, 금천구, 관악구 등은 좀 오래된 낡은 아파트들이 많은 지역이다. 즉 '투자'가 아닌 '거주' 목적의 상품으로서도 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자.

○ 언론이 반성해야 한다. 주거, 즉 아파트에 관한 기사는 되도록이면 주거, 즉 Life style 중심으로 취급하여 사람들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빈번하게 집값 변화나 절대 수준의 차이를 무비판적으로 취급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주거의 투자자산화(재테크화)를 조장하는 것인데, 주택 시장은 '증권시장'이 아니다. 생활공간 마련이 먼저이다.


끝으로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주택정책의 목적은 '주거 안정'이지 '집값 안정(유지?)'이 아니다. 정부가 먼저 할일은 '서민임대주택 공급'이지 '분양가 자율화로 건설업계 이익 지켜주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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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경제신문, '작년 실거래된 강남 아파트값 평균 25억원···도봉 5억원 양극화', 2025.01.31.

(2) 한국경제신문, '강남·서초 아파트, 평당 1억 기본...10년 만에 2배 급등', 202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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