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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때문에 경제성장 멈춘다
최근 한국은행이 본업인 금융문제를 제쳐두고 생뚱맞게 인구문제를 들고 나왔다. 한국의 경제가 인구의 감소및 구조적 문제 때문에 머지 않아 성장을 멈추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이라는 제목 아래, 저출산의 원인, 영향을 분석하고 그 대책을 제안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저출산(합계출산률 가임여성 1인당 2.1명 미만)에 접어든지 20년이 넘었다. 2022년 합계출산률이 0.78명인데, 그 하락속도도 또한 매우 빠르다(전세계 1위). 앞으로 인구구조에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될 것인데,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비율이 2022년 17.5%에서 2046년에는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38%가 된다. 이후 계속 높아져 2070년에는 46.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심각한 고령화는 기대수명이 늘어나기(30% 기여) 때문이기도 하나 저출산 추세가 지속(70% 기여)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저출산 문제는 약 20년의 시차를 두고 추세성장률의 둔화로 연결된다. 이러한 시차는 새로운 출생인구 층이 생산활동인구 층으로 진입하는데 20년 내외의 세월이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에 따른 생산활동인구의 감소는 한국의 경제성장 추세를 멈추게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결국 2050년대에 이르면 경제성장률 추세가 멈추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OECD 35개국 패널 자료를 이용한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출산률이 고용ᆞ주거ᆞ양육 여건을 개선하여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정책제도 여건과 경제사회문화여건이 다른 선진국과 유사하게 개선된다면 출산률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그 결과는 다음 표와 같다.
위 시나리오에 제시한 정책목표을 모두 달성할 경우 출산률을 지금보다 0.845명을 높혀 1.62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정책 시나라오 중에서 혼외출산비중 높이기는 문화적으로 수용하기 쉽지 않다. 또한 도시인구집중도를 낮추기도 현실성이 낮다.** 그저 실현되기 어려운 ‘상상속의 해결책’으로 보여질 뿐이다.
서울 인구집중의 역사
1960년대 한국은 농업중심 사회였고 사람들 대부분이 극빈 상태에 머무르고 있어, 요즘 아프리카저소득국가와 비슷했다. 그런데 1962년부터 시작된 공업화정책 추진에 따라 농촌 인구가 도시로, 지방 인구가 서울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시골의 잉여인력을 생산성이 높은 제조업 분야로 이전시키는 과정이었다. 시골과 도시, 지방과 서울 등 수도권의 임금 격차가 컸기 때문에 젊은 인구의 이동이 급속히 전개되었다. 서울의 1960년 인구는 275만명에서 2023년에 941만명으로 늘었다. 경기도와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은 2,612만명으로 총인구 5,169만명의 50.5%에 해당한다. 수도권이 국토에서 차지하는 비중 11.8%에 비추어 볼 때 지나친 수도권 집중 상태라 할 수 있다.
도시, 특히 수도권으로, 좋은 일자리를 찾아 지방의 청장년들이 몰려들었다. 생산가능인구와 낮은 연령층의 도시 집중은 경제적으로 집적효과를 낳아 더욱 발전하고 다시 인구를 흡인하는 연쇄적인 상승효과를 낳았다. 이러한 긍정적 측면이 있음에도 여러가지 부작용이 뒤따랐다. 즉, 서울 등 수도권에 인구 집중은 경제ᆞ산업 집중과 궤를 같이 하고 있으며 교육, 문화, 의료 등 모든 분야에서 전국의 자원을 빨아들였다. 이로써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게 되었다. 수도권의 경제적ᆞ비경제적 흡인력이 전국의 청장년 세대를 수도권에 몰리게 한 것이다.
이 같은 지나친 도시 집중은 주택난, 교통난, 환경오염 등 여러 도시문제를 악화시켰다. 특히 주택 문제가 심각한데 한정된 토지에서 주택 공급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태에 빠졌고 이에 따라 집값이 과도하게 상승했다. 서울의 경우 PIR(집값-년소득 비율)이 20배가량에 이르러 양육비 부담과 함께 젊은 층이 출산, 나아가 결혼을 기피하는 경향으로 불러왔다.
한국은행의 연구에서도, 인구의 도시나 수도권 집중이 사람들 간의 “경쟁압력”을 높이고 “고용ᆞ주거ᆞ양육의 불안”을 증폭시켰다고 한다. 높아진 경쟁 스트레스와 불안은 극도의 저출산 현상을 불러왔다. 서울 0.59명을 비롯하여 인천, 대구, 부산의 합계출산율이 극히 낮으며, 이 경향이 전국적으로 전파되어 시도 단위에서 인구대체수준(2.1명)에 이른 곳이 하나도 없다. 그나마 안정적 신분을 보장받는 공무원 인구 비중이 높은 세종이 1.12명으로 가장 높다. 하지만 어느 광역지자체도 초저출산(1.3명 미만)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1983년 2.1명 아래로 낮아진 이후 40년에 걸쳐 저출산 현상이 만성화되었다. 이에 비해 영양 상태와 의료서비스의 향상으로 기대수명은 지속적으로 늘었고, 이에 따라 국가 전반적으로 인구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앞서 말한 청장년 인구의 도시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도시지역에서 젊은 인구 비중이 그런대로 천천히 줄고 있는데 비해, 비수도권∙비도시의 노령화는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어 국지적으로 인구 자체가 소멸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른 바 “지방소멸” 현상이다.
앞으로 “저출산”, “지방소멸” 막기 어려워
다시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로 돌아가보자. 제시하는 정책 대안(시나리오) 중 “가족 관련 정부지출 증가”, “육아휴직 보장”, “실질주택가격지수의 하락” 등을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한다 해도 출산율 증가 효과가 미미하다고 한다. 이에 비해 “청년층 고용률 높임”, “도시인구집중도 낮춤”, “혼외출산 장려” 등이 효과가 큰 대안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볼 때 혼외출산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어려우며, 도시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것 또한 몇 십년 내에 기대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결국 앞으로 저출산이나 수도권 집중문제는 한국이 안고 갈 수밖에 없는 난제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에서, 우선 기대효과가 낮음에도 출산육아 환경을 적극 개선하여 출산율을 조금이라도 높여야 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이 문제를 내부에서 해결하기 어려우므로 이제 국외로부터 적극적으로 인구을 유입하는 수밖에 없다. 요즘 정부도 이 방법을 동원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고 있는 중이다.
개별 경제주체의 입장에서 대도시나 수도권의 집적이익을 포기하기 어렵다. 즉 기업이나 개인 모두 자기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도시에 머무르는 것이 유리하다. 특별한 이익이 기대되지 않는 한 지방에 머물러 있거나 이주하는 것은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 첨단지식 기반의 기업들이 인재가 모이지 않는 지방으로 옮기기 쉽지 않고, 청장년들도 스스로 삶의 질을 낮추고 자녀 양육을 희생하면서 대도시나 수도권 밖으로 이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비도시 또는 비수도권으로 청장년 인구를 붙들거나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유인책이 요구되며, 지자체가 수도권을 능가하는 고용∙주거∙양육, 그리고 문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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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 경제전망보고서, 2023.11.
** 한국 전체의 인구밀도가 530명/㎢ 수준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므로, 다른 선진국 평균 도시인구집중도를 달성하려면 도시인구비중이 18%까지 낮아져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한국 도시의 인구밀도가 강원도에 가깝게 낮아져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