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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자작 김준식 Aug 22. 2023

쓰러지는 중국 부동산기업 vs 멀쩡한 한국 부동산PF

부동산 시평


중국 초대형 부동산회사는 왜 흔들리나?”

중국 부동산시장이 뒤숭숭하다. 2021년 하반기부터 부채리스크에 시달리던 헝다(恒大)그룹이 8.18.에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또한 이에 며칠 앞서 8.8.에 업계 1위인 비구위안(碧桂園)이 만기가 돌아온 채권 2,250만 달러를 상환하지 못한 채 연이어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특히 비구위안은 중국내 1선 도시가 아닌, 주로 3∼4선도시에서 부동산 개발을 하는 기업이다. [중국은 도시규모별로 1선에서 5선까지 도시를 구분한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인구가 적은 지방 소도시에서도 아파트 분양이 잘 되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한 회사이지만 부동산 하락(침체)기에 거품이 꺼지는 가운데 지방 거주 인구마저 감소하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것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부동산투기 규제 강화가 이들의 몰락을 촉진시켰다. 
 그 동안 중국의 주된 성장동력이었던 부동산업은 오늘날 GDP의 25%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로 말미암아 중국이 금융위기에 빠질 것이라면서 “중국 판 리먼브라더스 사태” 발생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사회주의 통제경제 하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4차산업 중심의 산업구조 고도화에 중점을 두면서 부동산업을 구조조정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어, 빠른 시일 안에 부동산시장의 안정화를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한국 분양시장 어려운데도 쓰러지는 PF사업이 별로 없네”

한국에서는 2022년 하반기부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문제가 노출되기 시작했으나 현재까지 커다란 사건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작년말 최대 재건축단지인 둔촌주공재건축 PF 부실 폭발이 우려되었지만 정부는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이를 막았다. 그러나 해가 바뀌어 8개월이 지났어도 지방의 PF 부실화 위험이 계속되고 있다. 금년 들어 “사업장의 파산 방지 및 금융기관 간 손실 분담을 위한” 대주단 협약을 신청한 PF 사업장이 6월말에 91곳이고, 이 가운데 66개 사업장은 협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4월말 30곳 신청, 19곳 협약 체결에서 많이 늘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7.20.에 PF 연체율이 높은 증권회사의 임원들을 모아 간담회를 열고 관련 채권을 특별관리하라고 주문했다.
 한국에서는 연리 3%대의 낮은 주택대출금리가 장기간 지속되고 코로나 사태를 지나면서 지방 부동산 개발이 지나칠 정도로 활발했다. 그러나 2022년 들어 주택대출금리가 4%대를 넘어서면서 비수도권에서 분양수요가 사라졌고, 주택시장 호황 지속을 기대하던 사업장들 다수가 곤경에 빠지고 이어서 부동산 PF도 부실해지게 되었다.

어느 쪽이 경제를 위하는 길인가?”

두 나라 모두 주택의 유효수요 감소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은 같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처방이 아주 다르다. 
 중국은 과열된 부동산투기 억제 정책 때문에 대형 부동산업체들의 과도한 부채 문제가 터졌으나, 이를 계기로 경제의 지나친 부동산 의존 구조를 바로잡는 쪽으로 사태를 수습하는 듯하다.
 한편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한국은 부동산 PF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되는 것을 극히 꺼리고 있다. 유효수요가 적은 비수도권 주택 사업장을 연명시켜 둔다고 인구가 줄거나 정체되고 있는 지역에서 갑자기 분양수요가 되살아나기 쉽지 않다. 향후 몇 년 동안은 큰 폭의 금리 하락도 기대하기 어려워 실수요 진작은 물론 투기적인 부동산 수요를 유발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이제는 정치적 고려를 하지말고,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대출이자도 낼 수 없는 한계사업장들을 과감히 정리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부동산 업계의 체질도 강화되고 부동산을 둘러싼 연관 산업들도 바람직한 구조적 고도화를 이루는 계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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