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배우는 중입니다

인생 공부장+3

by 하얀이불

오랜만에 나의 오랜 친구들인 중딩이들 단톡방이 울린다.

동창이 유퀴즈에 출연했다는 신기한 소식과 함께.


각자 이런저런 안부를 전하다가 9월에 출산하는 친구가 있어

"올여름엔 꼭 모이자."라고 말을 꺼냈다.

늘 대체로 따라가는 편이었던 내가, 오늘은 먼저 제안하고 대화를 주도했다.

시간을 주도하는 삶을 살고 있는 홈프로텍터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를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출퇴근하는 삶을 살고 있어서 다섯 명의 일정이 모두 맞는 날을 찾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겨우겨우 7월의 어느 일요일로 캘린더에 저장해두고 나니, 문득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열아홉,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서른셋이 되던 해 1년 휴직한 것을 제외하곤 줄곧 일만 했다.


대학생이던 친구들과 약속을 잡으려 하면 늘 평일 저녁이나 주말만 가능했다. 그마저도 퇴근 후엔 피곤해서 눈이 스르르 감기곤 했다.
그 시절 친구들은 나를 안쓰럽게 여겼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그들을 격려하고 있다.


나는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졸업도 하기 전에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방송에 출연한 그 친구는 억대 연봉의 변호사가 되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이건 내가 꿈꾸던 인생이 아니라, 부모님이 꿈꾼 인생이었다.”
그의 말이 영상 속에서 지나가는데, 멈칫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이제야 비로소 내가 꿈꾸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 취향을 알아차리기 위해 공부하는 시간.


‘6주 만에 책 쓰기’ 강의를 통해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고, 다음 주면 드디어 나의 첫 책이 출간된다.

최근 한 달은 1주일에 글 한 편씩 완성했고, 두 번이나 떨어졌던 브런치 작가 신청도 승인이 났다.

지금은 도전하고 싶은 공모전이 생겨 매일 수필을 쓰고 다듬는 중이다.
어제는 글감이 필요해 영화를 다시 보고, 역대 수상작을 찾아 읽기도 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

이게 바로 진짜 공부다. 인생 공부.


예전엔 전 직장 사람들이 연락이라도 오면
“요즘 뭐 하고 지내세요?”라는 말이 왜 그렇게 부담스러웠던지.
'어떻게 멋있게 대답할까' 머리를 굴리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

글쓰며 지내고 있어요.
그동안 몰랐던 취향을 배워가는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