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손 Aug 04. 2020

김기윤

우리는 참 많은 일들을 함께했다.

집이 있어도 집이 없었던 내 어린날의 유일한 피난처 였으며,

하지 말라는 짓은 꼭 하고야 마는 다이나믹 듀오 였으며

오토바이로 전국을 누비고 스물넷에 커피집을 차린 동료였다.

교복을 입고 야간자율학습을 도망나오던 우리는 물 흐르듯 아저씨가 되었다.

그때가 행복했다며 추억하기엔, 지금이 너무 아플까봐.

삶이 너무 무겁지 않냐고 묻기엔, 지난날이 너무 그리울까봐.

우리는 벌써. 서로에게 아무것도 묻지 못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지만 건강하기를.

앞으로도 당연히 힘들겠지만 잘 견뎌주기를.

멀쩡한 어른이, 성격좋은 아저씨가 되어주기를.

담담하게. 하지만 당당하게 너의 길을 걸어주기를.

그 발걸음이 누군가에게 큰 위안이 되고 있음을 알아주기를.

평생을 도망다녔던 나의 삶에.

마지막에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밀려서, 

결국 이걸 세상에 내놓아야겠다고 결심한순간, 

가장먼저 써야 할 드라마가 너였어.

그러지 않고서는 시작이 안될 것 같더라고. 


작가의 이전글 어줍잖은 재주로 벌어먹고 사는게 징그러울 때가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