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평
최근 몇 년간 외국인들이 국내 아파트 등 주택을 대거 사들였다는 소식이 들렸다. 특히 강남 아파트를 사들인다는 소식에 주택매입자금 대출규제를 받고 있는 내국인들이 역차별 호소나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관계 당국이 외국인의 주택 매입에 대한 실태조사나 세무조사까지 벌였다.
한편 경기침체로 국내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시기를 틈타, 외국계 거대 자본들이 우량 데이터센터, 호텔, 임대주택에 적극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늘어난 외국인의 한국 부동산 취득
투자 차원의 상업용부동산 매입은 늘 있어 왔지만 요즘처럼 한국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 값을 받지 못할까 염려된다. 더구나 그 중 일부는 국내경기 악화 대비 차원에서의 알짜 부동산 매각인 점도 안타깝다.
외국인들이 개인 차원에서 국내 주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는 소문이나 보도가 있지만, 이 주장을 통계로 입증하기는 어렵다. 외국인 주택 매입 관련 통계의 연속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러 자료¹를 종합해보면 외국인 매입 주택수가 2020년부터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2023년7월∽2024년6월에 늘어난 7,198호 중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63%이며,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72%, 미국인이 11%이다.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진 원화 가치
그 전까지 특별히 크게 늘어나지 않던 외국인의 주택 매입은 Covid-19 때인 2020년∽2021년에 활발했다가, 다시 2024년에 크게 늘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 여러가지가 작용했을 것이나 가장 큰 원인은 외국인들 입장에서 자국 통화로 평가한 한국의 집값이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2021년 경까지 대체로 안정적이던 국가간의 통화가치가 2022년부터 불안정하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2019년말을 기점으로 한 2025년1월말의 미국 달러 기준 자국통화 가치 변동을 보면, 한국 원화가 -20.5% 하락하였고 유로(-7.4%), 중국 위안(-3.9%), 일본 엔화(-29.8%)도 모두 하락하였다. 주요국 통화와 달러의 평가비율인 달러인덱스²도 -10.9%의 하락을 보였다.
한국 부동산 바겐세일 기간
이를 반영하여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부동산 시세를 본다면, 2019∽2021년에 비해 요즘이 미국인은 내국인(한국인)에 비해 -20%의 가격 하락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유로존 시민이 -13%, 중국인은 -17% 만큼 가격 하락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환율 변동이 외국인의 주택구매욕구를 높이는 데 기여한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며, 이는 요즘 외국 기업이나 기관투자자들의 한국 상업용부동산 투자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1991년 이후 폭락 후 침체를 겪었던 일본에서, 2023년부터 도쿄23구의 아파트 거래가격과 분양가가 대폭 올랐다. 이런 현상 뒤에는 도쿄가 뉴욕, 홍콩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제적 중심도시여서 외국인이 많이 체류하는데다 엔화 가치 하락(미국달러 대비 -30%)으로 질 좋은 아파트의 구입이 훨씬 쉬워진 배경이 있다.³
팬데믹 회복과 뒤이은 미국의 고금리 기조에 따라 다른 국가의 통화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었던 시기가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MAGA도 결국 ‘고금리 탈피를 통한 서민 부담 경감’으로 귀결될 것이다. 앞으로 국가간 환율의 정상화가 이루어지면 외국인들에게 이 같은 한국 부동산의 저가매수 기회가 사라질 테니, 지금이 그들에게 곧 끝날 바겐세일 기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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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합뉴스, ‘외국인이 국내 주택 대거 사들였다?’, 2025.01.03.; 비즈한국, ‘부동산 침체기, 외국인 매수자 비율 1% 육박’, 2025.01.23.; 한국부동산원, ‘외국인 주택 소유현황’
(2) 지수 도출을 위해 미국 달러에 대응시킨 통화는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6개이다.
(3) 조선일보, ‘이러니 외국 부호들이 몰리지… 일본 부동산, 황금기 맞은 까닭’, 2023.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