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얀자작 김준식 Aug 06. 2023

“헌 집 주면 새 집 줄게?” 두꺼비의 배신

부동산 시평

“미루어오던 재건축∙재개발사업 한꺼번에 몰려”


여러 대도시에서 도시재생사업이 한창이다. 특히 서울에서만 사업이 진행중인(준공되지 않은) 사업장이 671개소나 된다. 전임 시장 재임 시절 억제되어 있던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봇물처럼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있다. 오 시장은 공공재개발 대상지로 32곳, 신속통합기획 방식 적용사업 대상지로 46곳을 선정하였다. 한편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개정(2023.06.)하여 도시정비사업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 공공정비사업에만 적용되는 통합심의(건축, 교통, 경관 등 분야별 영향평가를 통합 진행)를 민간정비사업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내용이다.
 앞으로 이를 통해 서울이나 수도권은 물론 지방 대도시에서도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매우 활발해질 것이 자명하다. 특히 그동안 사업을 미루어왔던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추진 욕구가 이 향후 10여년에 걸쳐 한꺼번에 분출할 것이다. 기존의 주택이 너무 낡고 주거환경도 이미 매우 열악한 상황에 처해 사업지별로 선후를 정할 형편도 못 된다.


“팬데믹 이후 오른 건축비, 앞으로는 친환경건축 규제로 더 올라”


2020∼2022년 팬데믹 위기 이후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인건비가 높아지면서 건축공사비가 엄청나게 오르고 있다. 아파트 공사비가 2020년의 평(3.3㎡)당 450만원 내외에서 2022년 750만원 내외로 올랐다. 이처럼 급격한 공사비 상승은 곳곳에서 재건축, 재개발사업의 차질을 불러왔다. 2022년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 중단이 대표적 사건이며, 이외에도 서울 신반포∙공덕, 부산 영도∙거제 등에서 공사비 때문에 조합과 건설사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더해 2024년에는 제로에너지건축(단열성능 강화, 신재생에너지 활용도 제고) 의무화에 따라 평당 공사비가 1,000만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장은 금리 부담, 길게는 주택수요 둔화로 고분양가 책정 곤란”


2012년 이후 저금리 시대와 팬데믹 동안 통화증발에 힘입어 천정부지로 치솟던 주택가격은 2022년 들어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금리가 연 0.5%(한국은행 기준금리 기준)에서 3.5%까지 치솟자 충격을 받은 집값은 아직도 저점에 도달했는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도시는 매수세가 실종된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며, 서울과 수도권도 부분적 상승을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어찌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앞으로도 현재의 버거운 금리 수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집값의 본격적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특히 인구(특히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지방인구의 수도권 집중에 따라 지방 도시의 집값 상승은 더욱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건축비 압박과 집값 부진으로 조합원분담금 대폭 증가 불가피”


재건축, 재개발은 조합원들이 자기 소유 토지의 일부를 남에게 넘겨줌으로써 낡은 집 대신 새 집을 거저 받거나 적은 추가비용(분담금)을 내고 받는 구조로 이루어진다. 바꾸어 말하면 일정한 정비구역의 땅에 새로 지어진 새로운 주택수에서 조합원(기존 토지소유자) 몫을 뺀 나머지를 일반에게 분양하여 얻는 수입으로 사업비(공사비, 조합운영비, 각종 부담금 등)를 충당하는데, 여기에 모자라는 금액을 조합원들이 분담하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높은 주변 집값에 따라 고분양가 분양이 용이했고 공사비도 지금처럼 크게 높아지기 전이어서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았다. 게다가 집값도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재건축의 메리트가 돋보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질 것 같다. 공사비가 평당 1,000만원 내외로 고공 행진하는 반면에 고금리에 따른 주택가격 부진으로 인해 일반분양가를 높이 책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국지적으로 서울 인기지역에는 상당한 유효수요 유입이 대기하므로 높은 분양가를 유지할 수 았어서 상대적으로 작은 분담금을 들여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업지에서는 건축비 폭증과 일반분양가 상승 한계 때문에 조합원의 부담금이 크게 증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주택 수요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지방도시에서는 재건축의 메리트가 거의 소멸할 수도 있다.


“더 이상 너그러운 두꺼비는 없다”


어릴 때 모래밭에서 두꺼비집 놀이를 하곤 했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이제까지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라는 두꺼비가 큰 부담 들이지 않고 멋진 새 아파트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이를 금전적으로 보면 사업 전후에 상당한 시세차익이 생기는 것이다.
 그라나 앞으로는 이런 괜찮은 두꺼비를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한국 주택시장이 앞으로 집값이 꾸준히 우상향 상승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집값 상승 기대가 꺾이면 집주인(토지 등 소유자)들의 재건축 추진 의지가 줄어들 것이다. 해당 지역의 토지가격(집값)이 충분히 하락하거나 주변의 경제적 입지가 달라져 높은 분양가격을 받음으로써 개발이익이 충분히 확보될 때까지 재생사업이 미루어지는 선진국형 젠트리피케이션 사이클(gentrification cycle)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어떤 양호한 주거지역이 세월이 흐르면서 낡으면서 슬럼화된 후, 토지 가격이 충분히 낮아지면 다시 개발과정을 거쳐 새로운 주거지역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밟을 것이다. 물론 탁월한 입지의 주거지역은 그렇지 않겠지만 보통 이하 입지의 주거지역은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상당히 미루어질 가능성이 높거나, 소요 비용(조합원 분담금)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더 이상 너그러운 두꺼비를 만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유 있는 직장인들, 시골로 가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