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공부장+2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통보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이제 뭐 할 거야?"였다.
그도 그럴 것이 15년을 몸 담은 회사였기에,
나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그곳에 뼈를 묻을 거라 생각했을 테니까.
나조차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잘 모르겠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그건 아마 나를 만든 창조주만 아시겠지.
나는 그냥 하루하루 살아 낼 뿐이다.
요즘의 나에게 가장 큰 행복은 주도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수요일 오전 10시 43분을 향하고 있는 지금, 동네 작은 도서관에서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미소 짓게 한다.
더웠다가 추웠다가를 반복하는 이상한 5월이지만, 꽃 피는 봄을 아무 제약 없이 느낄 수 있다는 사실도 나를 따뜻하게 만든다.
직장인일 때의 나와 퇴사인이 된 나의 하루는 달라졌다.
매일 기상하는 시간은 똑같지만, '누가 깨워서'가 아니라 '내가 일어나고 싶어서' 일어난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을 이제야 온몸으로 실감하며 아무도 연락 오지 않는 아침에 스스로 이불을 걷어찬다.
곧장 화장실로 향해 씻고 나와 여유롭게 아침을 준비한다.
사과나 삶은 계란, 어느 날은 빵, 또 어느 날은 든든한 집밥 한 상을 차려 먹기도 한다.
회사를 다닐 때도 아침은 챙겨 먹었지만, 편의점 에그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며 간 밤에 생긴 이슈 메일을 확인하면서 눈치 보던 그때와는 다르다.
새소리가 반기는 오전.
기도를 하거나 성경을 읽고, 좋아하는 책을 펼치거나 이렇게 글을 쓰기도 한다. 밤새 찌뿌둥했던 몸을 펴주러 필라테스를 하러 가기도 한다. 내 몸과 마음의 안녕을 돌보는 시간이다.
점심이 가까워지면, '오늘은 뭐 먹을까?'라는 고민이 시작된다.
예전에도 늘 하던 고민이었지만, 선택의 기준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빨리 먹고 쉴 수 있는 음식을 찾았다면, 지금은 내가 진짜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른다. 미래에 대한 준비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후시간은 유동적이다.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가고 싶은 공간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남편의 일정에 맞추다 보니 오전보다는 짧고 제한적이지만, 매일 새로운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감이 있다.
남편이 돌아오면 저녁을 준비한다.
예전에는 간편식을 조리하는 일이 전부였다면, 지금은 그의 취향에 맞춰 요리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밤에는 남편과 함께 온전한 휴식을 취한다.
회사 다닐 땐 퇴근 이후가 유일한 내 시간이라 피곤해도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마음 편히 쉬지 못했다. 지금은 그런 불안함 없이, 그저 함께 앉아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시간표대로 보내는 하루 속에서
시간을 갖는 법이 아니라
시간을 쓰는 법에 대해 배운다.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르는 소중한 시간 속에서
오늘도 주도적인 퇴사인의 하루를 감사하게 누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