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대답해 준 말

인생 공부장+1

by 하얀이불

3월부터 10주간, 매주 토요일마다 교회 초등부 아이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에 교사로 참여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토요일 오후 2시간은 내 주말 전체를 잠식해버렸다. 한 주간 부족했던 잠을 충전하고 겨우 일어나 점심을 먹고 나면 허둥지둥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서야 했다. 친구들과 약속을 잡기도 애매했고, 다른 일정을 끼워 넣기에도 불편한 시간이었기에, 결국 토요일은 오롯이 그 프로그램을 위해 남겨두는 날이 되었다.


처음에는 조금 손해보는 기분이었다. 나만의 시간을 내어 봉사하는 일이 의미 있다고 믿었지만, 어쩔 때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그 시간이 무의미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런데 종강하는 날, 10주간의 모든 시간이 커다란 의미로 바뀌었다.


지난 토요일, 전국 교회가 모여 진행한 대회를 끝으로 종강을 맞이했다.

체육관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이번 차수에 처음 참여한 우리 반 K와 함께 타게 되었다.

"K야, 다음 차수에도 등록할거야?"

"네! 근데 다음에는 반 바뀌어요?"

"그럴 수도 있지. 선생님도 이번이 처음이라서 잘 몰라."

"그럼... 선생님이랑 또 같은 반 하고 싶어요."

생각지 못 한 아이의 한마디에 심장이 간질거렸다. 표현이 서툰 줄 알았던 아이가 내게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울렸다.


그 날은 시상식도 있었다. 내가 맡은 H가 상을 받게 되었고, 그 소식을 들은 H어머니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선생님이 잘 챙겨주셔서 상을 받게 된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해요."

나는 아이가 잘 해서 받은거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그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내가 수고한 것이 헛되지 않았구나.'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하나의 의미로 엮이기 시작했다.


이후 게임시간에 자유롭게 팀을 구성했는데, 지난 대회 때 같은 팀이었던 L이 나에게 손짓했다.

"선생님, 우리 팀 하세요!"

L은 평소 연습할 때마다 내 실수를 지적하던 아이였다. 나는 대회에서 실격당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고, 대회 당일에는 스스로도 만족할 만큼 잘 해냈었다. 그런 나를 L이 인정해주는 것 같아 괜히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 날 하루동안 전해들은 말들은 나의 수고를 보상해주기에 충분했다.

애정의 말, 감사의 말, 인정의 말.

상대방은 그저 무심하게 말했을지 몰라도, 나에게는 그 모든 말이 마음 깊이 스며들어왔다.

"괜찮아, 너 잘하고 있어."

"네가 있어 고마웠어."


사실, 나는 그 말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회사를 떠난지 4개월, 오늘도 나에게 물어본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

'나는 괜찮은 사람일까?'


그 날의 말들은 내 마음에 고요히 잠들어 있던 질문들에 대한 답이었다.