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참 많은 일들을 함께했다.
집이 있어도 집이 없었던 내 어린날의 유일한 피난처 였으며,
하지 말라는 짓은 꼭 하고야 마는 다이나믹 듀오 였으며
오토바이로 전국을 누비고 스물넷에 커피집을 차린 동료였다.
교복을 입고 야간자율학습을 도망나오던 우리는 물 흐르듯 아저씨가 되었다.
그때가 행복했다며 추억하기엔, 지금이 너무 아플까봐.
삶이 너무 무겁지 않냐고 묻기엔, 지난날이 너무 그리울까봐.
우리는 벌써. 서로에게 아무것도 묻지 못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지만 건강하기를.
앞으로도 당연히 힘들겠지만 잘 견뎌주기를.
멀쩡한 어른이, 성격좋은 아저씨가 되어주기를.
담담하게. 하지만 당당하게 너의 길을 걸어주기를.
그 발걸음이 누군가에게 큰 위안이 되고 있음을 알아주기를.
평생을 도망다녔던 나의 삶에.
마지막에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밀려서,
결국 이걸 세상에 내놓아야겠다고 결심한순간,
가장먼저 써야 할 드라마가 너였어.
그러지 않고서는 시작이 안될 것 같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