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얀자작 김준식 Jan 13. 2023

전세보증금 사고 방지대책 강화해야

부동산 시평

2022년 하반기부터 다세대주택 등에서 임차인들이 전세금(임차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식으면서 전세 시세가 크게 하락한데 따른 현상이지만, 개중에 최초 계약 당시부터 제도의 허점을 노린 사기조직이 개입된 것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른 바 ‘빌라왕’ 조직들이 세입자들에게 HUG 전세보증금반환보험에 들면 어떤 경우라도 전세금 회수에 문제가 없다고 홍보하면서, 신축빌라의 매매시세를 부풀려 바지사장을 내세워 계약을 하면서 과도한 전세금을 받아 챙긴 후 만기 때 제대로 반환하지 않는 사기 행각을 벌여왔다. 이러한 보증사고가 워낙 대규모로 발생하여 한국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켜 곧 보증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할 전망이다.
 이러한 사기 행각의 바탕에는, 몇년 전부터 전세금이 급등하는 과정에서 HUG에 보증 신청이 급증하자 제대로 심사하지 못했고(부실심사) 이후 지금에 이르러 전세금 미반환 사고가 한꺼번에 몰리고 있다. HUG는 이를 대위변제하느라 기금이 거의 고갈되는 상황이다. 더구나 임대인인 빌라왕 또는 빌라여왕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소유권 상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HUG의 대위변제가 막혀, 이사를 나가야 함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곤경에 처한 임차인이 적지 않다고 한다.

사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래 방식은 너무 허술해서, 매수인이나 임차인의 권익 보호에 매우 미흡하다. 집값보다 높은 전세금이어서 만기 때 퇴거를 제때 하지 못하거나, 임차인이 몰랐던 선순위 조세채권 때문에 경매를 거쳐도 전세금을 전부 돌려받지 못하기도 한다. 
 게다가 등기제도는 공신주의(公信主義)가 아닌 공시주의(公示主義)를 취하고 있다. 등기사항대로 믿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가 등기한 사항을 공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실제 권리가 등기내용과 다를 수 있거나 등기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매수인이나 임차인은 그저 소유자의 선량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슬아슬한 거래를 하는 것이다.

한편 정부가 계약 상 특약(대항력 발생 이전 저당권 설정 금지), 선순위 권리 알림(체납세금, 대출금), 피해 임차인 법률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이에 필자는 우리나라 임대 거래에 선진 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주장한다. 아래에 그 구조를 제시한다.
 첫째, 임대차 계약시 임차인이 계약금을 임대인에게 바로 지급하는 대신 금융기관에 Escrow한다.*
 둘째, 임차인(또는 임대인과 함께)이 보증을 신청하면, HUG 등**은 권원조사 주체***에 주택 권리조사를 의뢰한다.
 셋째, 권원조사 주체는 조사결과를 HUG 등와 계약당사자(임대인, 임차인)에게 통보한다.
 넷째, 권리 상 보증금 보존에 이상이 없으면 HUG 등은 보증서를 교부하고, Escrow기관은 임대인에게 계약금을 건네준다.
 다섯째, 계약기간 만료 때 보증사고가 발생하면, HUG 등은 전세금을 대위변제한다.****
 한편 정부는 임대인에 유고(사망, 금치산ᆞ한정치산ᆞ성년후견 절차 중)가 발생할 경우 법률행위가 가능한 자가 정해지기 전이라도 HUG 등이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먼저 지급할 수 있는 특례를 마련한다.
 (* 인터넷 상거래 등에서 이미 사고 방지를 위해 Escrow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 HUG 외에도 SGI서울보증보험에서도 전세금 보험을 취급하고 있다.)
 (*** 미국에서 Title Search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리파인, 하나손해보험, 미국계 FATIC 등이 취급하고 있다. 이 기능을 HUG 등이 미개업 공인중개사 등 전문인력 자원들을 활용하여 구축하면 유용할 것이다.)
 (**** 임대차 관계에서 미국의 권원보험,Title Insurance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임대차 거래 및 임차보증금 반환보증 구조 개선(안) 도해

이러한 제도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전세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부동산 거래제도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규제지역 완화, 집값 경착륙 우려에 겁먹은 정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