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집값이 어떻게 될까?
저금리 시대 끝나자 집값 상승세 약화
2020년 초반부터 시작된 COVID-19 유행 속에,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상당기간에 걸쳐 세계 각국은 재정지출을 늘리고 중앙은행 주도로 시중에 유동성을 대폭 방출하였다. 그 일환으로 우리정부도 재난지원금ᆞ정책자금 긴급대출을 시행하였고 한국은행도 상당기간 기준금리를 계속 낮추어 왔고 이에 따라 주택대출금리도 2%대 중반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2020년11월 이후 주택대출금리가, 2021년7월 이후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상승세로 전환되었다. 최근에 전자가 4.79%(저점 대비 약2배), 후자는 3%(저점 대비 +2.5%p)로 높아져 주택구입자금 대출자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급속한 금리 상승에 근년에 영끌로 주택을 매수한 젊은 세대가 적잖게 당황하고 있다.
저금리→집값상승ᆞ고금리→집값하락, 옳은 말일까?
COVID-19 위기를 전후하여 한국의 집값 변화를 보면 금리가 낮을 때 집값이 오르고 금리가 높아지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가설이 맞는 듯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길게 한국이나 미국의 주택가격 결정요인을 분석해보면, 소득과의 상관성은 높지만 금리와의 상관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본 강의 시리즈 ‘08. 주거용부동산의 가격형성 원리’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집값은 근원적으로 희소성(Needs 대비 공급)에 의해 결정되며 금리 수준을 의미 있는 결정 요소라 보기 어렵다.
(** 참고 : 필자 글 ‘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떨어질까?’ 2022.03.04. finejade.tistory.com/40)
이번 금리급등 사태를 대형위기로 볼 수 있을까?
짧은 기간에 미국 금리가 급등한 것이 전 세계로 파급되어 세계 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이로 말미암아 경제위기에 몰린 나라가 아직 많지 않다. 스리랑카, 잠비아 등이 디폴트를 선언했고, 아르헨티나, 레바논 등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이 국가들은 이번 금리 급등 때문이라기 보다는 오래 전부터 사실상 채무이행 불능 상태에 들어 있었다. 즉 아직 세계적 대형 경제위기로 전이될지 여부를 아직 알 수는 없다.
다시 한국으로 눈을 돌리면 한국의 경제 체질이나 금융시스템을 감안할 때 이번에 대형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형위기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한국에서 금리 상승으로 인해 집값이 장기간에 걸쳐 하락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반대로 금리가 꼭지(pivot point)를 찍고 하락 추세로 전환된다고 해도 집값이 바로 상승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과도한 집값 상승은 시장기능을 통해 정상화된다
다만 지금의 집값 수준은 장기추세선***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각 시기의 주택 매매가격지수와 그 장기추세치 간의 이격률(이격값/장기추세치)을 살펴보면 2002년1월에 거의 20%에 근접하였다가 다시 좁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 이격률은 엄청난 오일달러 소득에 힘입어 집값이 급상승했던 1990년 초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길게 보면 장기추세선을 벗어난 집값은 결국 추세선을 향하여 회귀하는 경험을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회귀현상은 작게는 높은 가격을 지탱하는 유동성의 위축에서 비롯될 수도 있으나, 주로 건설원가 이상의 분양가격을 감당할 만한 수요에 대응하여 이루어지는 공급의 대폭적 확대에 기반하여 진전될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임기 중에 신규주택 250만호+α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 KB부동산이 발표한 1986.01.∼2022.10.의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를 시계열분석한 직선)
이자율만 보고 집값 상승ᆞ하락 예단하지 말아야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집값에 이자율의 상승, 하락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 COVID-19 유행 중의 집값 폭등은 도를 넘은 유동성 살포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즉 극히 이례적인 시기에 집값이 크게 상승했을 뿐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 주거용부동산과 달리, 상업용부동산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이자율의 등락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우선 집값의 향방은 주택의 공급 변화에 기초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이례적인 대량공급이 이루어지는 시기에는 집값이 하락하는 반면 공급이 제한되는 시기*****에는 집값이 오르는 것이다. 또한 예측하지 못하거나 매우 강력한 경제위기가 발생할 경우 부동산시장이 요동을 치게 되는데, 이런 시기에 대개 집값이 하락하는 했었지만 이례적으로(COVID-19 때처럼) 상승한 경우도 있었다.
(***** 전국적으로 참여정부ᆞ문재인정부 시기, 서울에서는 박원순시장 재임 때가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